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한 시각

 

고용노동부가 짚었다시피,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천928시간으로, 1천500시간대인 OECD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다. 노동자 과로 방지, 건강권 확보를 위해 여야 합의로 주 최대 52시간제를 도입한 것은 지난 2018년이고, 제도 전면 시행 이후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 연장근로 체계가 개편되면 월 연장근로 총량이 유지되더라도...<본문 중에서>
고용노동부가 짚었다시피,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천928시간으로, 1천500시간대인 OECD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다. 노동자 과로 방지, 건강권 확보를 위해 여야 합의로 주 최대 52시간제를 도입한 것은 지난 2018년이고, 제도 전면 시행 이후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 연장근로 체계가 개편되면 월 연장근로 총량이 유지되더라도...<본문 중에서>

52시간제 유연화


지난 23, 고용노동부가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역시 주 52시간제의 유연화. 현재 112시간인 연장근로의 한도를 1개월 52시간으로 바꿔 1주 최대 근무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연장근로 시간을 한 주에 몰아, 192시간 근로까지 가능하다.

고용노동부가 짚었다시피,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1928시간으로, 1500시간대인 OECD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이다. 노동자 과로 방지, 건강권 확보를 위해 여야 합의로 주 최대 52시간제를 도입한 것은 지난 2018년이고, 제도 전면 시행 이후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 연장근로 체계가 개편되면 월 연장근로 총량이 유지되더라도 특정 주 근무 시간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고용부 92시간은 불가능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120시간 근무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점을 고려하면 노동계의 우려가 이해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측은 주 92시간 근무 가정이 매우 극단적인 경우며, 연장근로 시간 총량 관리 단위를 바꿀 때 노사 합의가 필요하며 정부도 ‘11시간 연속 휴식등 과로 방지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제도개편 찬성 측에서는 11시간 연속 휴식 등과 함께 봤을 때 회사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하루 13시간, 근무 시간은 11시간 반이 최대라며 이렇게 6(일주일에 하루 이상의 휴일을 반드시 보장해야 하므로) 일해도 주 최대 근무 시간은 69시간일 것으로 봤다.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는 각각 통상 임금의 150%, 200%로 비싼 편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남용하기 어려울 거란 시각도 있었다.


있는 휴가도 못 쓰는데.


고용노동부는 23일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휴일·휴가 활성화, 노동시간 저축계좌제 등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업무가 많아 주어진 휴가도 쓰기 어려운 현 상황에 맞지 않는 제도라는 목소리를 찾아볼 수 있었다.

휴가 사용 만료 전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연차 사용을 안내하는 연차 사용 촉진제도 문제를 지적받았다.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실질적으로 연차 사용을 장려하지 않아도) 서면으로 휴가 사용을 장려하기만 하면 미사용 연차에 대한 금전 보상 의무가 면제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실적이지 않은 휴일·휴가 활성화 제도가 주 52시간제 유연화와 만나면 심각하게 악용될 것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특히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위험 요인으로 꼽았는데, 노동계의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일이 많을 때는 과로를, 적을 때 휴업을 강요할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검토 중


사실 ‘11시간 연속 휴식에 관한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검토 중이다. 현재 일부 업종과 유연근무제에서만 인정되고 있는 이 제도가 주 52시간제 유연화와 함께 전면 확대될지는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한편 연장근로의 동의 주체가 누구일지도 검토 중이다. 근무 조건이 열악해지는 협상에서 동의 주체를 개별 노동자로 둘지 근로자대표로 변경할지 정해지지 않은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라 개별 노동자와 합의하도록 하면 협상력이 약한 개별 노동자의 목소리가 묻히는 건 예정된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근로자대표 동의 필수 등 조건이 포함되면 제도 도입 요건 및 절차의 까다로움을 이유로 유연근로제를 활용하지 않던 기업은 월 단위 연장근로제 역시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실제로 그렇다면, 이번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은 노동자 보호를 확고히 했을 때 힘을 잃는 것이다.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전문가들은 옳은 답을 줄까


고용노동부는 7월 중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구성, 10월까지 4개월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제도 도입과 관련한 핵심 사항의 결정 권한을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에 미루는 식으로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론은 이미 정해진 게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핵심 사항의 결정 권한을 미룬다는 것은 해당 사항들이 긍정적 방향으로 결정될 여지가 남았다는 뜻도 되지 않겠는가.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통해 경영계 요구에 따른 편파적 제도 개악이라는 평보다 나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기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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