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ㅅㅇㅋ_경제의 시선] 대선 후보도 주목한 중고차 시장'대기업 진출할까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에 업계 반발국내 진입장벽 높아

중고차 시장 투명성 재고되고 소비자 안전우선 고려돼야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지난해 4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9.9%가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은 혼탁·낙후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최근 대선 후보들도 중고차에 대한 공약을 할 만큼 관심이...<본문 중에서>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지난해 4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9.9%가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은 혼탁·낙후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최근 대선 후보들도 중고차에 대한 공약을 할 만큼 관심이...<본문 중에서>

[ㄴㅅㅇㅋ_경제의 시선] 최근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허위매물 근절을 내걸며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대선 후보가 허위매물을 뿌리 뽑겠다고 언급함에 따라 중고차 시장을 향한 대중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중고차 시장의 등록 대수는 연간 390만대에 이른다. 최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등록 대수는 394만대에 달했고, 신차등록은 173만대로 집계됐다. 중고차 시장이 2배 이상 큰 것. 케이카(K-Car)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39조원이며 오는 2025년에는 5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으로 중고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신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각국의 완성차 업체들은 발 빠르게 중고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온도차가 존재한다.

우리나의 중고차 거래는 폭발적이다. 여전히 허위매물, 성능점검 미고지 등의 문제가 남아있어 아직 개선점이 많다. 미국·일본 등은 미이 완성차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반면 한국은 완성차 기업의 진출길이 잠시 막힌 상태다.

국내에서는 중고차 시장이라 하면,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를 먼저 내보인다. 가짜 매물을 올리고 손님에게 다른 차를 보여 주거나, 주행거리나 사고 경력이 조작된 차들이 팔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피해와 민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중고차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에 지인끼리 중고차를 거래하는 이들도 많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지난해 4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9.9%가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은 혼탁·낙후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최근 대선 후보들도 중고차에 대한 공약을 할 만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 진출에 본격 착수했다. 완성차 업체와 소비자는 반기는 반면, 기존 중고차 매매상은 대기업의 진출을 꺼리는 분위기다.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중고차 시장에는 엔카, 케이카 등 대기업 기반 매매 플랫폼이 운영되는 상황에서 정작 완성차 업체는 막는 것은 역차별이란 목소리도 있다. 중고차 거래 시 정확한 시세 파악과 함께 안전한 거래가 이뤄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중기부, 14일 중고차 생계형적합업종 심의 첫 회의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사업에 주목하는 건 시장의 성장세에 있다. 코로나19로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중고차 시장이 국내외에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 국내 완성차 업체에 대한 중고차 시장의 문이 활짝 열인 건 아니다. 중고차 사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만 진입할 수 있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된 후 20192월 지정이 만료됐다. 지난 3년여 간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를 저울질 해 온 정부지만 아직 이렇다 할 답을 못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고차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오는 3월 이후 열릴 예정이다.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 진출 시 생계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중고차판매업의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완성차 업체 등 대기업은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와 소비자 후생 개선, 수입차와 형평성 등을 주장하며 중고차시장 진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수입차는 직접 중고차 판매도 병행하고 있다.

흔히 중고차 시장을 레몬마켓으로 부른다. 미 조지타운대 조지 애컬로프 교수가 1970레몬 시장: 품질 불확실성과 시장 메커니즘이라는 논문을 통해 처음 언급했는데,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 정보 비대칭으로 불량품이 나도는 시장을 이른다. 판매자는 차량의 사고 경력, 주행거리 등을 잘 알지만 이를 사실대로 고지하지 않으면 구매자는 모를 수밖에 없다.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실제 품질은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보니 소비자들의 불신도 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차를 매매할 때 약 55%는 당사자 간 거래로 이뤄지고, 매매사업자를 통한 거래는 45%. 당사자 간 거래가 절반을 넘는 이유는 파는 쪽이나 사는 쪽 모두 제값을 받을 수 있고, 허위매물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고차 매매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만약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믿을 수 있는 중고차를 구매할 방법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중고차 매매 다양화·차량 이력 정보 공개 강화돼야


물론 대기업의 독점적 지위가 남용되지 않도록 정부의 감시가 필요하겠지만, 국민 대다수는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진출을 반대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원하는 이유는 신뢰도 높은 정비와 점검·보증 서비스다. 기존의 중고차 업체를 통해 차량을 구매할 때보다 가격은 비싸겠지만 허위매물을 가릴 수 있고, 잠재 위험을 고려하면 인증된 중고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중고차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현대차그룹은 신차를 구매하러 온 소비자가 소유하던 중고차 매각을 원할 경우 대리점에서 매입하는 방식으로 물량을 확보할 방침이다. 매입 대상은 출시 5년 내 차량 중 주행거리가 10km 이하 차량으로 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차량의 제조부터 신·중고차 판매까지 독점하게 돼 시세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자동차는 편리하지만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이동수단이다. 팬데믹 시대에 대중교통도 꺼려지는 상황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자동차는 목적지로의 이동과 함께 도로 위에서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 중고차 시장이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소비자들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중고차 시장에서 의 입장인 경우가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중고차 중개·매매 관련 상담 건수는 2021년에만 총 4663건에 달했다.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는 차량인지 명확히 밝혀질 때 소비자 피해를 줄여나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중고차 매매시장의 고질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시장에 대한 신뢰도 회복이 힘들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또 중고차 구매 시 차량 연식에 비해 주행거리가 지나치게 짧은 차량은 조작을 의심해 보고 공식 정비센터의 기록을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이런 확인 절차 없이도 믿고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정부도 이끌어 줘야하지 않을까. 여전히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 비대칭이 큰 중고차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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