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의 힘은 세다

서버 해킹설은 2024년 국가정보원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점검한 보안합동점검에서 근거 없다고 밝혀졌다. 보안 관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방화벽이 작동하는 상태에서 국가정보원의 해킹 시나리오는 먹히지 않았던 ...[본문 중에서]
서버 해킹설은 2024년 국가정보원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점검한 보안합동점검에서 근거 없다고 밝혀졌다. 보안 관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방화벽이 작동하는 상태에서 국가정보원의 해킹 시나리오는 먹히지 않았던 ...[본문 중에서]

윤석열 대통령조차 계엄령 이후 발표한 지난해 1212일 담화에서 선거 관리 전산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스스로 부정 선거 음모론을 신뢰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부정 선거 음모론이 일부 극우 유튜버의 주장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대통령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부정 선거 음모론은 이처럼 쉽게 기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부정 선거 음모론의 시작은,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민경욱 전의원의 선거무효소송이 출발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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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전의원의 문제 제기는 이미 2022년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 판결을 받아 종결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극우 유튜버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현재까지도 부정선거 음모론을 끈질기게 퍼트리고 있다. 이들의 부정선거 음모론은 크게 통계적 오류, 개표 조작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부실 등을 근거로 삼는다.

무엇보다 부정 선거 음모론자들은 통계적으로 사전선거 득표율과 본선거 득표율이 같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선거관리위원회 서버가 해킹돼 본선거의 득표율과 사전선거 득표율 차이만큼 수치가 조작됐다고 말한다. 아울러 사전선거 득표수를 맞추기 위해 위조 투표지를 넣거나 투표함을 바꿔치기하는 등 개표 부정 행위가 벌어졌다고 강변한다.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이들은 202021대 총선부터 지금까지 모든 선거가 부정 선거라고 이야기한다. 심지어 국민의힘 여권이 승리한 20222023년 대선과 지방선거조차도 말이다.

하지만 투표층의 정치적 성향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전선거와 본선거 득표율이 같을 이유는 없다 예를 들어, 202021대 총선과 2022년 대선에서 사전선거 득표율과 본선거 득표율은 달랐다. 그런데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2020년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2022년 대선에서는 국민의힘의 윤석열 후보가 승리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주장처럼 일방적으로 야당에게 유리한 선거 결과는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해킹설은 2024년 국가정보원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점검한 보안합동점검에서 근거 없다고 밝혀졌다. 보안 관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방화벽이 작동하는 상태에서 국가정보원의 해킹 시나리오는 먹히지 않았던 것이다. 서버 해킹설은 보안 관제 시스템을 일부 정지시켜놓고 공격자가 선거관리위원회에 들어왔다는 전제 아래서만 가능한 이야기일 뿐이다.

결정적으로 수십만 명이 동원되는 수개표 현장 종사자들의 눈길을 피할 길이 없다. 개표 부정행위가 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듯이 광범위하게 벌어졌다면 참관인과 공무원을 비롯한 종사자들이 공모했다는 얘기밖에는 안 된다. 그러나 여야 참관인 등 이해관계가 다른 이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왜 부정 선거론과 같은 음모론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까?

부정선거 음모론이 꺾이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20대 총선과 21대 총선 결과에 실망한 일부 보수 유권자들의 좌절감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은 달라진 선거 지형에 따른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유튜브 등의 알고리즘 영향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이 유포되고 확증편향이 강해진 탓도 크다. 여기에 더해 여권 일부에서 이들 표심을 흡수하기 위해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기기는 측면도 있다.

음모론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사실에 관심이 없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치세력에게 유리한가 불리한가에 대한 유무뿐이다. 그렇기에 음모론이 합리적인 공론장에 올라 저절로 없어지길 기대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부인하는 음모론에 맞서 적극적인 대책이 모색되어야 하는 이유다.

부정선거 음모론의 확산을 막기 위해 법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미 언급했듯이 2022년 대법원 선고, 또는 수차례 법원 판결문 등으로 부정 선거 주장이 근거 없음을 여러 차례 반박해왔다.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워원회는 자료집을 배포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부정 선거론 의문에 대답하는 등 노력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언론의 역할이 빠질 수 없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독자가 더 신뢰하는 이유는 기성 언론이 비판적인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내 일부 언론은 정권 친화적인 보도만 내놓았을 뿐이다. 이들은 부정 선거 음모론 등에 적극적인 견제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객관적인 사실을 나열하거나 기계적인 양비론에 빠지는 것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의제 설정을 해야 한다.

부정 선거 음모론이 반드시 보수 지지자의 전유물은 아니다. 2012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진보 지지자 사이에서 투표지 분류기 문제가 지적되며 부정 선거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들 부정 선거 음모론자는 모두 투개표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 선거 투개표 현장을 참관한 많은 시민과 정당인 그리고 개표에 참여한 공무원은 한목소리로 선거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라면 자신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투개표 현장을 직접 참관하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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