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도미노 인상, 외식가격공표제에 자영업자 물가상승 희생양 되나

재정 지출이 물가상승 부추겼다비판도물가 안정에 초록불 켜질까

소주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가격을 인상하면서 나머지 소주 업체들도 출고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격 인상에는 주정·소주주병 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소주의 핵심 원료인 주정을 판매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최근 주정 가격을 10년 만에 7.8% 인상했다. 소주 업체는 대한주정판매에서 사들인 순도 95% 주정에 물과 감미료로 희석시켜...<본문 중에서>

[ㄴㅅㅇㅋ_경제의 시선]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가격 인상을 억제해 오던 주류업계가 제품 출고가 인상을 단행한다. 술값인상 소식에 서민들은 이제 집에서 혼술을 해야 할 지경이라고 푸념한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23일부터 소주류 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7.9% 인상한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가격 인상은 3년 만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최근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공병 취급수수료 등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또 무학은 내달 1일 소주 좋은데이화이트의 출고가를 평균 8.84% 인상한다. 보해양조도 내달 2잎새주’·‘여수밤바다등의 출고가를 평균 14.6% 인상한다.

이젠 식당에서 소맥을 마시기 위해 소주와 맥주를 1병씩만 주문해도 1만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 값은 40000~5000원 이었지만 인상 이후에는 5000~6000원의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또 맥주 가격도 오를 전망이다. 오는 4월부터 주세법 개정안이 적용됨에 따라 맥주 세금이 올라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류가격이 인상을 이어가면 식당가에서도 술 판매가격이 연이어 오를 전망이다. 이와 함께 외식물가를 포함한 물가 상승에도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부에서는 외식 가격 단가표를 공개할 방침이다. 정부가 치솟는 생활물가를 잡기 위해 이번 주부터 외식가격공표제를 본격시행하고 배달비도 조사해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음식 가운데 죽·김밥·햄버거·치킨 등을 비롯 자장면·삼겹살·갈비탕 등 총 12개 품목의 가격을 매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배달 앱 배달비도 공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에 대해 외식업계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외식업계는 물가 폭등의 책임을 자영업자에게 돌리는 행태라며 반발한다. 자영업자를 가격 인상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에서다.

삼겹살, 칼국수, 커피 등 이미 줄줄이 치솟는 상황에 이젠 서민술인 소줏값 인상소식이 들려오면서 서민들은 뒷목이 당겨온다. 이런 가운데 외식가격공표제가 물가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주정·병뚜껑 가격도 올라소주 가격 인상 불가피


소주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가격을 인상하면서 나머지 소주 업체들도 출고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격 인상에는 주정·소주주병 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소주의 핵심 원료인 주정을 판매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최근 주정 가격을 10년 만에 7.8% 인상했다. 소주 업체는 대한주정판매에서 사들인 순도 95% 주정에 물과 감미료로 희석시켜 소주를 만든다.

업계에 따르면 소주업체들에 주정을 판매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지난 4일부터 소주의 원료인 주정 가격을 7.8% 인상했다. 주정 값이 오른 건 지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소주병을 닫는 병마개(병뚜껑) 가격도 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병뚜껑 업체들은 최근 소주 병뚜껑의 가격을 평균 16% 인상했다. 맥주 병뚜껑의 경우 지난달부터 인상됐다. 가격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은 소주 대량 주문을 넣는 상황이다.

주류가격뿐 아니자 전반적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외식 물가지수는 지난해 1월보다 5.5% 올라 13년 만에 최대 상승치를 나타냈다. 김밥(7.7%), 햄버거(7.6%), 라면(7.0%), 치킨(6.3%), 삼겹살(5.9%) 등도 가격이 올랐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며 고단함을 풀던 시간마저 이젠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반응이 속속 등장한다.

주요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은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 등 외부요인도 있지만,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이유도 있다. 대선 전부터 오르는 물가는 서민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물가 오르면 서민 경제 위축 돼 대책마련 해야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정부도 상황을 심상찮게 보고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 할 방침이다. 일단 오는 4월 종료예정인 유류세 20% 인하 조치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석유 수요 강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고조 등으로 국제유가 고공행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 시중에 푼 돈이 물가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있다.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된 보복소비도 영향을 줬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통화량을 보면 매달 사상 최대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시중으·로 풀려나간 돈이 결국 물가를 자극한 셈.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21일 열린 TV토론회에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있다. 전 세계적인 추세다. 그런데 정부는 확장 재정을 하고 있다. 금리를 올리면서 동시에 확장 재정을 하면 금리 인상 효과가 상쇄돼 더 많은 금리를 올려야한다. 완전 엇박자다고 꼬집었다.

물가상승으로 외식업계는 울상이다. 일단 재료비도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식가격공표제가 시행되면 서로 견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값이나 재료가격이 많이 올랐다. 남는 것도 얼마 없는데 가뜩이나 없는 손님 떨어질까봐 메뉴판 가격을 조정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고 호소한다.

기재부는 외식·가공식품 등은 가격이 한 번 오르면 다시 내려오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높은 특성을 감안할 때 더욱 적극적인 물가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정부가 주요 외식 품목의 가격과 등락률을 매주 공표하는 외식가격공표제를 통해 강력한 물가 상승억제 정책을 편다. 정부는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지원하고, 정부의 시장 감시 노력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격 모니터링을 철저히 한다는 인식을 줘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기업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은 주의해야한다고 조언 한다.

이제는 퇴근 후 소주 한 잔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 식당에서 안주 값을 고민했지 술 가격은 신경 안 썼던 서민들의 일상에 이제 술마저 편하게 즐길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물가안정은 국민 생활을 돌보는 기본정책이다. 외식가격공표로 자영업자들을 서로 눈치 보게 하기 전에 정부의 재정 확장을 먼저 줄이는 게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 막대한 재정 지출을 멈추는 것과 동시에 확보해 둔 비축 물자를 풀어 급격한 물가상승을 완화하는 방법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새길 때다. 정부는 국가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도 함께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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