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를 가진 대우(建)와 1을 가진 경남(建)의 전쟁

‘모두를 가질 것인가’, ‘하나를 지킬 것인가’ 시작된 갈등
메가타운의 포부 VS 7년간의 지킴…승리깃발은 누구에게

[일간 리웍스리포트] 아흔아홉을 가진 자가 하나를 채우기 위한 욕심도 하나에 목메어 끝까지 갖고자하는 욕심도. 끝없는 욕심과 욕망에서 비롯된다.

백의 전쟁을 알리는 서막. 그 닻이 올랐다. 골리앗의 대우건설이냐, 다윗의 경남기업이냐.

성경은 영리하고 현명한 다윗의 승리로 귀결되지만 현실에서의 골리앗은 거대한 산과 같다.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산과 그 속에 부는 바람과 같은 전쟁이 우리들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지 과정을 지켜볼 뿐이다.

 
재건축단지 수주를 놓고 벌이는 대우건설과 경남기업의 전쟁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전의 안산시 원곡동과 초지동 일대의 연립단지는 조용한 시골마을의 전경이었다.

재건축사업이 시작된 것은 바야흐로 10년 전인 2002년부터지만 그 누구도 재건축으로 인해 이렇게 주민의 목청이 높아지고, 30년 넘게 살아온 이웃사촌이 삿대질하며, 검찰과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사태는 예상하지 못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던 5개 연립단지(원곡1, 2, 3, 초지1, 초지상)는 작년 초지1과 초지 상재건축단지가 대우건설의 손에 맡겨지면서 까지도 그들은 행여나 하는 심정으로 사태를 지켜볼 뿐이었다.

지금 이곳 안산 연립재건축 5개단지는 모두 하나로 묶어도 될 만큼 그 형태가 우수하고 지하철 등 교통시설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단지 하나의 규모가 1000여 세대가 넘어 모두 합하면 6000세대 급 초 대형단지가 새롭게 탄생한다는 기대다.

▲ 안산 원곡동 초지동 5개 연립재건축 단지.
이곳은 현재 초지상과 초지1단지를 대우건설이 수주했으며 남은 원곡1, 2, 3단지 중 1과 3단지는 10년 전 대우건설이 수주했으나 법적불인정으로 재선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태의 발단은 원곡2단지재건축에 있다. 2003년 당시 대아건설이 이곳의 사업권을 수주했고, 이후 경남기업과 통폐합되면서 경남은 10년 가까이 이곳을 관리해왔지만 역시 법적 불인정 단지이다.

‘백의 전쟁’의 도화선이 발화된 것은 작년 4~5월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우건설은 10년 전 원곡2단지를 상가가 많아 주민동의를 받는데 문제가 있다는 판단으로 수주목록에 올리지 않았다. 대아건설이 수주한 것도 경쟁자가 없었던 이유가 크다.

▲ 안산 원곡연립2단지 전경

10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원곡1, 3단지보다 빠른 동의가 이뤄졌다. 원곡2단지 조합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다른 곳(원곡1, 3단지)보다 조합설립동의서가 빨랐던 이유는 단 하나다. 주민 화합이 잘됐다는 것. 주민들이 믿고 사업에 대한 의지가 컸다는 그것이 전부다.”

그곳이 이제 시공사를 선정하는 입찰공고를 지난 3일 마치고 시공사를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했으나, ‘주민감시단’이라는 이곳 조합원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12시간의 대치속에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현장설명회를 지켜본 업체는 모두 7~8곳으로 극동건설과 현대산업개발, 계룡산업, KCC건설, 현대건설, 경남기업 그리고 대우건설 등이다. 하지만 이곳의 경쟁에 참여할 업체는 단 두 곳. 대우건설과 경남기업뿐이다.

두 곳만 입찰에 참여하면 원곡2단지는 이 두 곳을 놓고 소유자의 투표를 통해 경합을 벌인다. 경합결과가 대우건설일지, 경남기업일지 그 속은 알 수 없다.

