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밖의 여당 인사들은 이를 문제 삼는다.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월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재명의 정책은 자신들의 정책을 베낀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며 중도 보수론은 구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의원장도 회의에서 국민들은 이재명 대표의 보수 발언을 신뢰하지 않을 것...[본문 중에서]
민주당 밖의 여당 인사들은 이를 문제 삼는다.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월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재명의 정책은 자신들의 정책을 베낀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며 중도 보수론은 구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의원장도 회의에서 국민들은 이재명 대표의 보수 발언을 신뢰하지 않을 것...[본문 중에서]

입장이 다르면 생각이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당의 정체성을 중도 보수로 규정했다. 이 대표는 218일 유튜브 새날에 출연하여 민주당이 중도 보수 정권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리고 219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서도 민주당이 건전한 보수, 내지 합리적 보수의 몫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 보수로 규정한 셈이다.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이재명 대표의 발언은 민주당에 후폭풍을 몰고 왔다.

당내 비명 인사들이 반박에 앞장섰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220YTN과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오랜 시간 진보 정당의 역할을 담당해 왔기 때문에 당의 정체성을 댠순한 선언으로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인영 의원도 219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당헌과 강령은 보수를 지향한 적 없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역사는 진보적 가치를 투쟁해 온 역사라고 비판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219일 페이스북에 당의 정체성을 바꾸기 위한 중요한 의사결정은 민주적 절차를 밟아 논의해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비명 인사들은 민주당의 역사적 유산과 의사결정 절차 등의 문제를 거론하며 이재명 대표의 중도 보수론에 반대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친명 인사들은 적극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옹호하고 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220SBS 라디오에 나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DJP 연합을 거론하며 이재명 대표의 발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용주의적 발언이라고 옹호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같은 날 KBS 라디오에서 중도 보수 정당 선언은 김대중의 길이라고 말하며 민주당은 중도 개혁을 표방해 왔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도 같은 날 SBS 뉴스에 나와 민주당의 중도 보수론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며 지금의 최우선 과제는 회복과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친명 인사들은 민주당의 전임 대통령의 선례를 들며 이재명 대표의 실용주의를 강조한다.

이재명 대표의 중도 보수론 핵심은 실용주의인 셈이다.

이재명 대표는 잘사니즘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연초부터 실용주의적 정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동시간 52시간제 예외 적용, 상속세 공제 한도 확대, 근로소득세 개편 등 제안이 대표적 사례다.

이재명 대표의 페이스북 발언에서 실용주의의 이유가 드러난다. 흑백 논리에서 벗어나야 객관적 사실 위에서 해결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방송에 211일 출연해 성장과 기본 사회가 상충하지 않는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의 얘기다. 성장은 수단이고 기본 사회는 목표이므로 양립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용주의 강조는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에 일관되게 전달되는 메시지다. 21일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의 주된 가치가 실용주의라고 밝혔다.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 그리고 대북 문제 등에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적어도 실용주의가 이재명 대표의 가치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밖에선 실용주의적 관점에서만 중도 보수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조기 대선을 대비한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치부한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중도층을 확보해야 하므로 급조됐다는 설명이다. 이런 해석은 진보와 보수 매체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다.

한겨레는 220일 사설에서 12·3 내란 이후 극우화된 보수 세력을 고립시키고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한다. 동아일보 역시 같은 날 사설에서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가 지지율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외연 확장을 시도한다고 봤다.

선거 전략의 관점에서 중도보수론은 구호에 불과하다.

민주당 밖의 여당 인사들은 이를 문제 삼는다.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0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재명의 정책은 자신들의 정책을 베낀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며 중도 보수론은 구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의원장도 회의에서 국민들은 이재명 대표의 보수 발언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의 중도 보수론을 믿지 못할 주장이라고 치부한 셈이다.

중도 보수론이 선거 전략상 구호인지는 모를 일이다.

집권 이후 정책의 실현으로 판가름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중요한 문제는 중도 보수론을 표방하며 내놓은 정책이 얼마나 일관적으로 전달되고 있을까냐는 궁금증이다. 정책을 제안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생긴다면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일관적인 메시지 전달이 중요한 까닭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