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주류 소비 전년대비 13.7% 증가

해외 주류 수입 하락세…국산 수제맥주 수요 커져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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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경제칼럼] 경기도 안양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코로나19 이후로 저녁을 먹으며 반주를 즐긴다. 요새 편의점에서 4캔에 만원 하는 수제맥주들이 다행해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도) 높은 홈술 라이프에 만족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퇴근 길 편의점에 들러 취향에 따라 수제맥주를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외출과 모임이 줄면서 국내 맥주 시장에서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혼술(혼자마시는 술)’을 즐기는 이들이 증가했다. 주류 시장의 주 무대가 업소에서 가정으로 이동한 것이다.

통계청 2020년 지출부문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주류 소비는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홈술족이 늘어나면서 가정용 주류 소비가 급증한 것. 지난해 전국 1인 이상 가구가 대형 마트 등에서 주류를 구매하는 데 쓴 월평균 금액은 15673. 전년 대비 주류 구매가 두 자릿수 급증한 건 통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주류 수입현황을 보면 전체 주류 수입량은 전년보다 감소했으며 맥주와 청주는 각각 22.8%, 45.4%씩 감소했다. 와인과 같은 과실주 수입

주류 수입량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평균 28.5%씩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9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20년에는 전년 대비 13% 이상 줄었다.

특히 주류 수입량 1위인 맥주가 2018395021톤 수입된 이후, 2019362027, 2020279654톤으로 수입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는 수입맥주 시장 1위를 차지하던 일본산 맥주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인한 반사이익과 수제맥주 등 타 주류 소비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됐다. 또 해외맥주 수입이 감소된 것은 국내 수제맥주의 인기 상승에도 이유가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20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소비자의 월평균 음주 빈도는 9.0일 이었다. 20198.5일에서 0.5일 늘어났다. 또한 지난해 음주 트렌드로 혼술(74.9%)’홈술(72.0%)’을 가장 많이 꼽았다. 술 종류별 음용 비중은 맥주가 41.4%로 가장 컸고 그다음으로 소주(32.7%), 전통주(15.1%), 와인류(4.5%)의 순이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음주경험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혼자 또는 소규모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늘었다는 응답이 46.5%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시대가 수제맥주 업계에는 호재인 셈. 올해 역시 무더위가 전망되는 여름 날씨도 수제맥주 업계에는 희소식이다.


수제맥주 춘추전국시대 매출 1000억 돌파


2020년 국내 수제맥주시장 규모는 1000억을 돌파했다. 2017436, 2018631, 2019800억에 이어 20201180억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산 수제맥주 시장 규모가 2023년에는 37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핫한 곰표밀맥주. ‘없어서 못 마신다는 곰표밀맥주는 늘 상한가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카스·테라·하이네켄 등을 제치고 전체 맥주 부문 매출 1위에 올랐다. 신기록 제조기로 불리는 이 제품은 곰표대한제분과 수제맥주 제조사인 세븐브루이가 협력해 지난해 5월 편의점 CU를 통해 출시했다. 이달에는 출시 3일 만에 초도(初度) 물량 10만 개의 기록을 세웠고, 2주가 가까워지는 지금(13일 기준) 300만 개 완판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곰표밀맥주의 연령대별 매출 비중은 20(43%)30(44.4%)가 많았다.

잘 팔리는 건 이유가 있었다. 맥주 캔부터 복고감성의 곰표마스코트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맛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밀로 만든 이 맥주는 은은한 과일 향과 깔끔한 향에 500ml가 결코 많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이다.

수제맥주의 선두주자 격인 곰표맥주를 판매하는 CU에서 이 제품의 매출이 급증한 이유는 주세법 개정으로 출고가가 낮아지고, 위탁생산(OEM)으로 공급량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류 제조업체가 다른 제조업체 시설을 이용해 수제 맥주를 위탁생산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 것도 한 몫 했다.

곰표밀맥주의 성공에 힘입어 많은 업체가 수제맥주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집콕시대의 여름을 앞두고 수제맥주 시장이 뜨거워 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혼술, ‘알코올 의존증주의 요망술의 순기능을 활용하시길


맥주는 5000년 전에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돼 이집트와 유럽으로 전파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사회에서는 노동요가 있었다. 신라향가와 같은 노동요로 고된 노동의 시름을 달래고 새참으로 막걸리를 마셨다. 그래서인지 술은 문화적인 느낌도 있다.

요즘 직장인들에게도 맥주는 위로다. 날이 덥거나 중압감에 시달릴 때 청량한 탄산과 적당한 알콜이 섞인 맥주 한모금은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며 스스로 토닥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퇴근하고 치맥은 조금 지쳤거나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날 동료들에게 외치던 고유명사 같은 것이었다.

이젠 코로나19로 모임과 회식 등이 모두 취소되면서 퇴근 후 간단하게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을 하거나 가까운 지인을 초대해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위험한 법.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게 언제나 좋지만은 않다. 혼술은 술을 마시는 데에만 집중하게 돼 습관화 될 가능성도 높다. 알코올은 1군 발암물질로 각종 질병과 암의 원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혼자 술을 마시면 음주량을 자제하기 어렵고 이는 자칫 알코올 의존증이라 불리는 알코올 사용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기분이 안 좋을 때 마시는 술은 적절한 피드백을 받기가 어려워 문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금단증상이 일어나고 즐거움을 얻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마시는 술의 양이 점점 늘어나 남용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하루 한 두 잔의 음주도 매일 마시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술은 조금만, 천천히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도 취중진담이라는 말처럼 술의 순기능을 무시할 순 없다.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중 한 명인 에우리피데스는 한 잔의 술은 재판관보다 더 빨리 분쟁을 해결해 준다고 말했다.

순간의 괴로움을 잊으려고 급하게 술을 마시다가 과해져 다음날 숙취로 하루를 날려버린 경험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지끈거리지 말자. 어떤 것이든 장단점이 있다. 술의 순기능을 생각하자. 지나치지 않으면 음주는 원활한 사회생활과 심리적 불안감 해소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취하기 위한 폭음은 지양하자. 대신 개인의 취향 껏 편의점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수제맥주를 골라 맛과 향을 음미하는 건강한 음주 습관을 키우는 건 어떨까.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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