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굴욕의 원흉 탁구게이트, 손흥민 지고 이강인 뜨고, 새로운 얼굴들, 축구개혁은?

가뜩이나 이 자리는 손흥민의 포지션이었다. 대표팀은 손흥민을 위시한 윙어 자원이 비교적 두터웠지만, 손흥민이 단순한 윙어가 아니었기에 그 공백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운용의 변화가 불가피했다.손흥민의 부상으로 해당 포지션에는 황희찬이 선발 투입되었다. 그러나 황희찬이 전반 20분 만에 부상으로 교체됐을 때, 홍 감독은 망설임 없이 엄지성을 투입했다. 그리고...[본문 중에서]
가뜩이나 이 자리는 손흥민의 포지션이었다. 대표팀은 손흥민을 위시한 윙어 자원이 비교적 두터웠지만, 손흥민이 단순한 윙어가 아니었기에 그 공백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운용의 변화가 불가피했다.손흥민의 부상으로 해당 포지션에는 황희찬이 선발 투입되었다. 그러나 황희찬이 전반 20분 만에 부상으로 교체됐을 때, 홍 감독은 망설임 없이 엄지성을 투입했다. 그리고...[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논란의 스포츠] 10, 요르단 암만의 암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3차전에서 요르단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다. 이재성의 선제골과 오현규의 추가골로 얻어낸 이 승리는 단순한 3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올해 초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요르단에게 당했던 0-2 패배의 아픔을 설욕하는 의미 있는 승리였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어려운 요르단 원정에서 승리를 거둬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는 "황희찬 선수가 좋은 스타트를 했지만, 불운한 부상으로 경기장을 나왔고, 준비했던 엄지성 선수 카드도 부상을 당해 당황스러웠다"면서도 "그래도 준비한 대로 선수들이 경기를 이끌어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승리로 한국(21)은 요르단(111)을 제치고 조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 승리가 한국 축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팬들과 전문가들은 여전히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논란과 한국 축구의 근본적 문제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연 이번 승리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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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서 있던 홍명보, 한방의 승리로 잠잠해진 논란, 그러나 불씨는 여전히 뜨거워


홍명보 감독에게 이번 경기는 그야말로 사활이 걸린 한 판이었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부터 제기된 의혹과 비판, 거기에 지난 클린스만호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준 요르단 공포를 씻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승리로 홍 감독은 잠시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되었다.

비록 홍 감독의 첫 경기였고, 아직 수습되지 않은 팀이었다고는 하지만, B조 최약체 팔레스타인과의 무승부는 홍명보 감독에게는 뼈아픈 경기였다. 다행히도 이번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은 지난 팔레스타인전이나 오만전과는 확실히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U자형 빌드업에서 벗어나 중앙을 통한 빌드업으로 전환한 점이 눈에 띄었다. 아직 원정의 기세에 눌렸던 초반의 불안함, 선제골을 획득한 전반 이후, 여유가 생긴 후반부터는 확실히 중원을 통한 빌드업과 패스를 통해 적절히 상대를 지치게 했다. 다급해진 요르단이 라인을 올리자, 우리측 수비라인으로 끌어들이고 간격을 넓혀 뒷공간을 노리는 전술의 변화도 느낄 수 있었다. 수비수 출신인 홍명보 감독의 특성이 반영된 듯, 안정적인 수비 전술 위에 쌓아가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나 이 한 번의 승리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 그리고 홍명보 감독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둔 상황에서 이번 승리는 겨우 급한 불을 끈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한 경기 잘했다고 모든 게 용서되는 건 아니다"라는 의견이 여전히 강하다.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불투명성과 졸속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아직도 식지 않았다. 이는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팬들의 염려를 반영한다.


탁구게이트 주역 손흥민 지고, 이강인 뜨고한국 축구, 본의 아니게 세대교체 중


이번 경기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단연 이강인이었다. 손흥민의 부재 속에서 이강인은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에이스 손흥민의 부재 속에 상대의 제 1 견제 대상은 이강인이었다. 그러나 그의 날카로운 패스와 볼 배급 능력은 집중 견제를 받는 상황 속에서도 돋보였다.

실제로 이강인은 경기 내내 4번의 키 패스를 기록했고, 패스 성공률도 85%에 달했다. 특히 후반 3분 황인범의 패스를 받아 재치 있는 턴으로 프리킥을 얻어내는 장면은 그의 기술과 경기 운영 능력을 잘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강인의 활약은 한국 축구의 세대교체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팀이 흔들리지 않고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를 대체할 다양한 자원이 이날 경기에서 수면 위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같은 요르단을 상대로 지난 아시안컵에서 탁구게이트에 연루되며 홍역을 치른 이강인. 홍명보 체제 하에서는 다행히 이런 잡음 없이 복수에 성공했다.


황희찬, 엄지성, 같은 포지션의 2번 부상 아웃. 홍명보, 용병술은 괜찮았는데이라크전은?


이날 경기에서는 왼쪽 윙어 수난의 연속이었다. 가뜩이나 이 자리는 손흥민의 포지션이었다. 대표팀은 손흥민을 위시한 윙어 자원이 비교적 두터웠지만, 손흥민이 단순한 윙어가 아니었기에 그 공백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운용의 변화가 불가피했다.

