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정책 공약 ‘청년도약계좌’에 관하여

금융권에서는 청년도약계좌가 실행에 옮겨질 경우 10년간 80조 원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윤 당선인 캠프에서는 수십조 원에 달할 지원 금액 마련 방안을 언급한 바 없다. 선거대책본부 측은 상품 출시에 맞춰 가입 조건과 구체적 재원 확보 방안을...<본문 중에서>
금융권에서는 청년도약계좌가 실행에 옮겨질 경우 10년간 80조 원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윤 당선인 캠프에서는 수십조 원에 달할 지원 금액 마련 방안을 언급한 바 없다. 선거대책본부 측은 상품 출시에 맞춰 가입 조건과 구체적 재원 확보 방안을...<본문 중에서>

청년도약계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청년도약계좌도입 여부가 화제다. 국민의힘 대선 정책 공약집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는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청년(19~34)의 중장기 재산형성을 돕기 위한제도다. 70만 원 한도 내에서 연 3.5% 복리로 10년을 납입하면 1억 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예시도 함께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연 소득 2400만 원 이하의 경우 월 납입액은 최대 30만 원으로 제한되며 월 최대 40만 원까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연 소득 2400~3600만 원 청년의 경우 납입 한도가 50만 원까지 확대되고, 정부 지원금은 20만 원까지 줄어든다. 연 소득 3600~4800만 원의 경우 가입자는 월 최대 60만 원을 납입할 수 있고, 정부 지원금은 최대 10만 원까지다. 연 소득이 48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정부 지원금 없이 비과세 및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가입자들은 본인의 판단하에 투자 운용 형태(주식형·채권형·예금형)를 선택하며,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장기 실직, 질병 등에 의한 장기 휴직, 재해 등의 경우 중도 인출과 재가입을 허용한다.


금융권의 비판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역시 예산 관련 지적이다. 앞서 2년 만기 상품인 청년희망적금의 경우도 290만 명이 가입하며 추가 예산 책정이 불가피했다. 그런데 청년도약계좌는 10년 만기 상품에, 가입 대상 범위도 청년희망적금보다 넓다. 연 소득 3600만 원 이상 청년도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20~34세 취업자는 약 630만 명이다. 이들이 모두 청년도약계좌를 가입, 매달 정부지원금을 받는다고 가정하자. 최소 지원 금액인 10만 원만 받는다고 가정해도 1년이면 75600억 원이 필요하다. 이는 올해 국가 전체 예산인 607조 원의 1%가 넘는 금액이다.

공약집에 따르면 청년도약계좌는 재정으로 지원하는 유사 제도와의 중복 가입·지원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은 청년희망적금 기가입자(290만 명)에게 예외적으로 갈아타기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렸다. 청년희망적금 기가입자만 매달 10만 원을 받는다고 해도 1년이면 348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금융권에서는 청년도약계좌가 실행에 옮겨질 경우 10년간 80조 원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윤 당선인 캠프에서는 수십조 원에 달할 지원 금액 마련 방안을 언급한 바 없다. 선거대책본부 측은 상품 출시에 맞춰 가입 조건과 구체적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 전했다.


청년층의 비판


윤 당선인 측은 청년희망적금에서 청년도약계좌로의 갈아타기 혜택 부여 방안을 검토한다고 알렸지만, 갈아타기에 회의적인 가입자도 적지 않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희망적금보다 낮은 금리에 만기가 길기 때문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긴 만기가 부담스러운 점을 생각해 봤을 때 과연 이 제도가 가난한 청년들에게 적합한가 하는 의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청년 외 연령층과의 형평성 논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매달 몇십만 원을 지원하는 구조상 한두 살 차로 청년이 아니게 될 경우 수천만 원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2년간 몇십만 원을 지원하는 청년희망적금도 형평성 논란이 컸던 바, 이대로라면 청년도약계좌가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는 요원해 보인다.


현명한 공약이었는지


돈을 모으는 일에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든다.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는 대체로 평생 가난해 본 적이 없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목돈을 마련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주는 정부는 좋다. 그러나 그만한 시간과 여유를 갖춘 청년과 그렇지 않은 청년 중 어느 쪽이 지원의 대상이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정부도 필요하다.

어디까지 내어줘야 건강한 재정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아는 정부도 필요하다. 어느 한쪽을 돌보느라 다른 쪽이 소외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정부도 필요하다.

청년도약계좌가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 정부에서 내건 현명한 공약이었는지 판단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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