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친환경‧동물복지 식품 강조한 마켓컬리…A4용지 보다 작은 공간서 사육한 ‘4번 달걀’ 유통․판매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친환경‧동물복지 식품 강조한 마켓컬리…A4용지 보다 작은 공간서 사육한 ‘4번 달걀’ 유통․판매
  • 박선주
  • 승인 2020.12.09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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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프리미엄 상품으로 착한 소비를 장려했던 마켓컬리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기농 식품을 엄선해 판매한다고 광고한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가 사육공간이 좁은 곳에서 자란 ‘4번 달걀’을 판매하면서도 업체 측은 ‘닭이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는 환경’이라고 밝혀 동물보호단체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달걀껍질에 10자리 계란 생산정보가 기재된다. 순서대로 보면 산란일자 4자리, 생산자고유번호 5자리, 사육환경번호(1자리) 순이다. 문제의 시작은 달걀 껍질에 쓰인 10자리 숫자 중 마지막 사육환경번호에 있는 숫자 4. 동물보호단체는 왜 숫자 4에 민감하게 반응한 걸까.

닭의 사육환경 분류 번호는 1~4번으로 구성된다. ▲1번 방목장에서 닭이 자유롭게 다니도록 키우는 방식 ▲2번 케이지와 축사를 자유롭게 다니도록 키우는 방식 ▲3번 비교적 넓은 면적(0.075㎡/마리)의 ‘개선 케이지’ ▲4번 면적이 0.05㎡/마리인 ‘기존케이지’를 말한다. 마켓컬리가 유통한 4번은 A4용지(0.062㎡)보다 좁은 면적에 닭을 가둬 키우는 방식이다.

사육환경 1~2번 기준에 충족하려면 농장 환경개선을 위해 비용이 높아지고, 사육 밀도가 낮아지면서 생산량은 줄어든다. 3~4번 달걀에 비해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기에 대부분의 유통업체에서는 여전히 3~4번 달걀을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마켓컬리는 1~2번 달걀 유통 판매량은 75%에 달했다. 그러다 최근에 스마트팜(사람대신 컴퓨터가 닭은 사육하는 무인 양계장)을 운영하는 한 양계업계에서 생산하는 ‘4번 달걀’의 판매유통을 시작하면서 기존 경영 방침과는 다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보러 가지 않고도 새벽에 신선식품을 문 앞에서 배송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는 마켓컬리. 사업 초창기 ‘강남 소비자들의 필수 앱’이라고 불렸다. 고급 식재료를 살 수 있는 플랫폼으로 강남권에서 입소문이 나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질 좋은 신선식품을 원하는 소비자로 타깃하며 마켓컬리는 충성 고객을 확보했고 외적으로도 성장했다. 이런 마켓컬리가 4번 달걀을 유통‧판매하는 것이 외부에서 볼 때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다.


코로나19로 건강한 먹거리 찾는 수요자↑…올바른 정보 제공해야


올해는 코로나19의 격렬한 파도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식품 온라인시장은 더욱 커졌다. 게다가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한 면역력과 건강 유지가 화두가 되면서 자연히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수요가 늘었고, 이는 ‘유기농 식품’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었다.

유기농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관련 업체가 바른 먹거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동물복지단체는 ‘친환경․동물복지’라는 철학을 가진 마켓컬리의 ‘4번 달걀’ 판매는 소비자 기만행위라고 주장한다.

이에 업체가 내놓은 항변은 다음과 같다. 마켓컬리는 “시름시름 아픈 돼지를 ‘무항생제 고기’로 만들겠다고 주사 처방 한번 안하는 게 동물복지인가”라고 해명했다. 이어 “자연방사 유정란은 닭이 마음껏 돌아다니다 달걀을 여기저기 낳는다는 점에서 동물복지일 수 있지만 그만큼 달걀 자체가 오염원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마켓컬리는 흔히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은 스트레스가 많고 지저분하게 자랄 것으로 생각하지만 스마트팜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면 이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마켓컬리는 “스마트팜에서 안전한 달걀의 가능성을 봤다”며 4번 달걀 판매를 알리는 내용을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다. 마켓컬리 측은 “온도와 습도, 일조량,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농도 등을 슈퍼컴퓨터로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며 “비위생적이고 사육 환경이 열악한 기존 케이지와 달리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닭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 살충제나 항생제를 투여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물복지단체는 “동물복지가 철저히 무시된 케이지 달걀 판매는 윤리적 생산과 소비를 지향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동물복지단체는 “4번 사육환경에서는 닭이 날개짓이나 모래목욕 등의 본능적 태도를 제한당한 채 케이지에 갇히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유럽연합(EU)은 2012년부터 최소 면적을 지키지 않은 밀집 사육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신뢰’가 기업의 흥망성쇠 좌우하는 세상, 말에 책임지는 태도 필요해


임홍택 작가의 저서 <90년대생이 온다>에서는 “이제는 정직한 제품과 서비스가 살아남는다”며 “90년대 생들은 본인이 직원으로 일하든 소비자로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라고 언급했다. 이어 “신뢰를 잃어버리는 그 많던 인기도 신기루처럼 사라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다른 기업도 4번 달걀을 판매하고 있지만, 유독 마켓컬리의 4번 달걀 판매에 대해 더 엄중한 잣대를 대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업체인 만큼 소비자들의 기대수준도 높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프리미엄 식재료를 판매한다’는 마켓컬리의 자사 철학이 다른 유통기업과는 다른 잣대를 만들어냈다는 것. 즉 정직하고 건강한 식재료를 경쟁력으로 내세운 기업인만큼 그에 걸 맞는 상품을 판매해야 하며, 소비자들이 동물복지를 고려한 제품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올바른 정보 전달을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물론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소비자들은 말한 것에 책임을 지는 ‘착한기업’의 제품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손쉽게 클릭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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