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의 법정 정년 확대 권고, 정년 확대가 가져올 변화는?
![고령화 속도와 영향을 고려하면 정년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전체 산업에 적용하는 일괄적인 정년 연장보다는 사업체 규모와 산업의 성격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정년을 적용하거나, 일자리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을...[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03/370602_388718_2523.jpg)
지난해 12월,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하면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고령화는 비단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사회 문제 중 하나다. 세계인구고령화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16~22% 정도가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다수의 나라가 인구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1970~2018년 한국의 고령화 비율 연평균 증가율은 3.3%로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의 통계에서는 증가율이 4.4%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은 2000년에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기록하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18년 만인 2018년에 14%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리고 2024년, 6년 만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를 기록한 나라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0일, 국무총리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법정 정년을 65세로 상향할 것을 권고했다.
소득 공백을 없애고 노인 빈곤율 개선을 위해 정년 확대해야
인권위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상 법적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나이가 65세로 변하고 있는 만큼, 60세에 정년을 맞이하게 되면 5년 이상 소득 단절에 직면하게 되어 개인의 경제적 안정이 위험해진다”고 말하며 이 5년의 소득 공백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정년을 맞이하는 60대의 주요 수입 중 하나인 국민연금은 1998년 1차 연금 개혁으로 인해 2013년부터 61세로 상향되었다. 이후 5년마다 한 살씩 늦춰지고 있어, 2033년에는 65살에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노동력 부족과 여타 정부 기관의 정책, 판단에 대한 첨언도 덧붙였다. 인권위는 “한국의 노인 빈곤율을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라고 말하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 인적자원을 최대로 활용해 감소하는 생산가능인구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2019년에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일할 수 있는 가동연한을 기존의 60살에서 65살로 상향 판결한 바 있다. 여기에 OECD의 ‘2024년 한국경제보고서’에 기재된 한국의 법정 정년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문구, 행정안전부와 일부 지자체가 공무직 정년을 65세로 연장 조치한 점 등을 정년 확대의 근거로 내세웠다. 유럽연합 법원과 독일 연방노동법원이 정년 연령을 최소한 연금 수급 연령 이상으로 정하도록 한 결정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년 확대, 영향은?
인권위의 설명처럼 정년이 연장되면 고령자의 소득이 보장되고, 국민연금의 재정고갈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 노동력 확대로 인해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년 확대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단순히 생각해 보아도 정년이 늘어나면 T.O가 정해져 있는 기업에서는 고령 근로자가 청년 구직자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청년 근로자보다 고액인 고령 근로자의 연봉을 기업이 보다 오래 감당해야 하기에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2020년에 정년을 60세로 확대할 때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정년 연장 대상이 한 명 늘어날 때마다 청년 채용이 0.2명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에서는 고령 고용이 1명 늘 때, 청년 근로자도 0.37~0.61명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도 고령 노동자와 청년 노동자의 직종격리 지수를 확인한 결과, 일자리 대체성이 약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고령 노동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반드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정년 확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2023년 6월 통계청의 조사 결과, 정년제를 운용하고 있는 기업은 21.2%로 나타났다. 정년을 확대해도 그 수혜를 보는 이들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년이 존재하는 기업의 대다수가 300인 이상의 기업이거나 공공기관인 것을 고려하면 정년 확대의 효과는 실제 노인 빈곤을 겪고 있는 이들이 아닌, 이미 어느정도 자본과 기반이 있는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정년이 65세로 확대될 경우, 그 수혜를 보는 이들은 2024년 기준 47~121만 명으로 이는 전체 취업자의 15.5~39.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속도와 영향을 고려하면 정년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전체 산업에 적용하는 일괄적인 정년 연장보다는 사업체 규모와 산업의 성격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정년을 적용하거나, 일자리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비치고 있다. 퇴직 후 재채용, 임금피크제 등의 제도를 대안으로 내세우는 이들도 있다. 정년 확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일괄적인 정년 확대보다는 노사정의 구체적인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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