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리꾼은 "노키즈존 이해...부모 잘못"...반면 '노키즈존 방지법' 총선 공약도

"부모가 애들도 같이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외식해라. 누가 봐도 어린 애들이 잘 못 먹을 메뉴인데 본인들 먹고 싶은 이기심에 엄한 식당을 괴롭힌다. 정 먹고 싶으면 애들 음식은 부모가 챙겨서 가라", "요즘 저출산이라 아이들이 귀해서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는 말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본인 아이를 남들까지 황태자처럼 떠받들어 달라는 요청을 하는 진상 엄마들 종종 보는데...[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투데이 이슈] 제주도의 한 유명한 식당이 아이를 동반한 부모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노키즈존'을 선언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글은 '제주의 한 식당이 노키즈존으로 바뀌게 된 이유'라는 제목으로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소스 다시 만들라", "덜 맵게", "계란프라이" 아이 부모 무리한 요구...결국 노키즈존 선언


24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제주의 한 식당이 노키즈존으로 바뀌게 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식당은 제주도에서 우럭튀김으로 유명한 맛집이다. 식당 측은 공지에서 6개의 사례를 들어 부득이하게 노키즈존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혔다. 식당 운영방식을 바꾼 건 판매하고 있는 메뉴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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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대표메뉴인 우럭 정식은 생양파 양념이라 간혹 매울 수도 있다. 아이들 관점에서 매운 음식이라는 빨간 양념 비주얼에 부모님들이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양파를 익혀서 소스를 다시 만들어달라'고 하신다""현재 우럭 정식 양념은 미리 제조, 숙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빨갛게 보이지 않도록 간장으로만 소스를 다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설명했다.

"튀긴 생선 요리라 간혹 굵은 가시가 씹힐 경우 아이에게 위험할 수 있다""아이가 먹어도 될 정도의 튀김을 강요하시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컴플레인 부담은 저희 몫"이라고 말했다. 식사와 함께 제공되는 국에 대해서는 "매일 다른 국을 제공하는데, 일부 부모들이 아이를 위해 간을 덜 세게, 덜 짜게, 덜 맵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우리 애를 위한 레시피로 국을 다시 끓여달라'는 요구사항도 있다"고 했다.

이어 "매일 바뀌는 8가지 반찬 중 아이가 먹을 만한 반찬이 없으면 메뉴에도 없는 계란프라이, 계란말이, 조미김, 생김 등을 달라고 한다""많은 요청에 조미김 등을 구비했으나 가게 운영상 무제한으로 제공돼야 하는 점이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이 외에도 "부모들이 편한 식사를 위해 다른 손님들의 의견 존중 없이 키즈 채널을 고정할 것을 요구한다. 뜨거운 음식이 오가는 와중에도 아이들을 방치한다"라며 모두 6가지의 노키즈존 전환 이유를 밝혔다.

식당 측은 "이외에도 노키즈존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부득이한 방침에 저희도 너무 힘이 든다""손자, 손녀를 두고 있고 아이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입장으로 향후 노키즈존을 언제 끝낼 수 있을지 항상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를 동반한 부모님께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지만, 무엇이든 예외의 상황을 두고 운영할 수밖에 없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식당에서 노키즈존으로 하는 것 이해가 된다. 아이들 잘못이라기보다는 매너가 부족한 부모들 때문에 노키즈존이 늘 수밖에 없다", "애들한테 공공예절 교육 좀 시켜라. 모두가 사용하는 의자 위에 신발 신고 올라가도 가만히 있는 부모들 보면 생각이라는 게 없는 것 같다", "부모가 애들도 같이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외식해라. 누가 봐도 어린 애들이 잘 못 먹을 메뉴인데 본인들 먹고 싶은 이기심에 엄한 식당을 괴롭힌다. 정 먹고 싶으면 애들 음식은 부모가 챙겨서 가라", "요즘 저출산이라 아이들이 귀해서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는 말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본인 아이를 남들까지 황태자처럼 떠받들어 달라는 요청을 하는 진상 엄마들 종종 보는데 그건 아니다" 등 대체로 노키즈존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2023년 말 보건복지부가 노키즈존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주 2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키즈존을 유지하는 이유로 '아동 안전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해서'라는 응답이 68.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소란스러운 아동으로 다른 손님과 마찰이 생길까봐'(35.9%), '처음부터 조용한 가게 분위기를 원해서'(35.2%), '자녀를 잘 돌보지 못하는 부모와 갈등이 생길까봐'(28.1%) 등의 답변이 나왔다.


| 르몽드 "한국 저출산 우연 아냐..노키즈존 우려"...새로운미래, '노키즈존 방지법' 총선 공약


이번 사례에서도 드러나듯이 노키즈존에 대한 찬반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각자의 입장이 모두 이해되다 보니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여론은 노키즈존에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한국리서치가 202111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노키즈존 운영은 '사업주가 행사하는 정당한 권리이자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라는 응답이 71%에 달했다.

프랑스의 대표 매체 르몽드는 한국의 '노키즈존' 현상을 저출산과 연결지어 비판적으로 조명했다. "한국 사회가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지기 때문"이라고 한국의 상황을 소개했다. 르몽드는 제주연구원이 지난해 5월 전국 노키즈존은 542, 인터넷 이용자가 직접 구글 지도에 표시한 노키즈존도 459곳이라고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에서 이런 현상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노키즈존 관련 사례들을 들며 "이런 현상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세대 간 교류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노키즈존 관련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235월에는 영유아나 어린이를 동반한 손님을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노키즈존'을 금지하는 조례안이 제주에서 입법 예고되기도 했다.

새로운미래는 264·10 총선 공약으로 '노키즈존 방지법' 입법을 제안했다. 김만흠 당 정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노키즈존 방지법을 발의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부모님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며 공약의 취지를 설명했다. 김 정책위원장은 "특정 대상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행위가 만연한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라 할 수 없다"면서 "출산율 제고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매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책임이 업주에 있다는 2013년 법원 판결 이후, 2014년 무렵부터 노키즈존이 확산한 맥락에서부터 정책 대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노키즈존 방지법 발의와 함께, 어린이가 발생시킨 예기치 못한 사고로부터 사업주를 보호할 것을 약속한다""영업배상보험 처리 시 자기분담금과 보험가입비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는 등 사장님들이 마음 편히 어린이 손님들을 환영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자신을 세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한 서효영 대변인도 회견에 동석했다. 서 대변인은 "어딜 가나 애국했다는 소리를 듣지만, 식당·카페에 갈 때면 '노키즈존'이라는 표지가 우리 가족을 거절하곤 한다"고 했다. 이어 "고단한 육아와 전쟁 같은 사회생활을 하는 부모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곳을 어렵게 찾아다녀야만 하는 비참함은 겪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회적 인프라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은 공허하기만 하다""어디든 우리 아이들과 맘 편히 다닐 수 있는 장벽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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