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은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에게 모이고 있다. 물론 박항서 본인은 ‘베트남이나 한국, 인도네시아에서 감독직을 맡을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히면서 각종 루머들을 일축했지만, 어차피 정식 감독 선임이 아니라 잠깐 맡을 거라면 이 분야의 최적임자는 그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가 베트남 대표팀에서 보여준 ‘박항서 매직’의 효과는 한국 팬들에게도...[본문 중에서]
관심은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에게 모이고 있다. 물론 박항서 본인은 ‘베트남이나 한국, 인도네시아에서 감독직을 맡을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히면서 각종 루머들을 일축했지만, 어차피 정식 감독 선임이 아니라 잠깐 맡을 거라면 이 분야의 최적임자는 그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가 베트남 대표팀에서 보여준 ‘박항서 매직’의 효과는 한국 팬들에게도...[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스포츠 분석] 대표팀의 전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2024216일에 경질되었다. 그리고 이후 차기 감독을 선임하는 일이 현재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의 최우선 임무가 되었다. 그러나 당장 3월에 걸려있는 태국과의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전 일정을 고려하면 선임절차를 길게 가져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21, 정해성 신임 전력강화위원장 주도하에 축협이 발표한 신임 감독 선임의 8가지 원칙을 모두 따르자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8가지 기준 또한 팬들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모호하거나 좋은 말만 담긴 경우가 많아 도대체 그래서 어떤 축구를 하고 싶은 것이냐?’는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것이 클린스만이 예전에 기자들의 질문에 당신들이 원하는 축구는 무엇인지 나에게 말해달라고 한 것을 반복해서 물어봐야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축협이 두려워하는 것은 감독 없이 예선전을 치를 때 겪을 비난이 무서울 뿐...


결국, 축협의 의중은 당장은 전임 감독을 선임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축협이 보기에는 그리 급할 것도 없는 듯한 모양새다. 당장 321에 시작하는 태국과의 아시아 예선, 262차전을 마치고 나면 다음 싱가포르와의 6월 경기까지는 3개월의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축협이 봤을 때는 예선전에 속해 있는 국가 중 한국이 유독 약한 중동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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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들 국가의 피파 랭킹(215일 기준)은 한국, 중국, 태국, 싱가포르 각각 22, 88, 101, 156위 순이다.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 본선에 가기 전까지 모두는 대표팀의 스쿼드로 그렇게 졸전을 펼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최약체 말레이시아와도 격전 끝에 3-3으로 비겼다. 만약 그 아픈 기억만 도려내서 없던 일로 가정한다면,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선수단으로 태국 정도야?’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설령 감독 없이 경기를 치른다고 해도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아직 많은 이들은 축협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축협이 두려워하는 상황은 단 한 가지로 축약된다. 제아무리 약팀이라도 변변한 감독도 없이 월드컵 예선전에 국가 대표팀을 내보내는 상황’, 그리고 그런 무능함을 보일 때 날아오는 여론의 온갖 꾸짖음을 기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냥 그럴듯한감독만 존재하면 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축협이 국내 감독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


가장 큰 주요 원인은 먼저 대회 일정과 경제적 이유로 보인다. 이는 축협의 자충수인데, 이는 모두 클린스만이 남기고 간 숙제이다. 대회 일정이야 워낙 급한 불이니 일단 꺼야 하는 상황인데, 오죽했으면 3월 월드컵이 뻔히 있는 줄 알고도 대표팀 감독을 중도 경질해야 하는 상황이었겠는가? 또 다른 문제는 돈이다. 클린스만 경질 위약금과 관련해 정몽규 회장은 제가 재정적으로 기여할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경질로 인해 클린스만에게 지급해야 할 위약금은 대략 100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나오고 있다. 돈 주고 감독 잃고 다시 소방수 감독 뽑고 또 나중에 정식 감독 임명하려면 그만한 재정이 있어야 할 것인데 현재로서는 그리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KBS 보도에 따르면, 협회가 국내 감독을 선호하는 배경 중 하나로 경제적인 이유를 들 수 있다. 외국인 감독 대비 비용적인 측면에서 국내 감독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되었다. 국내 감독이 외국인 감독에 비해 여러 가지로 계약 비용이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축협 입장에서는 재정적 문제 때문이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엔 잘 통했는데 지금은 해결과제가 된 외국인 감독 시스템


위의 두 가지 문제가 표면적인 이유라면 진짜 중요한 것은 선수단 통합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뜨거운 이슈가 된 손흥민-이강인의 갈등처럼 현재의 대표팀에는 선수단 관리에 대한 다른 접근이 필요하게 되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 한국 축구의 황금기를 이끈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한국 축구가 선수단을 관리하는 방식은 많이 바뀌었다. 한국 축구의 영원한 명장 거스 히딩크때문이다. 그 이전까지 한국 대표팀은 한국인 감독이 주로 맡아왔다. 한국 특유의 서열 문화, 감독의 특정 선수 편애, 줄서기, 편 가르기, 군대 문화, 강압적인 선후배 문화, 연줄 문화, 낙하산 등등 한국 선수단을 한국인 지도자가 맡았을 때 어찌할 수 없는 온갖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를 외국인의, 외국 문화 관점에서, 현대적인 축구 시스템에 맞게 시원하게 갈아버린 것이 히딩크였고 그 결과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때의 극적인 경험 이후로 대표팀은 외국인 감독을 즐겨 선임하는 나라가 됐다.


