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스스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정치 논리에 휘말렸다고 자인한 꼴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사기’로 규정짓고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시추 한 공당 1,000억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사업을 정치 논리만을 앞세워 밀어...[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02/366992_384060_4717.jpg)
불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증폭될 뿐이다. 바로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 사업의 하나로 추진된 ‘대왕고래’ 프로젝트 얘기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지난 2월 6일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 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올해 5~6월 예정된 중간 발표를 앞두고 서둘러 대왕고래 시추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른 발표 시점과 추가 시추 여부 등과 관련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제기된 논란에 더해 이제는 발표 시점의 정치적 배경까지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부는 왜 급하게 발표할 수밖에 없었을까?
산업부의 브리핑에 따르면 시추에 대한 문의가 많아 국민에게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난해 프로젝트 발표 시점 주식시장 등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 앞으로 예기치 못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일각에선 발표 전 대통령실과 여당 협의 없이 발표한 이유도 정치적 논란을 배제하기 위해서였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여기에 1차 시추만으로도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성패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혼란을 줄이기 위해서였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그러나 산업부의 발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은 사정이 있다. 익명의 산업부 고위 관계자가 “(2024년 대왕고래 첫 발표 때) 정무적 영향이 많이 개입돼, (사업성에 대한) 과장된 비유가 부각됐다”는 발언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산업부 스스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정치 논리에 휘말렸다고 자인한 꼴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사기’로 규정짓고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시추 한 공당 1,000억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는 사업을 정치 논리만을 앞세워 밀어 붙인 결과다.
올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정밀 분석 중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사업 추진이 어두운 이유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논란이었다.
2024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브리핑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직접 발표했다. 당시 동석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그 규모가 “삼성전자 시가 총액의 5배 정도 가치”라는 발언으로 거들었다.
당시 석유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매장 가능성만 보고 발표를 하는 것은 “특이한” 경우라고 전했다. 게다가 대통령이 직접 발표를 했으니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소리까지 나왔다. 이런 우려는 석유 공사 내부의 전반적인 분위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동해 심해 탐사 시추 안건’ 의결 의사록에서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언론 공개를 매우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글로벌 자원개발 회사 ‘우드사이드’가 철수한 뒤 영세한 ‘액트지오’가 참여해 논란을 키웠다. 법인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실적이 없는 1인 기업 액트지오였기 때문이다. 액트지오는 이번 프로젝트로 40억의 용역비를 챙기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발언에서 시작한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탄핵 국면에 들어서면서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모양세다.
물론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실패가 전체 동해 심해가스전 사업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부가 추가 시추를 계속 주장하는 이유도 이런 사정에 기인한다. 이 사업 대상에는 대왕고래말고도 ‘마귀상어’ 등 6개 정도의 유망 구조가 있다고 알려졌다.
가장 유망한 구조인 대왕고래 시추 실패는 아쉽지만, 산업부의 발표처럼 “향후 정밀분석 결과를 기존 유망성 평가 결과에 반영해 보정할 경우, 여타 유망 구조의 탐사정확도와 신뢰도는 높아질 것”이다. 정리하자면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원이 묻혀 있을 위치의 범위를 좁혀 가겠다는 얘기다. 동해가스전 개발 때도 수십 번의 시추를 거쳤으나 성공한 것은 몇 차례 였다고 전해진다. 산업부를 비롯해 추가적인 시추를 주장하는 측이 강조하는 것도 이런 논리다.
성공 확률이 극히 낮은 자원개발의 전례를 비춰봤을 때 추가 시추 등 사업을 이어가고자 하는 산업부와 석유공사의 의지는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된 정치 논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이다.
이제 정무적 개입의 진상을 밝히고 사업의 타당성을 과학적 근거로 따져 볼 때가 왔다.
사업의 진행을 합리적 근거로 판단해야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실제 많은 전문가들은 정무적 개입 또는 발표 방식만으로 사업이 자초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최경석 교수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올 5~6월 정밀 분석 결과를 보고 사업의 진행 유무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비슷하게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유승훈 교수도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정치 논리로 예산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한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오는 2월 19일 전체 회의를 열고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현안 질의를 한다고 전해졌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타당성 검토만이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추가 시추 사업을 가능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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