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남북정세] 북한이 지난 25일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물 해체를 골자로 한 통지문을 보낸 가운데, 우리 정부는 28일 금강산에서 남북 당국 간 실무협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하며 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논의하자고 밝혔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와 현대아산은 오늘(28일) 오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금강산국제관광국 앞으로 각각 통지문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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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北통지문 받은지 사흘만에 ‘편리한 시기, 금강산’에서 만나자고 제안

이 대변인은 통지문 내용과 관련해서는“정부는 북측이 제기한 문제를 포함해서 금강산 관광 문제 협의를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했으며, 관광사업자가 동행할 것임을 통지했다”며 “현대아산은 당국 대표단과 동행하여 북측이 제기한 문제와 더불어 금강산 지구의 새로운 발전 방향에 대한 협의를 제의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금강산 관광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 기업의 재산권에 대한 일방적인 조치는 국민 정서에 배치되고 남북관계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남북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시설물 철거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 있음을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시점과 관련해서는 북측에 ‘편리한 시기’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측이 통지문에서 문서교환 방식의 협의와 ‘철거해 가기 바란다’고 명시한 점을 볼 때 실무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 남북 실무협의 이뤄질까…북미대화 연말 ‘시한’은 두달 앞으로

북한 역시 3차 북미정상회담의 시한을 연말로 제안해 놓은 바가 있기 때문에, 올 연말까지 2개월여 남은 시간 동안 남북간 대화와 비핵화 대화를 함께 진행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미협상에서 물러났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앞세우며 미국에게 결단을 촉구하는 등 압박 기조로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27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워 시간끌기를 하면서 이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담화를 내며 “최근 최근 미국이 우리의 인내심과 아량을 오판하면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더욱 발광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반 상황은 미국이 셈법 전환과 관련한 우리의 요구에 부응하기는커녕 이전보다 더 교활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우리를 고립 압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미국의 이러한 적대행위들과 잘못된 관행들로 하여 몇 번이나 탈선되고 뒤틀릴 뻔했던 조미관계가 그나마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형성된 친분관계 덕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김 부위원장은 그러면서도 양측 정상의 친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은 “조미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는 결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으며 조미관계 악화를 방지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담보가 아니다”라며 “조미관계에서는 그 어떤 실제적인 진전이 이룩된 것이 없으며 지금 당장이라도 불과 불이 오갈 수 있는 교전관계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미 강경파로 알려진 김 부위원장이 다시 등장한 것은 북한이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을 압박하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계관 외무성 고문의 담화가 나온지 사흘만에 강경파 김 부위원장의 명의로 또 한번의 담화를 발표한 것은 연말 시한까지 북미 협상의 진전을 꿰하려는 압박성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던 실무협상이 결렬 된 후 더 이상 진전이 없자 북한 내부에서 조급한 기류가 흐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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