그러나 클린스만을 기점으로 이제는 더 이상 외국인 감독 만능설을 꺼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클린스만의 근무 태도, 국내 체류 거절, 자유롭다 못해 방임, 국내파에 대한 차별, K리그 무관심, 한국 특유의 예절에 대한 이해 거부, 선수단 사이에 위계 없는 극단적인 평등, 대국민 소통 자세, 강력한 리더십 부족, 경기에 임하는 태도 논란 등등 한국인의 시각에서 볼 때는 이해가 불가능한 문화적인 무지에서 오는 실책도 더해졌기에 더 큰 논란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전술적인 면에서 아직 대표팀은 세계적인 선진 축구의 시스템을 더 배우고 발전시켜야 하기에 외국인 감독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는 지극히 한국적인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한국인 감독이 필요한 상황이고 현재 국내 감독은 대부분 현재 선수단의 대선배들이다.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문제야말로 정말 섬세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므로 더욱더 현재에는 다음 대회 자체가 아니라 선수단을 진정시켜 놓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인 감독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식으로 하는 것이 매번 나쁘고 떨어지는 방법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까다로운 소방수의 조건. K리그 개막 직전 현직 감독 차출에 분노하는 팬들


문제는 당장 불만 꺼줄 소방수조차 고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 있다. 다양한 조건을 충족하고도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가성비 있는 국내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거론되는 감독은 홍명보가 유력하고 김기동, 황선홍 등을 주요 후보로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방향으로 가려고 해보니 이제는 K리그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클린스만 감독 1년여간 대표팀 감독이 K리그에 대해 소홀했고, 손흥민 이강인 등 해외파 위주의 편파적 기용의 맛을 봤던 K리그 팬들의 심정은 한편으로는 국내 감독을 반기면서도 우려하고 있다.


202431K리그 개막을 앞두고 울산 소속 홍명보 감독 등의 대표팀 감독 차출 가능성이 커지면서 울산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협회에 대한 대규모 트럭 시위를 감행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K리그와 지도자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리그의 건전한 운영과 성장을 위협하는 중대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을 반영한다. 응원단의 반대 시위로 인해 나타난 것처럼, 팬들 사이에서도 대표팀 감독으로 국내 리그 감독을 차출하는 것에 찬반 의견이 매우 엇갈리고 있다. 일부 팬들은 국내 리그 감독 중심의 선임이 리그 발전과 관심 유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또한, 국내파 선수 중 젊고 아직 발굴이 안 된 신인 선수들을 잘 알고 있을 테니 그들을 잘 알고 기회를 줘 차세대 동력으로 키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것도 국내 감독한테 바라는 점이 될 수 있겠다. 반면, 다른 의견들은 리그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고 갑작스러운 흔들림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진짜 소방수만 원한다면 현직 감독 아닌 감독에게... 박항서와 황선홍 둘 중 하나?


27, 비공개로 진행되는 전력강화위 3차 회의의 핵심 주제는 3월 예정된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2연전을 지휘할 '임시 사령탑'을 추리는 일이다. 빠르면 이 회의 직후 감독 선임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일 정해성 위원장을 선임한 전력강화위는 1차 회의에서는 3A매치부터 '정식 감독 체재'로 꾸리는 게 낫다고 의견을 모았다가 2차 회의에서는 사령탑 선임에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임시 사령탑에 잠시 지휘봉을 맡기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태국과의 일정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3차 회의의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그러나 대표팀의 성공 뿐만 아니라 K리그의 흥행에도 책임이 있는 축협은 소방수 감독을 뽑는 일조차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진짜 남는 것은 한국인 감독 중 현재 클럽 감독직을 맡고 있지 않으면서 국제무대에서 퍼포먼스를 내줄 대표팀 감독을 맡기에 그럭저럭 괜찮은 인물부분에서 홍명보와 김기동 등은 제외된다. ‘국제무대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경험 및 기대감에서 김도훈, 최용수 등은 또 걸러진다. 결국, 필터링을 거치면 박항서와 황선홍이 남는다.


황선홍은 현재 U-23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황선홍 감독이 A대표팀 감독을 겸직하는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본인 역시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로 올랐었던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황선홍 감독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라면서 내가 볼 때 겸직이 제일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바쁘다고 그러는데 시합(올림픽 예선)4월에 있다. 너무 좀 빡빡한 기운이 있다. 장단점이 있다. 어린 선수들도 함께 같이 올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빡빡한 일정은 단점이다. 그렇지만 제일 효과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선홍이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성과 또한 그리 나쁘지 않다. 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우승한 전력이 있다. 그러나 황선홍의 겸직은 위험부담이 있다. 당장 4월 중순부터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겸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을 치러야 하는 만큼 두 개의 큰 대회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너무 큰 부담이자 과부하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심은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에게 모이고 있다. 물론 박항서 본인은 베트남이나 한국, 인도네시아에서 감독직을 맡을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히면서 각종 루머들을 일축했지만, 어차피 정식 감독 선임이 아니라 잠깐 맡을 거라면 이 분야의 최적임자는 그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가 베트남 대표팀에서 보여준 박항서 매직의 효과는 한국 팬들에게도 인상 깊다. 또한, 그는 유명했던 2002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 히딩크호의 수석코치로 국제대회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대표팀을 준비시켜 본 경험이 있다. 이런 경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베트남에서의 성과를 현재의 한국 대표팀 수준에 접목할 만한 것은 아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3태국예선전 단 두 경기만 치르기에는 박항서 감독만 한 사람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베트남 A팀과 U-23 팀을 지휘하면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들어 태국 대표팀을 가장 많이 상대해 본 국내 지도자라는 점이다. 앞서 말한 축협의 이번 감독직 선임의 의도를 분석해 봤을 때 박항서는 현재 상황에서 전력강화위가 가장 탐낼만한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선택지가 넓지 않은 상태에서 오는 27, 축협이 어떤 결정을 할지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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