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사직서 제출로 의료공백 위기감 고조...정부는 엄정 대응 예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한 의료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전국적으로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 역시 의대 증원은 의료개혁의 필수적 요소이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고 원칙대로 엄정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로 인한 여파로 환자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 전공의들 집단 사직서 제출 확대...정부 진료유지명령엄정 대응


정부는 지난 6일 지역과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현행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기로 발표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이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 지역의료 개선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라며 의료개혁을 통해 증원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파업이 가시화되면서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형 5’ 병원 전공의들이 20일 집단 진료중단을 선언하였고 전국의 수련병원 곳곳에서 사직서가 잇따라 제출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가장 먼저 파업에 돌입하였고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 또한 오는 20일 근무 중단을 예고한 상태다.

5’ 전공의는 총 2700여 명으로 5’ 병원 의사 중 37% 정도이다. 따라서 중환자 진료나 야간·휴일 응급환자 진료, 수술 보조 등을 맡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이 받는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의료공백의 위기감이 확산되자 정부와 각 병원에서는 시급하게 비상진료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뉴스1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료계 집단행동 가능성과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집단행동에는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의료계 집단행동 대응 관계 장관 회의에서 "집단행동이 본격화된다면 의료공백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하여 비상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또한 "응급중증 수술을 최우선으로 대응하고, 필수의료 과목 중심으로 진료가 이루어지도록 체계를 갖추겠다""상황이 악화될 경우, 공보의와 군의관을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97개 공공병원의 평일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에도 진료를 허용하겠다고 했다. 12개 국군병원 응급실을 민간에 개방하고 필요 시 외래진료까지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만성경증환자의 경우, 의료기관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집단행동 기간에 비대면 진료도 전면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한다고 했다. 또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하는 동시에,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가 최대한 지원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이날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뉴시스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안 발표는 '정치쇼'라며 어떻게 한꺼번에 2000명을 늘리겠다고 발상하는 건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회 갈등 혼란 해결을 위해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대한의사협회와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 환자들만 전전긍긍...해외 선진국 의대 증원 때는 어땠나


현재 의료 현장 곳곳에서 의료대란이 현실화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진료과는 이미 입원과 수술 스케줄을 연기하고 있어 이에 따른 환자들의 불만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병원 스케줄이 조정되어서 당황스럽다는 사연들이 쏟아지고 있다.

암 환자인데 입원 안내 문자가 오지 않아 전화해보니 월요일(19)은 돼야 확실히 알 수 있다며 일단 대기하라고 했다는 환자, 서울대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쌍둥이를 출산할 예정이었으나 수술을 하루 앞두고 연기를 통보받았다는 환자, 오랫동안 기다려온 부모님의 목디스크 수술이 무기한 연기돼 당황스럽다는 보호자의 성토, 당장 분만을 앞두고 출산 시 무통 주사가 불가능하다는 통지를 받았다는 임산부 등의 사연들이 전해지고 있다.

한편 매일경제에 따르면, 의사들이 집단행동으로 의료인력 확대를 가로막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다른 나라들은 고령화에 대비해 의사 수를 늘리고 있고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파업에 나서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18프랑스 등 각국의 의사 파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의사 증원이 파업의 이유인 경우는 본 적이 없다일본 같은 나라는 의사협회가 의대 증원에 오히려 찬성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또한, 토마스 슈테펜 독일 연방보건부 차관은 지난해 이기일 복지부 차관·한국 기자단과의 면담에서 독일의 의대 정원 또한 충분치 않아 연내 5000명 이상을 증원하려고 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독일에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가 없다고 언급했다.

또한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성수 제주한라병원 원장은 18일 인터뷰에서 의료계·정부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파업이란 용어가 적절한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의사가 환자 진료 현장을 떠난다는 데 대해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생기더라도 (의사가) 환자 곁을 지키면서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에 대해서는 "필수의료를 살릴 통 큰 대책을 내놓고 의료계와 대화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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