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유예, 스타벅스는 예정대로 다회용 컵 사용 확대


일회용 컵 보증금제와 자영업자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커피전문점 등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1회용 컵에 자원 순환 보증금 300원을 부과하고 소비자가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가맹점 수가 100개 이상인 105개 브랜드 매장 38천여 곳에서 의무 시행된다. 윤석열 정부가 해당 제도의 시행을 공약한 것은 지난 10일이었다.

그러나 제도 이행 전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반발이 거셌다. 제도가 시작되면 업체들은 판매할 일회용 컵 수량만큼 라벨 스티커를 사야 하는데, 음료 한 잔을 팔 때 약 11~17원이 더 들게 되며, 라벨 스티커가 매장에 배송될 때까지 2~3주가 소요돼 한꺼번에 많은 양을 주문해야 한다.

환경부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측은 라벨 스티커 주문을 개인 사업자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제도에 참여를 원하는 개인 카페를 염두에 둔 것이지, 프랜차이즈 매장의 스티커 주문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맡는 것으로 제도를 구상하고 안내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제도 시행까지 시간이 촉박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든가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 모두 보증금 대상사업자인데 가맹본부가 그러한 일을 맡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반발에 가맹점주가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금전적 부담뿐 아니라 업무 강도 증대 해결책이 없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일단 라벨 스티커를 붙이는 것부터 시작해 손님이 많은 시간대에도 컵을 수거하는 것은 가맹점의 몫이다. 잔여물이 남아 있는 컵은 보관 중 냄새가 나거나 벌레가 꼬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시행 3주 전, 급하게 유예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당인 국민의힘도 환경부에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를 요청했다. 여야의 압박과 소상공인의 거센 반발에 결국 제도 시행 유예가 발표된 것은 지난달 20일이다. 시행까지 겨우 3주를 남기고 6개월의 유예가 결정된 것이다.

라벨의 경우 자원순환보증금센터에 선급금 지급이 확인된 이후 배송까지 2~3주가 걸린다는 말에 프렌차이즈 본사들은 가맹점주에게 라벨 주문을 지난 18일 전후로 지시했고, 그에 따라 이미 입금을 완료한 가맹점주가 적지 않다. 뒤늦은 유예 결정에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에는 가맹점주의 환불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스타벅스, 예정대로 일회용 컵 퇴출


한편 이런 상황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듯 매장에서 일회용 컵을 퇴출하고 있는 브랜드도 보인다. 바로 스타벅스다. 스타벅스의 다회용 컵 사용 확대에는 SK텔레콤이 무관하지 않다. SK텔레콤이 ESG 경영 차원에서 시작한 해피해빗(공공장소 다회용 컵 사용 확대 프로그램) 사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부터 SK텔레콤 등과 함께 다회용 컵 시범사업을 실시하며 서울 시청 일대 17개 매장을 일회용 컵 없는 에코매장으로 운영했다. 그중 12개 매장이 스타벅스다. 에코매장은 일회용 컵이 아니라 다회용 컵에 테이크아웃 음료를 담아 준다. 이때 다회용 컵 보증금 천 원이 추가된다. 다 마신 컵은 주요 매장에 설치된 무인 회수기에 반납할 수 있고, 컵은 전문 세척 업체를 통해 수거돼 살균·소독 과정까지 거쳐 카페에 공급된다.

서울시와 스타벅스 등에 따르면 지난 2~5월의 평균 회수율은 80%, 일회용 컵 445천 개를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이용 과정 전반 만족도는 3.42/5.00, 향후 이용 의사도 3.62/5.00으로 중간 이상을 기록했다. 스타벅스는 올해까지 서울의 모든 매장을 에코 매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SK텔레콤은 올해 초부터 제주도 내 스타벅스 전 매장, 제주대, 제주국제공항 등에 다회용컵 회수기를 보급하는 에코프로젝트 제주도 진행 중이다. SK텔레콤 측은 지난달 기준 제주도 내 스타벅스 등 31곳에 회수기를 설치, 250만 개 일회용 컵 절감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이 앞장서는, 대기업이라 앞장설 수 있는


결과만 두고 보면 스타벅스와 SKT처럼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판매자는 환경 보호 정책에 반발한 판매자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일회용 컵에 일일이 라벨을 붙이지 않아도 되고, 컵을 직접 수거하고 세척할 필요가 없으며 스티커 주문조차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환경 보호라면, 프랜차이즈 카페 가맹점주들은 기꺼이 동참했을 것이다.

그러니 대기업이 앞장서는환경 보호인지, ‘대기업이라 앞장설 수 있는환경 보호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처럼 큰 자본 배경이 없는 소상공인을 한데 묶고 빈틈을 채워 줄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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