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밍 법안은 국민적 공감을 빠르게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법안의 세부적인 검토가 부족할 수 있다. 민식이법의 경우 어린이 보호 효과를 높였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부 악용 사례가 발생하며 논란을 빚었다. 하늘이법 역시 학교 내 안전을 위한 법안이지만, 정신질환자 차별이라는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편집자 주]
네이밍 법안은 국민적 공감을 빠르게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법안의 세부적인 검토가 부족할 수 있다. 민식이법의 경우 어린이 보호 효과를 높였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부 악용 사례가 발생하며 논란을 빚었다. 하늘이법 역시 학교 내 안전을 위한 법안이지만, 정신질환자 차별이라는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편집자 주]

지난 2025210, 대전광역시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이던 1학년 학생인 김하늘 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여교사는 대전광역시교육청 소속 정교사였으나, 김하늘 양과는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어떤 아이든 상관없고, 같이 죽을 생각으로 범행을 저지른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는 2018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증세가 심각해 병가와 휴직을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12월 복직한 이후에도 여러 차례 학교 내에서 폭력, 폭언 등의 행동을 보여왔으며, 사건 발생 나흘 전에도 안부를 묻는 동료 교사의 팔을 꺾고 목을 졸라 휴직을 권고받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이유로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곤란한 교사를 직권휴직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른바 하늘이법의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부는 피살 사건 이후, 질환교원심의위원회 법제화, 직권 휴직의 법적 구속력 강화, 복직 검증 강화, 특이 증상 발현 시 긴급 개입, 주요 교사에 대한 주기적인 심리 검사 등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국회의원들 역시 당을 막론하고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내실화하는 학교보건법·교육공무원법 개정안, 학교전담경찰관의 역할과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학교폭력예방·대책에 관한 법 개정안 등을 발의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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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법의 주요 골자는?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교직원의 휴직과 직위해제에 대한 규정은 교육공무원법 44(휴직) 1항 제1국가공무원법 제71(휴직) 1항 제1‘, ’73조의 3(직위해제) 2등에 잘 규정되어 있다. 이들 법에 따르면 교육공무원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신체상·정신상의 장애로 장기 요양이 필요할 경우, 휴직을 해야 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질환교원심의위가 현재도 운영 중이지만, 질환교원심의위 개최가 법적인 의무가 아니기에 지금까지는 유명무실한 법안으로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대전시교육청이 질환교원심의위를 개최한 것은 2012년과 2019, 2020년까지 총 3번이 전부. 이에 문제가 되는 교직원을 직권 휴직시킬 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 개최를 의무화하고 법제화하는 논의가 당 차원에서 진행 중인 것이다.

인권침해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야기할 수 있는 법안

아직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입안된 내용에 따르면 하늘이법에는 정상적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에게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직권 휴직을 명할 수 있는 내용과 교원이 폭력성 등으로 특이 증상을 보였을 때 긴급하게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포함된다. 이렇게 될 경우,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교원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정신질환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교직에서 배제될 수 있기에 교원들은 정신병 이력을 숨기려 할 것이고, 아예 정신 병원을 찾지 않아 병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정신건강의학회를 포함한 학회에서도 하늘이법 제정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우울증을 치료받았던 경력이 있다고 해서 폭력성을 띄거나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학회에서는 대부분의 우울증은 타인에 대한 폭력성으로 발현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우울증에 대한 지나친 편견으로 정신질환을 방치하거나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없는 치료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속한 법제화가 가능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네이밍 법안

네이밍 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네이밍 법안은 법률안에 피해자나 입법에 기여한 사람의 이름을 붙여 부르는 방식이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의 경우, 하늘이법처럼 피해자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기억하기 쉽도록 네이밍 한다. 이 방식은 이름 자체로 피해자의 감정을 떠올리게 만드는 측면이 있어 국민적 여론을 토대로 신속한 법제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법안이 가져올 영향을 세밀하게 검토하지 못한다는 부작용이 있다. 실제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상해하거나 사망하게 하였을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의 안타까운 사고를 막기 위해 제정되었다.

하지만 이 법을 악용해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 달리는 자동차에 일부러 사고를 내는 공갈행위가 발생했고,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 자동차를 만지거나 두드리며 운전자의 반응을 관찰하는 일명 민식이법 놀이 등의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하늘이법 역시 제 2의 하늘이가 탄생하는 비극을 막기 위해 학교 안의 안전을 지키는 데 방점을 둔 법안이지만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이 추진될 경우, 정신질환자 모두를 잠정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법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늘이법으로 학교 안의 학생 안전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모두가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목소리지만, 빠른 법 제정에만 집중하다가는 또다른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법이 탄생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와 검증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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