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 성공만 하는 것은 아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1월 말 가닥 잡힐 듯
![MBK 측은 비밀유지계약을 위반하고, 고려아연의 내부 자료를 M&A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한 투자 부문은 MBK의 ‘바이 아웃’ 부문으로,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관계자의 투자 제안을 담당한 ‘스페셜 시튜에이션스’부서와 분리되어 있다고...[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412/358932_373351_4435.jpg)
“위반” vs “적법” 공방 이어져... 과연 석 달 만에 논의가 끝났을까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획득 추진 과정에서, 고려아연과 체결한 비밀유지계약을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MBK는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이 종료된 지 석 달 만에 영풍과 ‘적대적 M&A’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계약 위반 및 법률 위반 가능성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일 공개된 바에 따르면, 양사 간의 비밀유지계약에는 계약을 위반할 경우, 금전적 배상 외에 법적 책임 관련 조항까지 포함되어 있어 관계자들은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MBK가 고려아연으로부터 넘겨받은 회사 핵심 자료들을 ‘적대적 M&A’에 활용했다면 그로 인한 법적 책임 역시 가볍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3일 IB 업계에 따르면 MBK와 고려아연의 비밀유지계약은 올해 5월 종료되었으며, MBK는 과거 고려아연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재정적 지원을 도울 후보군으로서 고려아연으로부터 여러 기밀 자료를 넘겨받고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유지계약서에는 2년간의 기밀 유지와 함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비밀유지계약이 종료된 지 석 달여 만에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선언하면서 의혹이 커진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MBK와 영풍이 적대적 M&A를 위한 경영 협력 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 9월 12일로, 업계에서는 훨씬 이전부터 이에 대해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M&A 작업에 대한 검토뿐만 아니라 경영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수원의 차입금을 빌리는 것을 불과 석 달여 만에 끝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부분 중 비밀유지계약서상 제8조가 가장 논란이 되고 있다. 고려아연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주식 또는 지분을 매입하거나, 사업결합 및 합병, 적대적 인수 등을 제안하거나, 경영 통제 또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되어있다. 즉 만일 영풍과의 적대적 M&A에 대한 논의 등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협의를 고려아연과의 계약만료 전에 시작하였을 경우,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뿐만 아니라 9조도 논란이 되고 있다. 9조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 임직원은 물론 주요 고객, 주요 공급자와의 논의나 협상을 해당 기간에 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고려아연과 영풍이 거래를 유지해 왔으며, 고려아연이 영풍으로부터 연간 1000억원이 넘는 품목들을 공급받은 만큼 NDA 효력이 유효한 상태에서 M&A 논의가 이뤄졌다면 해당 조항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MBK 측은 비밀유지계약을 위반하고, 고려아연의 내부 자료를 M&A에 활용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한 투자 부문은 MBK의 ‘바이 아웃’ 부문으로,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관계자의 투자 제안을 담당한 ‘스페셜 시튜에이션스’부서와 분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MBK의 ‘바이 아웃’ 부문이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해당 트로이카 드라이브 설명서를 활용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고려아연 측의 주장은 MBK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추측과 억측이라 주장했다.
고려아연 임직원 “불안해”... MBK는 국민연금 위탁운용사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이와 같은 적대적 M&A로 인해 고려아연 임직원의 73%가 심리적 부담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임직원은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 많은 구성원이 고용 불안과 이직 고려를 하고 있다면서, 회사 경영의 안정성과 인적자원 관리에도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전했다.
한편, 지난 10월 이번 사건으로 인해 MBK가 국민연금공단이 선정한 위탁운용사에서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만일 위탁운용사 선정이 취소될 경우, MBK에 출자하고 있는 거대 해외 연기금과 국부펀드가 줄줄이 손을 뗄 수 있다.
지난 10월 18일에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적대적 M&A를 하는 사모펀드를 위탁운용사로 선정해서는 안 된다’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에 뒷돈을 대주는 격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에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자금이 우호적인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아니라 적대적 M&A를 통한 경영권 쟁탈에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하며, “이번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나온 여러 제기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위탁운용사 선정을 좀 더 정교하게 하거나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라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캐스팅 보트’는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고 분석하며 중립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적대적 M&A’
‘적대적 M&A’는 국내에서도 연평균 2~3건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적대적 M&A’는 1994년 동부그룹의 한농 인수 사례이다. 당시, 한농은 국내 최대의 농약 회사로, 한농이 인수된 과정은 현재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과 유사하다. 한농은 창업주였던 선대를 지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균열이 시작되었는데, 경영 일선에서 소외되었다고 느낀 정씨 일가가 동부그룹을 우군으로 섭외하여, 경영을 주도했던 김씨 일가와의 경영권 분쟁을 돌입했다. 동부그룹은 추가로 한농 지분을 매수하고, 정씨 일가의 지분을 확보하여 최대 주주로 등극했으며, 경영을 주도했던 김씨 일가 측은 이러한 움직임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에는 우리투자증권의 사모펀드 ‘마르스 1호’가 샘표식품을 상대로 적대적 M&A를 시도하며,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가 적대적 M&A를 시도한 사례로 기록된다. 마르스 1호는 경영권을 겨냥하여 회사 지분 매입, 사외이사 선임, 공개매수 등을 시도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적대적 M&A가 무산됐다. 샘표식품 백기사가 결집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는 내년 1월 23일 예정되어 있으며, 업계에서는 수개월째 이어지는 경영권 분쟁에서 이번 임시주주총회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영풍 연합이 주주 명부 마감(이달 20일) 전까지 장내에서 고려아연 지분 확보를 위한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MBK의 비밀유지계약 의혹이 제기되면서,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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