◆‘대우’ 이들이 원곡2단지에 주목하는 이유

▲ 안산 원곡연립2단지 전경

대우건설은 이곳 5개 단지 중 초지1과 초지상연립재건축단지를 작년에 차지했다. 그리고 원곡1, 3단지도 사실상 무혈입성이 예상된다. 결국 5개 중 4개를 가진 것이다.

그런데 왜 나머지 하나에 목메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그것은 이렇다.

5개 단지 중 원곡2단지는 중심부에 위치한다. 상가가 많아 사업성 및 동의서 징구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으로 제쳐 두었던 이곳이 사업이 빨라지고 입지가 좋다. 그리고 전체를 하나의 단지로 만들기 역시 좋다.

대우는 작년 4~5월 경 5개 단지 전체 수주를 통해 ‘푸르지오 메가타운’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6000여 세대급 초대형 푸르지오타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단지가 클수록 분양 등이 유리해 사업성이 높아지며, 지역의 랜드마크를 만들기도 비교적 쉽다. 이것이 이유다. 중심부에 위치한 이곳을 빼놓고는 ‘메가타운’이라는 명칭이 어울리지 않는다. 심장과 같은 핵심부를 놓고는 그 말이 무색해 진다. 처음부터 그럴 계획이었다면 대우는 원곡2단지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계획은 작년에 수립됐다.

이곳 소유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분양받는 수요자의 입장에서도 6000세대급 메가타운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경남이 끝까지 사수하겠다는 이유는/

많은 피를 쏟아내고서라도 경남이 이곳을 사수하겠다는 의지 또한 강하다. 2003년 사업을 수주하고, 조합설립인가를 받기까지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아무리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업수주라지만 경남이 이곳을 방치했겠는가. 경남은 이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이미 이곳(원곡2)은 자사가 사업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관리를 해오던 곳이다. 어느 곳도 그것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상당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곳을 놓치리라는 것은 생각해 본적 없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른 곳(대우)이 차지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상도도적으로도 옳지 않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 경남의 브랜드(아너스빌)를 세우기를 원하고,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조합과 주민의 갈등 양상, 소송도 불사…왜 이렇게 됐을까.

▲ 안산 원곡연립2단지 전경

이곳에 주민의 동요가 일고 의견이 갈리는 현상이 시작된 것은 지난 5~6월 경이다. 조용한 시골처럼, 인심 좋은 옆집 아저씨처럼 그렇게 사이좋은 사람들의 마음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단지 내에 비방성 선전물이 나돈 시기가 이쯤이다. 단지 내에 속칭 ‘OS’라는 홍보전담 직원들이 돌기 시작했다. 어깨처럼 편파 되는 ‘경호요원’들도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월 이곳에 ‘주민감시단’이라는 이름의 반대파가 꾸려졌다. 본격적인 조합집행부와 주민감시단의 충돌이 시작됐다.

주민감시단은 조합총회에서 선정한 이사들의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결국 법원에 조합이사 직무정지 가처분이 진행됐으며, 조합설립인가 무효소송도 진행됐다. 조합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사들을 선정했다고 맞섰다. 결과를 예측할 수없는 혼돈의 세계로 진입했다.

업계에서는 이곳이 혼돈의 세계로 가는대는 외부세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세력이 이권을 놓고 벌이는 한판승이라는 것이다. 결국 순박한 이곳 소유자는 조종하는 자에 의한 조종당하는 자 ‘꼭두각시 놀음’을 하는 것일까.

어느 세력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주민감시단은 ‘대우건설’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미감시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가진 아파트의 가치가 올라가려면 좋은 브랜드가 입지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대우는 경남보다 브랜드는 좋지 않은가”

아파트 품질의 시대는 지났다. 어떤 업체나 아파트는 잘 짓는다. 대형사든 중·소업체든 아파트를 짓는 것은 다 같은 하청업체다. 결국 브랜드로 아파트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말이다.

