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졸전으로 월드컵 3차 예선도 빨간불, 26일 원정 반드시 이겨야

이번 태국전에서는 약간의 고무적인 내용도 있었다. 황선홍호에 승선은 했지만, 여론 악화와 손흥민과의 불화가 모두 해결된 상황이 아니었던 이강인. 이런 상황에서 그가 출전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다. 선발은 아니었지만 후반 정우영과 교체되면서 손흥민-이강인의 조합을 다시 한번 짜보는 시도를 했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이 지난 요르단전처럼 케미가 맞지 않는 모습까지는...[본문 중에서]
이번 태국전에서는 약간의 고무적인 내용도 있었다. 황선홍호에 승선은 했지만, 여론 악화와 손흥민과의 불화가 모두 해결된 상황이 아니었던 이강인. 이런 상황에서 그가 출전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다. 선발은 아니었지만 후반 정우영과 교체되면서 손흥민-이강인의 조합을 다시 한번 짜보는 시도를 했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이 지난 요르단전처럼 케미가 맞지 않는 모습까지는...[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스포츠 분석] 지난 21, 한국과 태국의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전이 있었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수많은 논란과 졸전을 펼치며 경질된 전임 감독 클린스만 이후, ‘소방수로서 불 끄러 온 황선홍 감독의 첫 성인 국가대표팀 출전이었다. 클린스만이 경질된 이후에도 핑퐁 게이트’, ‘카드 게이트등을 겪으며 팀의 추락을 밑바닥까지 보여줬던 대표팀이기에 유독 이번 경기는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황선홍호에는 여전히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의 출중한 해외파들이 건재했고 K리그에서 훨훨 날아다니던 주민규를 새로 탑승시키는 등 객관적인 전력에서만 보면 태국과의 경기를 이기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누가 봐도 아시아팀 내에서는 스팩만으로는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날 한국은 홈경기에서조차 태국에 1-1 무승부로 체면을 구겼다.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선수 개인 면에서는 엄청난 성장을 이룩해, 박지성, 이영표,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스타들을 배출했고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은 더 증가했다. 이제는 더 이상 한국 축구가 아시아 지역에 머물 수준을 벗어나는 듯 보였다. 그런 스팩을 자랑하는 한국 축구가 최근에는 아시아팀들조차 제대로 상대하지 못할 수준으로 전락했다. 아시안컵 요르단 조별리그 2-2 무승부, 말레이시아와의 3-3 무승부, 16강 사우디아라비아 1-1 무승부, 4강 요르단 0-2 패배, 그리고 월드컵 지역 예선 2차 태국 홈경기 1-1 무승부. 아시안컵 본선 첫 경기 바레인전과 연장전 승리인 호주전을 제외하면 5경기를 진행하는 동안 공식적인 득점 차이로 정규시간 안에 승리한 적이 사실상 없다.


축협만 승리한 경기. 티켓은 매진, 경기장 관중 꽉 채웠는데


이번 태국전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됐다. 갖은 악재로 인해 대표팀에 대한 실망을 금치 못하는 팬들이 많았다. 태국전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관중석에는 정몽규 OUT!!’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그럼에도 티켓은 매진됐고 경기장은 가득 찼다.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경기 직전인 20, ‘핑퐁 게이트논란을 겪었던 이강인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팬들을 안심시켰고 황선홍 감독이 승선 허락한 새로운 얼굴들이 대표팀의 부활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였다. 이번 경기에 대한 팬들의 뜨거운 관심은 이 같은 긍정적인 변화를 수용하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무승부로 기대는 날아갔다.

경기 후 각종 커뮤니티에는 실망한 팬들의 원성이 올라왔다.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볼 점유율도 높았고 득점 찬스도 꽤 만들었지만, 결국 골키퍼에 막히거나 골대에 맞거나 헛발질하는 등 승리를 걷어찬 꼴이됐다", "지금 멤버가 역대 최강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경기 결과를 보면 역대 최약체", "90년대, 2000년대 대표팀은 주전 몇 명 빠져도 아시아팀들을 상대로 2, 3골 차로 이겼다", "이런 경기력으로 월드컵 본선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는 등의 의견들이 올라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표팀에게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간 것이 아니다. “그냥 하던 대로 (태국전)보이콧 할걸”, “경기장에서 봤는데 돈 아깝다”, “티켓만 팔아준 꼴이라며 축구협회에 대한 따가운 눈초리를 날리는 의견도 나왔다. 경기 내용이나 결과와는 무관하게 흥행은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축협의 노이즈마케팅은 세계 1등이다하는 등의 의견도 올라왔다.


