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집값 때문에 잔금 두 번 치르고 눈물로 얻은 10년 만에 얻은 소유권

그래픽 뉴스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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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대주건설이 부도나기 전, 미리 잔금을 선납한 입주민들과 HUG주택도시보증공사 간의 아파트 소유권 분쟁은 여전히 떠들썩하다. 몇몇 지친 입주민들은 분양받은 아파트 소유권을 얻었지만 이 때문에 1억 7천만원의 빚을 감내해야 했다. 이유는 ‘오르는 집값’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용당피오레(101.99㎡ 기준, 전남 순천 소재) 매매 실거래가는 2014년 12월 15층이 2억4200만원에 거래된 데에 비해 2020년 8월 11층은 3억5000만원으로 매매되어 6년 동안 1억 원 상당 집값이 올랐다. 최근 매매 실거래가는 3억6500만원으로 상한가 평균 3억5000만원 수준이다.


10년간 분쟁 중인 소유권 이전 “단 두 줄짜리 약관 때문에”


전남 순천시 삼산동 용당피오레 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들이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이재광 사장, 이하 HUG)와 10년째 소송 중이다. 일부 입주민들은 여전히 ‘잔금’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입주민들과 HUG와 현재 2심 재판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인은 1억 7천만원의 빚을 떠안기 직전인 950여 세대 중 한 입주민이다.

사건의 발달은 2006년 아파트를 분양한 시행사가 2009년 1월 시공사인 대주건설이 자금난을 겪자 입주민들에게 아파트 공사 완료를 약속하고 잔금을 선납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미 한 차례 공사 중단을 겪은 적이 있던 터.

결국 대주건설은 3.37%의 공정률을 남기고 2010년 3월 최종 부도처리가 됐다. 그 전에 입주해 살던 주민들이 각종 하자에 시달리자 대한주택보증공사(현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완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순천시로부터 아파트 사용승인도 허가되지 않은 상태라 보증공사의 보증사고사업장으로 신고된 이후, HUG가 완공하여 사용승인 절차가 완료됐다. 이내 HUG 측은 입주민을 상대로 ‘분양잔금 지급소송’을 제기했고 입주민들은 잔금을 두 번 치르는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됐다.

청원인은 HUG 측이 입주민들이 선납한 잔금 전액을 다시 납부받아 공사 투입비용을 제하고 다시 시행사에 돌려주면 알아서 찾아오라고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HUG는 2008년부터 현장에 개입해 공사금을 관리했고, 시행사 대신해 은행에 중도금 이자까지 대납하고 보증사고사업장 지정을 막아주면서 잔금선납을 묵인 및 유도했다는 것이다.

청원인은 “모든 정황을 알고 있었던 보증공사가 잔여 투입 공사대금만 청구했다면 이런 세월이 지나왔을까?”라고 한탄했다.

이에 대주보 측은 계약관계를 강조했다. 시행사로부터 받은 투입비용이 아파트 짓는 과정에서 부족하면 건설사에 추가금을 요구하는 관계라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고 비용이 남으면 건설사로 돌려주는 절차대로 이행했다는 입장이다.

대주보 관계자는 “(공사)투입비용은 건설사와의 문제다. 입주민들과는 소유권을 이전하는 관계에 있어 별개다. 건설사에는 선납 비용을 요구하고 돌려주는 관계로 입주민들의 별도 선납은 알 수 없는 부분으로 계약관계에 맞게 계약금 받아 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주택법에 의해 설립된 분양보증회사로 위 아파트 분양에도 보증했다. 해당 약관에는 선납한 잔금은 보증대상에서 제외하고, 보증 사고가 발생하여 분양이행(공사를 완공하여 소유권 이전함)을 하는 경우 입주 예정자는 잔금 전부를 다시 HUG 측으로 납부하게 되어 있다.

임형태 변호사는 “최소한 입주민들의 잔금으로 상당 부분 공사가 진척되었으므로 그 기여분만큼 추가 납입할 잔금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두 줄짜리 약관 대문에 10년간 해결되지 못한 게 아쉽다. 약관이나 법을 잘 만들고, 이를 해석하는 사법기관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억 7천만원 빚이냐, 오르는 집값이냐


2019년 5월, 10년이 넘는 소송에 지친 주민들이 2심 재판 중에 제안된 화해조정안을 수용하기로 동의했다. 법원이 보낸 화해조정안에는 분양 잔금인 약 6천만원을 내고 채권최고액 1억 1천만원 상당의 근저당을 1순위로 설정하면 소유권이전 등기를 해주겠다는 조건이 있었다.

또 다른 입주민은 “5월 말 드디어 바라던 등기권리증을 10년 만에 우편으로 받았다. 다시 6천여만원을 대출받아 납부하고 받은 등기권리증에는 근저당 1억1000만원이 되어 있어 사기 친 것도 나쁜 짓 해서 뺏는 것도 아닌데 분노와 허탈만 남았다”며 “공기업이 좀 더 적극적으로 수분양자들이 잔금을 선납하려고 할 때 개입을 하거나 사고사업장 지정을 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분양 시, 잔금은 입주하는 날 치르는 것이 정식 절차다. 건설사가 부도나기 직전, 분양받은 입주민들은 완공을 두고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결국 미리 치른 잔금 때문에 10년째 골머리가 썩고 있다.

대주보는 1심에서 입주민들을 상대로 승소했다. 계약서상 입주민들은 소유권 이전을 받기 위해 잔금을 대주보에 내야 한다. 아파트 분양 시, 중도금과 계약금을 보증해주지만, 보호 대상이 아닌 잔금은 별도의 계좌에 납입하면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 대주보 측의 주장이다.

HUG 관계자는 “법원에서 화해 조정안을 보낸 것이다. 건설사에서 보증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중도금과 계약금을 보증해주지만, 잔금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별도의 계좌로 선납되면 확인이 되지 않아 절차대로 잔금을 치르면 입주가 즉시 가능하도록 해두었다”라며 “다만 증도세 관련 분쟁이 있으나 지연이자 등의 부분은 9% 정도 배상금을 감면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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