'반려하는 삶’ ‘가상세계 범죄’... 지금 가장 젊고 치열한 고민들을 만나다

예술위원회가 주목하는 차세대 예술가 36인, 총 21건의 신작 연속 발표

공연예술, 시각예술, 다원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전시‧공연 선보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이하 예술위원회)의 대표적인 차세대 예술가 지원사업인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가 <차세대열전 2023!>을 통해 11~12월 두 달간 21건의 신작을 선보인다.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는 차세대예술가집중육성사업(AYAF)을 이어 2016년부터 추진된 예술위원회의 대표적인 차세대 예술가 지원사업이다.

예술위, ‘차세대열전 2023!’ 11-12월 발표작 공개
예술위, ‘차세대열전 2023!’ 11-12월 발표작 공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창작자와 기획자의 [창작 준비-창작 심화-발표]까지의 전 과정은 물론, 분야와 장르의 경계 없이 장기적인 협업 파트너를 발굴하기 위한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을 고루 지원해왔다. 

올해는 문학‧시각예술‧연극‧무용‧음악‧전통예술‧다원예술의 7개 분야에서 총 36인의 차세대 예술가가 선발됐다.

예술위원회는 참여 예술가의 창작 계획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상반기 작업과정을 공유하고 상호 간 피드백을 공유하는 창작 워크숍 <A-Festa>, 창작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장소로의 필드트립, 전 분야 참여 예술가 간의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의 비재정적 지원을 함께 제공했다.

2023년 선정 예술가의 신작 최종발표 시리즈인 <차세대열전 2023!>은 지난 10월부터 본격 운영돼, 시각예술, 연극, 무용분야 총 5명의 예술가의 신작 발표가 마무리됐다. 11월에는 10인, 12월에는 11인의 차세대 예술가가 신작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실험과 도전의 11월, 10명의 차세대 예술가가 달린다>

음악분야 ▲박선영 작곡가의 공연 <The Moment & Gestures>는 국가무형문화재인 종묘제례악에 쓰인 각 연주자의 역할 및 무용수들의 움직임, 음악의 짜임새, 음악의 구조적인 특징을 서양악기의 사운드와 어법으로 재창조한다. 제스처와 소리 간의 상호유기적 관계를 종묘제례악의 형식 안에서 표현하는 ‘The Moment’ 시리즈의 신작이 초연된다.

▲양선용 작곡가의 공연 <양선용 프로젝트 <소리의 숲>>은 음악이 되기 전의 일상적 소리로 돌아가 그 속에서 음악의 본질을 찾는 과정에 집중한다. 소리와 음악과 움직임과 텍스트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풍성한 숲의 이미지로 담아냈다. 다가오는 11월 30일(목) 20:00,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연극분야 ▲이민구 극작가 겸 연출가의 연극 <기술 융합은 개뿔>은 현시점 연극계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과 기형적인 지원형태, 그리고 저평가 되는 예술노동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하나의 연극이 제작되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망한다. 연극의 현 위치를 함께 가늠해 보며 연극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가 된다.

▲서승연 극작가 겸 연출가의 연극 <폐빈 봉씨>는 세종의 두 번째 며느리였던 세자빈 봉씨의 사랑이라는 역사 속 사실에서 출발한다. 금지된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역사에 기록된 한 여성의 사랑과 욕망에 집중하면서 지워지고 훼손된 기록에 상상력을 더하고, 일렉트로닉 사운드 등 요소를 활용해 100분간 풀어낸다.

▲이수림 연출가의 <단델re:ON>은 극장 투어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동형 공연이다. 관객은 극장의 맨얼굴을 들여다보면서 극장이 가진 역사를 발견한다. 관객, 배우, 희곡으로 대표되는 ‘연극의 3요소’가 없는 연극을 지향했던 연출가의 창작실험 결과물은 서울 성북구의 천장산우화극장에서 11월 26일(일)까지 계속된다.

▲이왕혁 극작가의 연극 <조이>는 비트코인, NFT 등 가상경제 재화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현시점에 점점 흐려져 가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를 다룬다. 극작가는 가상세계 속의 폭력과 범죄를 현실세계의 윤리와 법체계에 근거해 심판하는 것이 온당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다가오는 11월 30일(목)부터 12월 10일(일)까지 대학로 씨어터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다원예술분야 ▲이웅철 작가의 전시 <검은 돌과 다리미>는 중동 파견 노동자의 이야기에 뿌리를 둔 작품들로 구성된다. 국가 주도로 이루어진 급격한 경제성장의 이면에 놓인 개인의 서사를 가시화한다. 텍스트와 시각, 음악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전시는 국가와 기업, 개인의 욕망을 두루 살피며 역사 속 반복성을 환기한다.

무용분야 ▲김동일 안무가의 공연 <꺼지지 않는 불빛 보이지 않는 죽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사라져가는 존재들과 그 사라짐에 대해 고찰한다. 연주와 드로잉, 안무가 어우러지는 흐름 속에서 개인의 몸과 시선, 경계에 대한 시선을 나누어 본다. 

시각예술분야 ▲윤소린 작가의 전시 <리빙 위드 더 트러블 Living with the trouble>은 ‘층간소음’이라는 보편적인 트러블과 함께 거주해 보려는 작가의 다양한 시도를 다룬다.

