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중견기업 진단] 화천그룹은 화천기공, 서암기계공업, 화천기계 등 4사의 상장사와 11사의 비상장사로 이루어져있다. 故 권승관 명예 회장이 화천기공의 창업자로 오너 2세인 장남 권영열 회장이 그룹 총괄을 맡고 있으며 차남 권영두 부회장, 삼남 권영호 부회장이 화천기공과 서암기계공업 등에서 대표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오너 3세가 경영권을 잡기 시작해 오너 중심의 경영 체제가 굳혀지고 있다. 그러나 지분 관계가 있는 데다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구조 하에서 일감몰아주기나 고액 연봉 등과 같은 이슈는 오너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
화천그룹 오너 가족 회사 등에서 발견된 ‘일감몰아주기’
화천그룹의 핵심 계열사 화천기공, 서암기계공업, 화천기계 등은 경영자로 활동 중인 오너 2세인 권영열 회장, 권영두 부회장, 권영호 부회장과 지분 관계가 있다. 오너 3세 권형석 이사, 권형도 이사, 권형운 이사 및 권형록 이사도 서서히 주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데다 역시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다. 이곳 외에도 권형석 이사 포함 3인의 개인 주주에 지분을 매각한 티피에스코리아 등도 화천그룹의 계열사로 알려져 있다.
서암기계공업은 사내 이사 총 4인 모두가 오너 경영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권영열 회장은 3회, 권영호 부회장은 8회에 걸쳐 연임됐으며 권영두 부회장의 두 아들 권형록 이사, 권형운 이사는 각각 2회, 1회씩 연임됐다. 이사회 운영 시 사내 이사 전원이 오너 경영인인 만큼 사외 이사의 견제 기능이 중요할 수 있다.
서암기계공업의 내부거래는 최근 5년 간 평균 12.6%로 총매출액의 10% 내외가 특수관계 기업과의 거래였다. 내부거래의 중심에는 유의적 영향력을 보유한 화천기공, 기타 특수관계에 있는 화천기계가 있다. 이 두 회사는 오너 2세, 3세가 사내 이사로 되어 있거나 지분 관계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내부 거래와 관련된 이슈가 이사회 구성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의문을 자아낼 수 있다.
총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10% 이상 웃돈 서암기계공업은 꾸준한 배당을 실시해 왔다. 현금배당총액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만큼 일감몰아주기 정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나올 수 있다. 이로써 최대주주인 화천기공에 1억원 이상 혹은 2억원 이상의 배당 수익이 지급됐으며 이외 오너 일가도 수천만원의 배당 수익을 매년 받을 수 있었다.
티피에스코리아는 합작 외투기업으로 설립된 후 화천기공 100% 자회사로 편입됐으나 지분 전부를 권형석 이사 등 개인 주주에 100% 매각했다. 사실상 현재는 오너 가족 회사인 이곳의 등기 임원으로 권영두 부회장 및 권형석, 권형도 이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확한 사내 이사 목록 등은 확인하기 어려우나 이곳도 사내 이사 과반수 이상이 오너 경영인일 수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체 매출액 중 평균 34.9%가 내부거래였다. 비상장 계열사이자 권형석 이사 등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티피에스코리아의 내부거래 비중은 상장사 서암기계공업에 비해 더 높았다.
티피에스코리아도 2016년부터 매해 수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권형석 이사를 포함한 3인에 돌아간 현금배당총액은 2016년, 2017년, 2018년 각각 5억원, 2019년 6억5100만원, 2020년 4억800만원이었다. 배당성향의 경우 2016년에서 2020년 사이 평균 22.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서암기계공업, 티피에스코리아가 내부거래 후 배당을 지급한 과정에서 사내 이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오너 경영인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할 수 있다.
불안정한 실적에도 5억원 이상 고액 급여 지급, 사외 이사 견제 부족?
1975년 설립 후 1988년 상장한 화천기계는 공작기계류 종합 생산 업체로서 자동차엔진용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2018년 이후 화천기계의 매출은 연속해서 감소하며 2018년 약 31억원, 2019년 약 93억원, 2020년 약 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1년 매출액 약 1759억원으로 증가해 흑자로 전환했지만 영업이익률은 0.7%에 그쳤다. 2022년에 들어서도 매출액은 약 1897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크게 늘지 않아 영업이익률 0.7%였다.
화천기계의 사내이사 4인 중 김홍용 부사장을 제외한 3인이 오너 일가다. 권영열 회장 10회, 권형석 이사 6회, 권형도 이사 1회 연임해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는 설치되어 있지 않다. 다만 이 위원회 설치는 의무는 아니지만 이사 보수를 책정할 때 객관성 등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이미 2017년부터 수익성이 떨어졌지만 권영열 회장은 화천기계로부터2020년 한 해를 제외하고 2018년부터 약 7억원대의 급여를 받았다. 또 적자를 벗어나자마자 2021년 6천만원, 2022년 5천만원가량의 상여도 수령했다. 권형석 대표 역시 회사의 적자에도 불구 5억원 이상의 보수를 지급받았다.
금속공작기계와 주방품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화천기공도 마찬가지로 2018년과 2020년 사이 매출 규모가 줄어들었다. 또 2018년 4%의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더니 2020년 0.9%까지 급락했다. 이후 매출액이 늘며 영업이익도 다시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2021년 1.6%, 2022년 3.4%로 2018년 수준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화천기공의 사내이사는 총 6인으로 김기태 사장을 뺀 나머지 5인이 오너 일가다. 화천기공의 대표는 권영열 회장과 권영두 부회장으로 각각 13회, 8회씩 연임했으며 권 회장은 권 부회장이 겸직하고 있다. 권 회장의 아들 권형석 이사는 마케팅 담당 임원, 권영두 부회장의 아들 권형도 이사는 기계사업부문 사장을 맡고 있다. 권영호 부회장의 아들 권형록 이사는 2022년 3월 신규 선임됐으며 구매 담당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권영열 회장과 권영두 부회장은 5억원 이상 보수 공개 대상자였다. 권 회장은 다소 불안정했던 실적에도 2018년부터 5년간 9억원의 급여를 받았다. 권 부회장도 2018년에서 2021년까지 9억원, 2022년 약 7억원의 급여를 받았다. 권 회장, 권 부회장의 급여와 상여 합계액은 화천기공 영업이익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가령 2018년 2인의 오너 경영인 급여, 상여 합계액 21억원은 당해 영업이익의 24.5%에 달했다.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진 2020년에는 영업이익보다도 더 큰 수준의 급여, 상여가 지급되기도 했다.
이에 뉴스워커의 진단으로는 임원의 급여 등은 이사회에서 결정해 주총에서 승인된 범위 내에서 지급해 법적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이사회 절반 이상이 오너 경영인인 데다 오너일가와 지분 관계가 있는 상태에서 사외 이사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보수 지급과 관련된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오너 일가가 사내 이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내부거래와 관련된 이슈도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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