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얼마 전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4일 오전 10세, 8세의 초등학생 형제가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이다 화재가 발생해 큰 화상을 입게 된 것이다. 현재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흘렀으나 형제는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시각은 원래대로라면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받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을 받게 되면서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자 발생한 비극이다. 형제의 가족은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함께 사는 한부모 가정이었으며 어머니는 자활근로로 생계를 유지하는 소외된 계층이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처음에는 저소득층 가정에서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시대의 부작용이 불가피하게 발생했다고 여겨져 안타까움을 자아냈으나 정황이 밝혀질수록 미리 방지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는 것이 분명해져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피해 아동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상황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방치를 막을 수 있었던 세 차례의 기회


당일 아이들의 보호자인 어머니는 어린 자녀들을 돌볼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인을 만나는 중이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이들을 방치한 것은 사건 당일 하루뿐만이 아니었다. 무려 2018년부터 주변인들에게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방치했다며 아동 학대 의심 신고를 받아왔던 것이다.

이웃 주민들은 형제가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2018년 이후 2년 동안 3번의 학대 신고를 해왔다.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할 어머니가 우울증과 불안 증세가 심해 제대로 양육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궁핍한 상태였기 때문에 가정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신고였다.

그러나 이는 계속 무시돼 왔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서 친부모의 권한이 가장 중요시되는 한국 사회 통념상 단순히 방치만으로는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마지막 3번째 신고를 할 때가 돼서야 경찰이 수사를 진행했다. 인천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분리 보호 처분을 청구했지만, 인천가정법원은 끝내 어머니에게서 아이를 격리하지 않았다. 형제의 어머니가 아이들을 직접 키우겠다고 거부했으며 아이들이 어머니와 떨어지지 않길 바란다는 것이 판결의 이유였다. 그 대신 법원에서는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으라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상담이 불가능한 상황이 오자 흐지부지되었다.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하는 아동복지 사업인 드림스타트의 대상자로 선정되었던 것마저 코로나19 이후 공백이 생겼다. 드림스타트 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1년에 2차례 정도 가정 방문이 이루어지게 되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들은 그들을 방치하는 어머니의 손에 맡겨진 채로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격리하지 않아도 부모가 알아서 잘 기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아이들을 비극으로 이끈 것이다.


가정이 더 이상 보호자가 되지 못한다면


일각에서는 국가에서 아동 보호에 지나치게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는 당연한 비판이다. 충분히 학대의 정황을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오랜 시간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 법원, 아동보호단체 모두가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형제를 방치하는 어머니로부터 보호하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부모가 친자녀에게 가하는 학대에 무감각한 편이다. 아동복지법에서도 원가정 보호를 중요시한다. 통계상으로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 학대가 압도적으로 높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아이가 부모와 함께 있으면 안전할 것이라고 믿고 맡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동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조차 친권을 가진 부모가 반대하면 쉽지 않다. 부모로부터 격리하는 보호명령 조치는 더더욱 어렵다. 게다가 만약 법원에서 보호명령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이는 4년까지가 최대이다. 선고한 기간이 끝나면 다시 학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친부모가 아이를 데려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런 제도들은 부모의 친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들이지만 동시에 아동 학대 피해자에게 있어서는 독이 되기도 한다. 이를 방패로 삼아 학대를 계속하는 가해자에게 피해자를 방임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정이 적절한 보호자가 되어주지 못한다면 국가가 마땅히 이로부터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 허나 지금으로선 친권 보호를 명목으로 가정에 모든 책임을 떠맡기고 있다. 과연 부모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그저 국가가 나서야 할 아동 보호의 책무를 떠넘기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동 돌봄,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때


국가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출산 관련 정책을 만들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채로 새로운 아이가 태어나기만을 바라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케어해주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사회 통념상 국가에서 가정이 자녀를 책임질 것이라는 사실을 맹신하고 가정에 모든 책임을 위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들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아동들을 국가와 지자체, 시민단체 등 사회에서 함께 책임지고 돌봐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이번 사건 이후에 취약계층 아동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한 이들이 제대로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담공무원을 뽑고 현장 조사를 해 사전에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마땅히 해야 할 조치지만 비극이 이미 발생한 후에야 뒤늦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아동 학대에 대처할 것이 아니라 미리 제도를 마련하고 예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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