한국 사회에서 개인으로서 마주한 ‘해결 불가능하지만, 떠날 수도 없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무력감을 공유하고, 설치, 영상, 텍스트, 사진, 사운드 등의 방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집’의 외관과 구조가 보존된 서울 마포구의 온수공간에서 다가오는 12월 10일(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신재은 작가의 전시 <GAIA – 소화계>는 ‘먹기’라는 가장 기본적인 생명활동에 대해 ‘무엇을 먹을 수 있고, 무엇을 먹을 수 없는가?’라는 근원적 명제를 제시한다. 스티로폼을 먹고 분해하는 밀웜, 스티로폼을 먹은 밀웜을 먹은 닭, 스티로폼을 먹은 밀웜을 먹은 닭을 먹은 인간이라는 먹이사슬의 단면을 경험하며 그 단면 속의 인간의 위치를 의식한다.

작가가 소시지를 구워 관객과 나누어 먹는 부대프로그램이 포함된 전시는 12월 10일(일)까지 서울 종로구의 통의동보안여관 아트스페이스 1에서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살기, 더불어 ‘살기’… 혐오의 시대 속 공존을 모색하는 차세대 예술가 11인>

연극분야 ▲박현지 배우 겸 연출가의 연극 <새벽 네 시의 안티고네>는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인 오이디푸스 일가의 셋째 딸 이즈메네의 시선으로 삶과 죽음의 잔상을 바라본다. 가족들의 비극적 죽음 이후 살아남은 자의 삶을 엿보며 미움과 혐오로 점철된 시대가 가진 화해와 공존의 가능성을 찾아간다. 12월 8일(금)부터 10일(일)까지 3회 간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여행자극장에서 개최된다.

▲장정아 극작가의 연극 <MAIDOG>는 어떤 크고 작은 존재와 ‘반려하는 삶’을 살고 있는 모든 개인이 반려의 대상을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을 함께 한다. 제각기 이별과 슬픔의 당사자인 동시에 서로의 목격자인 그들이, 위안이 되는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것과 헤어지는 것의 의미를 나누어 갖는다. 12월 14일(목)부터 17일(일)까지 서울 종로구의 선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정욱현 연출가의 연극 <아큐정전>은 루쉰의 소설 <아Q정전>을 하이브리드 인형과 신체극의 형식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반은 인간, 반은 인형인 하이브리드 인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신승리’의 양상을 표현하며 합리화를 통해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합리화의 한계와 그 경계 지점을 분명히 한다. 12월 6일(수)부터 12월 10일(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서울 마포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시각예술분야 ▲김현호 작가의 전시 <스스로 말하는 돌 (혹은 그림)>은 선사시대 유물인 고인돌을 소환한다. 인류가 추측과 가설만으로 인지하고 있는 이 거석을 어둠 속에 담은 회화 작업을 통해, 모든 것이 비워진 공간으로 관객을 초대하며 ‘비움’을 ‘보는’ 감각의 발현을 꾀한다. 12월 9일(토)부터 30일(토)까지 서울 서대문구에 소재한 예술공간 의식주에서 경험할 수 있다.

▲김태연 작가의 전시 <구멍>은 ‘뚫어진 자리’이자 ‘어려움을 헤쳐 나갈 길’인 구멍이라는 단어가 지닌 상반된 의미에 집중한다. 뜻밖의 사건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과 태도에 물음표를 던진다. 12월 15일(금)부터 2024년 1월 6일(토)까지 서울 마포구 얼터사이드에서 계속된다.

▲최희정 작가의 전시 <사랑의 반대는 버림>은 ‘식테크’라고 불리는 식물 투자 거래 열풍을 소재로 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반려’하는 존재로서의 식물이 아닌, 투자를 위한 상품이자 수단으로 귀결되는 존재로서의 식물을 통해 도구화된 현대 사회를 반추한다. 12월 16일(토)부터 2024년 1월 7일(일)까지 서울 종로구의 통의동보안여관 아트스페이스 1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다원예술분야 ▲안상욱 음악가의 <Left Behind>는 전선과 솔레노이드로 연결돼 자동 연주되는 타악기와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음악 퍼포먼스 공연이다. 작곡과 악기 제작, 연주를 모두 맡은 음악가와 함께하는 40분은 소리로, 그림자로 무대 위에 남는다. 12월 9일(토)부터 양일간 서울 마포구의 얼터사이드에서 함께 할 수 있다.

그 외 시각예술분야 ▲박승만 작가의 전시 <엔젤릭버스터>(12월 6일(수)~12월 23일(토), 카다로그 스페이스)와 ▲신효진 기획자의 전시 <그렇게 침묵들은 저물어가고>(12월 9일(토)~12월 24일(일), 킵인터치 서울), 다원예술분야 ▲김민지 작가의 전시 <아무도 새롭게 태어나지 않는>(12월 15일(금)~2024년 1월 7일(일), 통의동보안여관 아트스페이스 보안3 지하 2층), 전통예술분야 ▲송은재 가야금 연주가의 <송은재의 창작음악프로젝트 Ⅰ>(12월 17일(일), 대구 프란츠홀)도 12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예술위원회 관계자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사업은 차세대 예술가가 향후 자신의 대표작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신작을 창작해 한 단계 발돋움하는 계기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고 말하며 “현시점 가장 젊은 고민들을 집중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차세대열전 2023!>의 마지막 장까지 많은 문화예술 관계자와 애호가가 함께 할 수 있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한국예술위원회가 주목하는 차세대 예술가의 신작 발표는 다가오는 12월까지 진행된다. 관련된 정보는 예술위원회 공식 소통 채널(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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