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해수욕장 하루 만에 16t 쓰레기 발생, 폐계물 처리 문제 ‘시급’

정부, 2050년 해양쓰레기 ‘제로’ 목표…개개인의 노력 없이는 역부족

바다에서 가장 위협적인 건 바로 폐어망이다.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 중 압도적 1위는 다름 아닌 폐어구(45.3%·한국해양환경공단 2018년 기준)다. 한 해 동안 바다에 유실되는 폐어구는 4만여t에 이른다...<본문 중에서>
바다에서 가장 위협적인 건 바로 폐어망이다.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 중 압도적 1위는 다름 아닌 폐어구(45.3%·한국해양환경공단 2018년 기준)다. 한 해 동안 바다에 유실되는 폐어구는 4만여t에 이른다...<본문 중에서>

[ㄴㅅㅇㅋ_국민의 시선] 짧은 소나리가 내리지만 연일 폭염이 우리를 땀나게 한다. 여름휴가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다. 쾌적한 휴가를 꿈꿨지만, 전국 계곡과 해변에 사람이 몰리면서 쓰레기와 폭죽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쓰레기를 박스에 담아 통째로 버리거나 인적이 뜸한 장소에 몰래 버리는 일은 다반사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죽은 환경오염과 소음 피해는 물론,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도 배제할 순 없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 10일 새벽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 설치된 쓰레기통 주변에 쓰레기가 넘쳤다. 해수욕장 관계자에 따르면 해수욕장 개장 후 첫 주말인 9일 밤부터 10일 새벽까지 약 16t()의 쓰레기가 배출됐다. 이는 평일 기준으로, 하루 동안 전국 고속도로에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과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제4호 태풍 에어리(AERE)’의 간접영향으로 거친 파도가 일고 있는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인근 해변에 중국발 해양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어 연신 수거 작업을 펼쳤다.

피서철이면 반복되는 해안가 쓰레기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피서지마다 분리수거’, ‘쓰레기 가져가기운동을 펴고 있으나 쓰레기와의 전쟁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화원들은 쓰레기를 모은 뒤 오전 내내 분리수거를 해도 넘치는 쓰레기를 분리하는 시간이 모자란다고 호소한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국들은 쓰레기·폐기물 처리 문제를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환경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성인 5050명을 상대로 조사한 ‘2021년 국민환경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5.7%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중요한 환경 문제로 쓰레기·폐기물 처리 문제를 선택했다. 쓰레기 처리 문제는 2년 연속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로 꼽힌 것.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평균 145258t() 이상의 해양 쓰레기가 수거된다. 태평양을 떠다니는 거대한 쓰레기 섬까지. 전 세계 바다에 버려진 막대한 쓰레기로 인해 소중한 우리 바다가 위협받고 있다.


삼성·SK 폐어망 재활용해 스마트폰 부품, 나일론 원료로 활용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는 미세한 입자로 분해돼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이 미세플라스틱은 해산물·고기·채소·마시는 물과 함께 인간의 몸속으로 침투한다. 해양쓰레기가 인류를 비롯한 지구의 생물체에 정말 많은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오랜 기간 방치된 폐어망은 해양 생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생태계를 훼손시켜 인류의 식량과 물 공급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해수와 자외선에 오랫동안 노출된 어망은 훼손이 심해 직접 재활용하긴 어렵다. 또 해양쓰레기 문제와 함께 업사이클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다를 위협하는 주범으로 폐어망이 지목되면서 이를 재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Royal DSM, 한화 컴파운드와 같은 전문 기업들과 협업해 폐어망을 수거하고 이를 고품질의 소재로 재활용했다. 수거된 폐어망은 분리·절단·세척·압출 과정과 내구성 확보를 위한 검증을 거쳐 스마트폰에 적용할 수 있는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로 개발됐다. 이렇게 탄생한 폐어망 소재를 약 20% 함유한 새로운 재활용 플라스틱은 갤럭시 S22 내부 부품과 S펜 커버 부품에 적용됐다. SK에코플랜트와 폐어망 재활용 소셜벤처 넷스파, 재단법인 심센터는 폐어망을 재생나일론 원료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BMW도 전기차 내부 바닥재에 폐어망 소재를 활용했고 기아도 전기차 EV9의 바닥재에 폐어망을 활용한 소재를 사용했다. 스피커 옆 부분의 천 소재나 자동차 시트, 내장 소재, 안전벨트, 타이어 등에 활용될 수 있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 다시 인간의 식탁 위로 올라와


바다에서 가장 위협적인 건 바로 폐어망이다.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 중 압도적 1위는 다름 아닌 폐어구(45.3%·한국해양환경공단 2018년 기준). 한 해 동안 바다에 유실되는 폐어구는 4만여t에 이른다. 어망과 통발은 500년 넘게 썩지 않는 플라스틱 재질이다. 어망은 바닷 속에 가라앉아 잘게 분해되더라도 미세플라스틱으로 해양생물에 유입된다. 그리고 우리 식탁에 오른다.

바다로 유입된 폐마스크 역시 바다를 오염시키고 해양 동물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중 38%는 매일 1개 이상의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평균 2.3일당 마스크 1개를 소비히는 셈이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2253만 개의 마스크를 소비하는 것. 1년이면 무려 82억 개가 된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해양쓰레기 저감 활동과 반려해변 관리 등 해양환경 보전 활동을 지원하는 바다가꾸기 플랫폼'’을 개설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해 활동 주체별로 가지고 있는 콘텐츠와 인적·물적 자원이 융합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바닷가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민간은 플로깅, 연안정화활동 등을 시행했지만 개별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효과가 분산됐다. 또 정보 부족으로 참여 의지가 있는 기업·단체가 적합한 활동을 찾기 쉽지 않았던 것을 보완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플랫폼이다.

정부는 오는 2050년까지 해양쓰레기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친환경 부표와 어구를 보급하고, 폐어구와 폐부표의 회수를 촉진하기 위해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해양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폐어망을 재활용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나 기업의 일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2년 동안 억눌렸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첫 여름휴가라 전국 피서지로 인파가 몰리고 있다. 거리두기로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던 만큼 이제라도 자유롭게 휴가를 즐기는 건 찬성한다. 하지만 본인이 지나간 자리에 흔적은 남기지 말아야 한다. 놀고 버린 것을 당연하다는 듯 미화원이 치우는 악순환이 끊어져야 한다.

경포해수욕장은 주말에 젊은 인파가 몰리면서 밤새 술판을 벌였고 날이 밝자 16t 가량의 쓰레기를 놔둔 채 떠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환경미화원 60명이 투입돼 분리수거 했지만 치워도 끝이 없었다.

아침 해가 일찍 뜨고 낮에는 가마솥을 방불케 하는 더위다. 이런 때 바다는 우리에게 청량함을 선사한다. 지평선과 바다를 바라보면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잔은 힐링이다. 그런 여유를 즐겼다면 바다에게 고마움을 표하진 못할망정 피해는 주지 말자. 내가 무심코 두고 온 쓰레기가 심한 악취를 일으키고 자연 경관을 훼손한다. 중요한 건 결국은 그것이 우리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함께 의지해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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