◆한적한 변두리 안산, 허름한 연립이 세간에 주목받는 이유

업계에서는 이곳이 근래 보기 드문 가장 큰 ‘경합 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10년 10월 서울이 공공관리제도(재건축·재개발에서 시공사를 선정하지 않은 곳에 한해 서울시가 사업관리를 맡아 하는 제도)를 시작하면서 서울의 재건축·재개발사업은 조합설립인가 이후가 아닌 사업시행인가 이후 건설업체를 선정한다. 서울의 수주 터가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다. 사업인가를 받기까지 1년여가 추가로 소요되는데 작년인 2011년 서울은 단 한 곳의 재개발·재건축도 시공업체 입찰공고가 없었다. 기존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재선정하는 2~3곳 외에는.

건설업체는 작년 경기도를 주목했다. 안양, 의왕, 수원, 구리, 남양주, 고양, 부천, 안산 등에 업체가 몰린 이유다.

우리는 기억한다. 작년의 부동산경기를. 싸늘한 바람만 불던 서울·수도권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일본의 사례가 우리에게도 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무성했다.

미분양이 적체되고, 일반분양 광고를 퍼부어도 미분양은 해소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건설사는 극한의 경쟁을 피했다. 수익이 있을지도 모를 곳에 총알을 쏟아 붓을 이유가 없다.

작년 한해, 단 한 곳도 수주를 위해 업체간의 경쟁이 있었던 곳은 없다. 다만, 조합원과 건설사간의 ‘담합이다’, ‘아니다’의 말만 오갔을 뿐이다.

 

그런 가운데 이곳의 분위기는 다르다. 2010년 8~9월에 있은 강동 고덕6단지에서의 시공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극한으로 드러난다.

나쁜 것은 주민 간 분열이 심하다는 것이다. 시공사선정이 끝나도 그 분열은 끝나지 않고 계속된다.

서울 서초 반포동의 한 조합장은 이렇게 회고했다.
“시공사를 선정하던 그 당시 3개업체가 서로 차지하겠다고 얼마나 치열했는지 모른다. 업체는 OS등 홍보직원을 동원해 자기에게 한 표 찍어달라는 부탁과 설득을 병행하며, 조합원들은 서로 자기가 찍는 업체가 좋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문제는 업체 선정이 끝나고도 계속됐다. 심지어 자기가 원했지만 떨어진 업체에 떡까지 가져다주며, 안쓰러움을 달랬을 정도였다.”

분열의 골은 깊어진다. 시간이 지나 해결해 주지 못하는 듯하다.

좋은 점은 제시되는 공사비가 낮아진다는 것이다.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피를 쏟아야 한다. 결국 조합원이 원하는 것은 낮은 공사비로 인한 저렴한 분담금(추가로 내야 하는 금액)이다.

수주 경쟁으로 인해 공사비가 낮아진다는 것 또한 좋은 점이라고 볼 수 없다. 수주때는 가계약을 하며, 사업시행인가 이후 본계약을 체결한다. 이 때 시공사는 물가상승, 설계변경 등을 이유로 높은 공사비를 제시한다. 업체와의 계약해지 사태가 이로 인해 발생한다.

◆오는 3월 대우와 경남의 싸움은 끝난다

원곡연립2단지는 재공고를 통해 지난 달 27일 현장설명회를 마쳤다. 현설 결과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경남기업, 에스케이건설, 계룡건설, 극동건설, 두산건설, 한라건설, 대우건설 등 9개 업체가 참여했다. 입찰마감은 오는 17일이다. 그 후 약 20일 뒤 총회가 개최된다.

어느 업체가 됐든 조합원에게는 좋은 업체일 것이다. 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좋은 아파트를 짓지 못하는 업체는 수주경쟁에서 밀릴 것이다.

조합은 그 뒤의 일처리를 잘해야 한다. 조합원이 분열하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써야 할 것이다.

경남의 ‘아너스빌’이든 대우의 ‘푸르지오’든 그들은 최선을 다할 것이고, 조합은 열심히 들어야 할 것이다. 재건축되면 최대 40~50년의 세월을 버틴다. 내가 살고 자녀가 산다. 한번 잡은 터전은 쉽게 바꾸지 못한다. 재건축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리고 하나 대우와 경남은 부디 페어플레이 한다는 마음과 진정성 있는 조합원 중심의 접근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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