황선홍, 클린스만호보다 나아진 모습 보여주기도 했지만 아쉬운 점이 더 커


황 감독은 이번 대회를 위해 절치부심한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이강인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두 선수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직전 있었던 이강인의 대국민 사과도 그의 단독 결정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엄중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훈련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인터뷰도 막았다. 새로운 엔트리를 구성해 침체된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도를 했다.

이런 점들이 반영돼서인지 이번 태국전에서는 약간의 고무적인 내용도 있었다. 황선홍호에 승선은 했지만, 여론 악화와 손흥민과의 불화가 모두 해결된 상황이 아니었던 이강인. 이런 상황에서 그가 출전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다. 선발은 아니었지만 후반 정우영과 교체되면서 손흥민-이강인의 조합을 다시 한번 짜보는 시도를 했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이 지난 요르단전처럼 케미가 맞지 않는 모습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선수 발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대표팀의 소집이 시작되고 선수들이 모두 귀국하여 함께 호흡을 맞춰볼 수 있었던 시간이 단 하루 정도밖에 없었던 점을 참작하면, 새로 투입되는 선수들이 얼마나 역량을 발휘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새롭게 승선한 주민규는 비록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전방에서 계속 버텨주고 상대 수비수의 시선을 끌어주며 공간을 만드는 플레이를 했다. 클린스만호에서 외면받은 김진수 또한 적극 기용해 이날 경기에서 73분을 뛰었고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플레이를 통해 기회를 많이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경기 초반, 한국이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손흥민이 필드 중앙을 흔들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정말 오랜만에 중원으로부터 밀고 나가 골이 터졌다. 지난 아시안컵 득점의 상당수가 세트플레이에서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고무적인 골이었다.

그러나 역시 한계는 명확했다. 일단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이 명성에 걸맞은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소집 및 훈련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한국과 태국과의 전력 차이를 비교하면 이겨야 당연한 경기였다. 앞서 말한 선수 발탁에서의 긍정적인 모습은 좋았지만, 선수를 운용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보여주었다. 일단 주민규가 비록 득점은 없었지만, 너무 이른 시기에 교체된 것이 실책으로 보인다. 잘하고 있던 이재성의 교체도 아쉽다. 주민규는 공격수 원톱으로서 세워졌지만, 이미 대표팀에는 주민규 이외에도 득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원톱이라고 해서 꼭 골을 많이 넣어야만 하는 포지션은 아니다. 주민규의 플레이로 인해 태국 수비진의 혼란이 가중되었고 이재성이 중원에서 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었다. 손흥민의 득점을 분석해 보면 주민규의 공간 창출과 그 공간으로 이재성과 손흥민의 도약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주민규가 너무 이른 시간(62’)에 빠지면서 선제골을 만들어낼 때의 공간은 나오지 않았고 이후 투입되었던 조규성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황인범과 백승호의 3선 투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 2명 기용) 조합은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투볼란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비슷한 포지션의 선수의 역할 분배가 필요하다. 황인범의 플레이스타일을 보면 전문 수비를 위해 기용하는 선수가 아니다. 이 두 선수가 같은 자리에서 명확한 역할 없이 배치되어 있었기에 동선이 꼬였고 빌드업을 하는 과정에서 방해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4-2-3-1 포메이션은 클린스만호에도 많이 쓰였던 전술인 만큼 당장 시간이 없었던 황선홍호의 상태를 감안하면 큰 변화 없는 전술이었지만 초중반 잘 이어가던 중원 플레이가 교체 실수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고질적인 U자형 빌드업으로 단조로워진 진 점도 실책으로 꼽힌다.