손흥민의 부상으로 해당 포지션에는 황희찬이 선발 투입되었다. 그러나 황희찬이 전반 20분 만에 부상으로 교체됐을 때, 홍 감독은 망설임 없이 엄지성을 투입했다. 그리고 엄지성마저 부상으로 빠졌을 때는 배준호를 기용했다. 이 과정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는 주민규를 빠르게 오현규로 교체하는 과감한 결정도 내렸다.

결과적으로 이 결정들은 적중했다. 배준호는 경기 내내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더니 결국, 후반 23분 오현규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연결해 추가골의 발판을 마련했고, 오현규는 멋진 돌파와 함께 이를 시원하게 마무리 지었다. 이를 단순히 우연이라고 볼 수는 없고, 홍명보 감독의 예리한 눈과 과감한 결단력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용병술이 앞으로도 항상 통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부상 문제는 여전히 한국 축구의 큰 과제로 남아있다. 홍 감독은 전술적 스펙트럼이 그리 큰 감독이 아니다. 물론 그의 전술적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 코치 두 명이 보조하고 있지만, 홍명보 본인은 완성된 하나의 전술을 선호한다. 한국 공격의 주축인 주력 윙어들이 줄줄이 부상인 상황에서 오는 이라크전을 대비해야 한다. 이날의 결과보다는 다가오는 이라크전이 그의 진짜 전술적 능력을 시험해 볼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 플레이 엔딩곡 에라 모르겠다지기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결과로 용서되는 상황은 별로


사실 이번 요르단전은 팬들 입장에서는 이기기를 바라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난 24일 현안질의로 인해, 오히려 한국 축구의 문제점이 공론화된 상황에서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며 철벽 방어했던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 감독 선임의 절차적 문제를 잠식시키는 유일한 길은 오직 승리였다. 문체부까지 나서서 홍 감독의 선임을 문제 삼고 있고 이로 인해 FIFA의 제재 논의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축협도 이번 승리의 중요성을 알았는지 전세기까지 동원하며 공을 들였다.

그러나 오히려 이번 승리로 인해 더 근본적인 문제들이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 이번 선임 과정은 홍명보가 FIFA 월드컵을 이끌 자격이 있는지보다도, 또다시 K리그를 희생시키는 졸속 행정의 반복이라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 선임된 홍명보가 주요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체계적인 선임 절차는 필요 없고, K리그 감독을 급히 선임해도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축구 팬들에게 전하게 될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주장할 것이고, 그들의 졸속 행정은 A대표팀의 성과에 묻혀 결과적으로 홍명보호가 성공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한국 축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재밌게도 해당 경기를 중계한 쿠팡 플레이의 엔딩곡은 빅뱅의 에라 모르겠다이다. 전술했듯 이번 경기는 홍명보호의 분수령이었지만, 이미 논란이 너무 커져 버린 상황에서 이기면 이기는 대로 모순에 빠진다. 차라리 요르단에게 제대로 깨졌다면, 이번 기회에 한국 축구 전반을 싹 다 갈아엎겠다며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환영했을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10월 국감에서 칼바람이 불 예정이었다.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승리를 응원해야 하는 당연함과 개혁을 위해 패배를 기대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졌다. 칼을 갈고 있던 상황에서 명분 하나가 없어졌다. 그런 상황을 묘하게 표현한 듯한 엔딩곡은 절묘했다.


손흥민 지고 이강인 뜨고, 배준호, 엄지성, 오현규 세대교체 하는데, 축구개혁은 언제?


손흥민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여전히 월드클래스 선수이지만, 최근 토트넘에서의 입지 약화는 그의 전성기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번 요르단전에서 우리는 오랜만에 주장 완장을 손흥민이 아닌 다른 선수에게 채워주었다. 같은 요르단을 상대로 아시안컵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던 이강인도 사건 이후, 대표팀에서 실력으로 나날이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등장도 주목된다. 주요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한 전력 공백이 우려됐지만, 이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배준호, 엄지성, 오현규 등 새로운 얼굴들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우려했던 손흥민의 부재, 그가 없었던 이번 요르단전이 오히려 새로운 얼굴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토양을 제공했을 수도 있다.

이렇게 대표팀 선수들의 세대는 의도하든 아니든 자연스럽게 교체되고 있다. 그러나 대표팀의 지도부는 고여있다. 홍명보 또한 감독으로서는 고인물이다. 그런 홍명보 감독이 과연 이러한 세대교체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인가? 그의 지도 스타일은 주로 믿는 선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새로운 인재 발굴과 육성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반드시 승리해야 했던 이번 경기에서 그가 세대교체를 의도적으로 실험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다. 오히려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으로 봐야 한다.

비록 요르단전을 이겼더라도, 그리고 앞으로의 결과가 좋더라도, 감독이 되기 전부터 정당성을 잃어버린 그가 온전한 지도력을 행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회의적이다. 홍명보 감독은 메니지먼트형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리더십의 상처는 치명적이다. 장점의 대부분을 잃고 시작하는 출항이다. 어쩌면 차라리 그에게는 그가 늘 원했듯 축구 행정가의 길이 더 어울릴 수도 있다. 그의 축협 시절 행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지금의 정몽규 회장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 지금은 나아갈 때가 아니라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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