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검토, 치료와 재활에 투자 늘려야

지난 3일, 대치동 학원가에서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가 개발됐다’라며 무료 시음 행사를 열어 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건네는 사건이 발생했다. 혐의를 받는 일당 4명은 7일 전원 검거...<본문 중에서>
지난 3일, 대치동 학원가에서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가 개발됐다’라며 무료 시음 행사를 열어 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건네는 사건이 발생했다. 혐의를 받는 일당 4명은 7일 전원 검거...<본문 중에서>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


지난 3일, 대치동 학원가에서 ‘기억력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가 개발됐다’라며 무료 시음 행사를 열어 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든 음료수를 건네는 사건이 발생했다. 혐의를 받는 일당 4명은 7일 전원 검거됐다. 그들은 해당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들에게 연락해 ‘자녀가 마약을 했으니 협조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라고 협박했으나 현재까지 금전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에는 마약 음료 제조책에게 필로폰을 전달한 판매책까지 검거됐다. 판매책 A씨는 수원에서 마약을 판매하다 경찰 수사망에 걸린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마약과 보이스피싱을 연계한 신종 피싱 범죄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마약범죄수사대뿐 아니라 금융범죄수사대까지 투입한 상태다.

또한 시음 행사 아르바이트 모집 등에 관여한 국내 공범이 더 있을 가능성도 열어 둔 채로, 중국 소재의 공범 이 씨 등을 배후로 특정하고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중국 공안에 공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퐁당 마약’, 처벌은?


이번 사건처럼 다른 사람 몰래 마약을 먹이는 행위를 이른바 ‘퐁당 마약’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퐁당 마약 행위 자체에 가중처벌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마약을 소지·소유·관리 또는 수수하는 경우에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타인에게 마약을 투약한 경우를 별도로 상정하고 있진 않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마약류를 매매·조제·투약·제공한 경우에 관한 내용이 있긴 하나 역시 고의성을 입증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긴 매한가지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마약을 먹은 학생들의 몸에 이상이 발생한 경우 마약 배포책에게 형법상 상해죄를 적용할 수 있겠으나 피해자 중 특별한 이상이 발생된 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배포책을 처벌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이 같은 상황에 마약을 ‘몰래 먹인 사람’을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면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리라는 비판도 찾아볼 수 있었다.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한편 정부는 마약 수사 전담인력 840명으로 구성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의 출범을 알렸다.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마약사범이 급증해 2022년 역대 최악인 1만8천325명을 기록했다며 현시점에서 대응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직면할 우려가 있어, 범정부 수사·행정 역량을 결집해 마약범죄에 공동대응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마약범죄 특수본은 청소년 대상 마약 공급, 인터넷 마약 유통, 마약 밀수출입, 의료용 마약류 제조·유통을 중점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약 공급 사범에 대해 가중처벌 조항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런 대처에, ‘비상설 기구로는 한계가 있다’라는 지적도 찾아볼 수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이미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속적으로 엄벌주의 기조를 강화해 왔지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비판을 던졌다.

물론 특수본이 대규모로 구성된 만큼 집중 단속 시 단기적 성과가 도출될 것은 사실이나, 별도 예산과 인사 권한, 운영 기간이 없는 비상설 기구인 만큼 장기적 실효성을 갖출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제기됐다.

마약의 중독성을 꼬집는 여론도 찾아볼 수 있었다. 중독성이 높은 마약의 관련 범죄 재범률도 30~40%에 이를 정도로 높은데 마약 범죄 대응 초점이 여전히 단속과 처벌에 맞춰져 있음을 비판하는 것이다.

정부가 마약범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치료와 재활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함을 강조하는 전문가 의견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전국에서 마약류 전문 치료보호기관 21곳이 운영되고 있지만 치료 병상 등 인프라를 제대로 갖춘 곳은 드물다. 심지어 13곳은 지난해 환자를 한 명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내에서 단속된 마약사범은 급증한 가운데 올해 국비로 지원되는 치료보호 예산은 지난해와 같은 4억 원대에 머무르며,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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