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원 인사 단행으로 승진 발령된 김정수 부회장 겸 대표이사(왼쪽)와 장재성 부사장.
▲최근 임원 인사 단행으로 승진 발령된 김정수 부회장 겸 대표이사(왼쪽)와 장재성 부사장.

오너는 기업의 뿌리와 같다. 오너리스크는 기업의 근간을 흔들기에 임원 인사도 신중을 기하는 일이다.

최근 단행된 삼양식품 임원 인사를 두고, 긍정과 부정이 뒤섞인 여론이 형성됐다. ‘불닭신화를 일으킨 장본인이자, 횡령 혐의로 물의를 빚은 김정수 총괄사장이 부회장 겸 대표이사에 올랐기 때문.

이번 임원 정기인사를 통해 김정수 총괄사장은 부회장으로, 장재성 전무(전략운영본부장)는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됐다. 김정수 부회장은 해외영업 등을 맡고, 장재성 부사장은 기획, 재무 등을 관리하는 투톱체제로 전환, 삼양식품을 이끈다.

앞서 김 부회장은 회삿돈 49억원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횡령 혐의로 지난해 1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대법원 선고를 받았다. 특경법 14조에 의해 이후 취업이 제한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법무부 허가를 받고 지난해 10월 삼양식품 총괄사장으로 재취업했다.

삼양식품의 해외영업·마케팅을 책임지게 된 김 부회장은 국내 매운맛 돌풍을 일으킨 불닭볶음면 출시 주역이기도 하다. 불닭볶음면은 해외시장에서도 통했다. 2015300억원 수준이었던 해외매출이 지난해 3703억원에 달하며 10배 이상 성장했다.

사진_불닭볶음면(삼양식품)
사진_불닭볶음면(삼양식품)

때문에 김 부회장의 오너리스크 논란에도 향후 본격 해외시장 공략으로 삼양식품의 탄력성장을 이어 가리란 긍정 요인도 작용한다.

그러나 김 부회장의 경영 복귀는 비판 여론을 거듭 생성했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10월 논평을 통해 기업의 경영공백 우려를 이유로 법무부가 총수일가의 취업승인을 허가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횡령·배임 등 특경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에 일정기간 취업 제한을 두는 이유는 범죄와 관련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경우 재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정경제사범이 범죄에 연루된 기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일정기간 제한함으로써 기업의 건전한 경영을 도모해야 한다는 취지.

김 부회장의 이 같은 전력은 지난 3월 그가 맡게 된 ESG위원회 위원장직에 대한 적정성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기업의 윤리경영을 이끄는 데 대한 자격론이 불거진 것인데, 윤리적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은 국내 대표 식품 수출기업으로서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대응하고,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다고 밝혔다. 글로벌 외부환경 대응을 위해서는 비록 논란이 있지만 김정수 부회장이 적임자라는 게 삼양식품 측 설명이다.

한편, 삼양식품은 임원 인사와 함께 해외시장 본격 공략을 위한 조직개편도 이뤘다.

밀양공장 준공을 대비해 김동찬 이사를 생산본부장 상무로 승진 배치하고, SCM체계 정비 및 국내외 물류 기반 구축을 위해 물류 전문가인 박경철 상무를 전진 배치했다.

또한 삼양식품은 최근 중국·미국법인을 설립하고, 아랍에미리트 사르야 제너럴 트레이딩MOU를 추진하는 등 해외사업 비중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전략을 대폭 수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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