FIFA 랭킹 다 깎아 먹고 월드컵 일정도 빨간불


이날 태국전은 반드시 이겼어야 하는 경기이다. 최근 대표팀의 침울한 분위기를 털어내는 것만이 목표는 아니었다. 이날의 승리가 앞으로의 월드컵 일정에 너무 중요했기 때문이다. 당장 황선홍이 양 대표팀을 겸임하는 것에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도, ‘태국을 잘 아는 박항서에게 감독을 맡기는 게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이날 경기로 인해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전의 향방이 갈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홈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무승부로 인해 한국의 월드컵 3차 예선전은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월이 되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발표되는데 한국은 호주에 랭킹이 사실상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최근인 2월 발표된 한국의 FIFA 랭킹에서 22위다. 한국은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국 중에서는 일본(18), 이란(20)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순위에 있다. 4번째인 호주는 23위로 한국의 바로 아래에 있다. 그런데 한국이 태국과 무승부에 그쳤지만, 아시아 2차 예선 I조의 호주는 레바논을 2-0 격파, 한국을 제치고 아시아 3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태국전 결과에 의해 한국은 현재 랭킹포인트인 1,566.21점에서 7.47점을 빼앗겨 24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반대로 호주는 현재 1,554.82점에서 4.62점이 가산, 23위로 한국보다 1계단 더 높아지게 될 것으로 비친다. 현재 FIFA 랭킹 산정 방식은 '의외의 결과'가 나왔을 때 약팀은 많은 랭킹포인트를 얻고 반대로 강팀은 많은 랭킹포인트를 잃는 게 특징이다. 랭킹 22위의 한국이 101위인 태국에 비기면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고 비기면 안 되는 경기를 비겼으니 점수는 더 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월드컵 3차 예선 조 추첨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FIFA 랭킹에서 아시아 3위 안에 들어야 조 추첨에서 1번 포트에 들어 유리한 조 편성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 이란, 호주 등의 아시아 강팀들과는 한 조가 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본선 진출에 유리하다. 이날 태국전의 무승부로 인해 한국은 1 포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고 결국 아시아 4위로 떨어져 위의 3강과는 반드시 같은 조로 배정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은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3전 전승을 거두어야 그나마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이미 역전된 랭킹을 역전시키려면 호주가 남은 경기에서 패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호주는 레바논전을 홈에서 승리했고 4차전인 레바논 원정 또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로 호주(캔버라)에서 명목상의 중립 경기를 치른다. 6월에 방글라데시 원정, 팔레스타인과의 홈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다음 일정인 레바논 원정을 제외하면 아시아 4강 중의 하나인 호주가 나머지 2경기에서 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다. 대표팀의 최근 경기력이 하락세고 내홍으로 부진이 심각한 만큼 한국이 4, 2포트로 진입 시 일본, 이란, 호주 중 하나를 꺾고 3차 예선을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만만치 않은 태국 원정. 무에타이 축구. 부상도 조심해야


홈에서 체면을 구긴 한국은 21일 태국전 직후인 22, 태국 원정을 위해 출국했다. 이날의 무승부로 태국은 원하는 목표와 승점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23일 태국 시암 스포츠에 의하면 일찍이 매진됐던 한국-태국의 4차전 티켓값이 10배가 뛴 것으로 보인다. 암표도 극성을 부린다.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선수단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26일 태국전 현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아무리 한국이 태국보다 좋은 전력을 갖췄어도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원정 경기이다. 홈 경기에서 비기면서 한창 무르익은 태국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버티면서 경기에 임해야 한다. 손흥민은 경기를 마치고 "정말 쉬운 경기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을 한다. 원정에선 홈팬들의 야유와 열정적인 응원을 대비해야 한다. 분명히 어려운 경기일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팀을 맞이하는 태국 현지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20236월 울산 현대 선수 및 매니저의 사살락 인종 차별 사건으로 태국 축구계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데다, 11월부터는 비자 문제로 입국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한국-태국 관계가 냉랭해진 상태이다. 태국은 1차전에서 중국에 패배하면서 어떻게든 승점을 따야 다시 2위를 노려볼 수 있는 벼랑 끝에 몰렸다. 이런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홈 경기의 응원을 뒷배로 한 태국 선수들의 무리한 플레이가 나올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무에타이 축구로 인해 핵심 선수들이 부상을 입는 것 또한 매우 우려스러운 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다가오는 26일 태국 원정은 양 국가 모두에게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경기가 된 만큼,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태국전 준비에 최선을 다하여 무승 행진을 깰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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