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외 광고판 욕심에 ‘부당계약’·청소원 ‘무단 해고’
-LG 회장 장인에 고모들까지…공든 LG 이미지 ‘훼손’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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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과거 기업의 목적은 이윤창출이었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기업의 목적도 달라지고 있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커지는 상황. 하지만 본질이 왜곡된 채 힘없는 ‘을’에게 ‘갑질’을 일삼고 있는 대기업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최근 MBC 등 국내 유력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건물 옥상에서 광고판을 운영하는 한 광고업체가 억울하게 회사 간판을 내릴 처지가 됐다. 땅 주인인 LG그룹 구광모 회장의 장인이 광고판 운영권을 넘기지 않으면 광고를 다 끊어 버리겠다고 협박을 했다는 것.

이 건물 옥상 사용권은 땅 주인인 정기련 보락 대표에게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정 대표는 한 중소 광고대행사에 이 옥상 사용권을 월 2500만원에 임대했다. 직원이 5명가량인 한 소규모 광고 업체는 LG전자 건물 옥상에 대형 광고판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건물은 LG전자 소유지만, 옥상 사용권은 땅 주인이 갖고 있어 월 임대료 2500만원은 정 대표에게 지불하고 있었다.

그런데 재계약을 앞둔 지난해 6월, 땅 주인으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듣게 됐다. 정 대표가 전광판 운영권을 넘기라고 요구한 것. LG계열사인 HS에드까지 광고판을 철거하라는 내용증명과 이를 따르지 않으면 광고 계약도 해지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광고 업체에게 보내 왔다는 것.

광고업체는 땅 주인이 LG회장의 장인이기에 계약이 부당함을 알았지만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정 대표 측은 광고업체가 임대료에 비해 전광판으로 많은 수익을 올린 것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이 위치한 강남 학동사거리는 유동 인구가 많은 데다 건너편에는 삼성전자 대리점이 있다. LG와 삼성이 마주 보고 있어 광고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

광고 업체는 “강요와 압박에 따른 부당 계약”이라며 정 대표를 고소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법 전문가들은 “문제가 있는 계약이고 무효화 가능성도 있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 측은 “대기업 총수 장인이라는 것 때문에 오히려 부당한 요구를 받고 있다며 더 이상 옥상 임대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LG 건물 청소노동자 ‘집단해고’…두 달 넘게 농성 중


또 지난 연말부터 LG트윈타워 건물에는 청소노동자들이 집단 해고를 당해 두달 넘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평소 ‘윤리경영’을 강조해온 LG 건물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계속 일하게 해달라”는 것.

LG트윈타워에서 근무하던 청소노동자들은 LG그룹의 직접고용자는 아니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두 고모들이 50%씩 지분을 나눠 소유한 ‘지수아이앤씨(지수)’라는 용역업체 소속이었다. 지수와 LG 사이에는 (주)LG가 100% 지분을 출자해 만든 자회사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이앤아이)’이 하나 더 있었다.

시위의 불씨는 청소노동자들이 지난해 11월 말 계약해지 통보를 받으면서 당겨졌다. 건물 관리를 맡은 에스앤아이가 하청업체 지수와 계약을 종료해 지수 소속 청소노동자들 82명이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해고된 상태. 청소노동자들은 계약해지가 부당하다며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농성을 지난해 12월 16일 시작했다.

에스앤아이는 계약 종료에 대해 LG트윈타워에 입주한 고객사의 ‘청소상태 불만족’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 2019년 청소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고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보복성 해고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청소노동자들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저임금과 무급 강제노동에 시달렸고 ‘사람다운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싶다’는 최소한의 노동기본권을 지키고자 조합에 가입했다. 밥 먹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지적하는 가하면 임금은 최저임금에 ‘근무시간 꺾기’도 있었다. 평일 휴게시간을 30분 더 잡아 일주일에 2.5시간의 근무시간을 깎고 격주에 한 번씩 토요근무를 시키는 방식이었다.

노조는 지난달 4일 “법원에서도 LG가 진짜 사용자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청소노동자의 투쟁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해줬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간접고용노동자의 고용불안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면서 “원청인 LG그룹이 청소노동자 고용승계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고 정부도 간접고용노동자의 고용승계를 의무화 하는 법제도 정비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LG트윈타워 본관 로비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지만 LG 측은 노조와 단 한 번의 대화조차 하지 않고 있다.


‘선한 기업’ 이미지 훼손…“LG 불매운동 해달라”


이제는 기업들이 품질·가격 등 경영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도덕성까지 관리해야 생존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위 사례와 같은 LG 친인척들의 행동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행동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직접 경영에 나서지 않더라도 기업의 친인척 문제로 기업과 주주, 회사 제품을 판매하는 대리점들은 피해를 본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가족 구성원 일부의 ‘갑질’ 행위가 기업에 대한 비난으로 돌아오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거리로 나와 ‘LG 불매운동’ 시위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거리 두기’가 모두를 지키는 방법이듯 고용관계, 계약관계로 맺어진 사람 사이에도 ‘선’이라는 게 존재한다.

‘갑질’과 ‘이권’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LG그룹의 고(故) 구본무 회장은 ‘정도(正道)경영’의 표본이었다. LG그룹의 전성기를 이끌어 온 구본무 회장이었지만 평소 겸손한 언행으로 그를 존경하는 이들도 많았다. 덕분에 LG 하면 ‘착한기업’, ‘좋은 제품 만들고 선행도 하는데 홍보를 잘 못하는 기업’이라는 인간적인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였다.

생전 구본무 회장은 “LG가 협력회사들이 가장 신뢰하고 거래하고 싶은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라”고 당부하고, 고객가치를 강조했다. LG경영진도 그 말을 다시 한 번 새기길 바란다. 상생과 인간존중이란 경영이념을 실천해 많은 이들이 귀감이 된 선대의 가치가 휘청이지 않으려면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LG 경영진이 반응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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