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원들은 40년의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 국적선사의 각 분야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내외로 신뢰받는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현재와 같은 해운업 불황속에서 이같이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적자원들은 우리나라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뿐만아니라 귀사의 성장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한진해운 사장이 현대상선,흥아해운 등에 보낸 직원 채용 요청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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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 한진해운이 현대상선 등 해운·물류업체들에게 직원들의 재취업을 요청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최근 현대상선 등 해운·물류업체들에게 석태수 사장 명의의 `한진해운 인적자원 채용 협조 요청` 협조문을 보냈다.

지난 9월 1일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주력인 미주 노선 영업망을 비롯해 해외 법인과 터미널 등 주요 자산을 모두 매각하며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고 있다.

이미 한진해운 해상직원들은 사측으로부터 내달 10일 일괄 해고한다는 통보를 받았고 직원 600며명은 실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진해운은 재취업 요청문에서 "현재 회생계획 인가 전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공개매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매각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상당수 직원들의 이직이 예상된다"며 "현재 직원들의 재취업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지원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진해운의 영업양수도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대한해운은 미주·아시아 노선의 육상·해상 직원 700여명의 고용을 승계하겠다고 법원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고용승계 규모는 본계약 때 확정된다.

▲ 사진:한진해운 제공

◆ 법정관리 간 한진해운 회생 청산 여부 내년 2월 결정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회생 혹은 청산 여부가 내년 2월에야 결정될 전망이다.

18일 법원과 한진해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당초 다음달 23일로 계획됐던 한진해운의 회생계획서 제출 시한을 내년 2월3일로 연기했다. 한진해운의 채권 조사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다.

해운업계에서는 법원이 한진해운의 자산 매각에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여긴다. 현재 한진해운은 미주노선 영업망에 대해 입찰을 실시해 삼라마이더스(SM)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다만 이 매각에 옵션으로 포함된 미국 롱비치 터미널 인수방법을 놓고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롱비치터미널을 운영하는 한진해운 자회사 TTI는 2대주주인 스위스 선사 MSC가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SM그룹이 TTI를 함께 인수하기 위해선 MSC와의 협상이 필요하다.

이밖에 법원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박 5척, 벌크선, 장기운송계약, 일본과 대만의 HPC 터미널, 광양 터미널 등을 매각 중이다.

한편 이날 해양수산부는 해운조합 부산지부 회의실에서 한진해운 선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 노사정 특별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내달 10일부터 해고 절차가 진행될 한진해운 선원 492명이 국내 선사에 최대한 재취업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 사진: 한진해운 제공

◆ 대만, 양대 해운사에 2조2천억원 지원..한진해운과 다른 운명

대만 정부가 한국의 한진해운 사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운회사 살리기에 600억 대만달러(약 2조2천억원)를 지원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대만 정부가 이날 구제 패키지를 발표한 뒤 왕코우차이 교통부 차관은 "(한진해운 사태가) 해운업의 피해가 통제할 수 없게 되기 전에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량의 상품을 수송하는 해운사는 우리 경제 발전에 핵심적"이라면서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140억 달러어치의 화물이 몇 달 동안 바다에 묶여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이 일었다고 덧붙였다.

대만 정부는 세계 7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결국 공중분해 되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대만 정부는 양대 선사인 에버그린과 양밍을 주로 지원하려 한다고 복수의 소식통은 WSJ에 말했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에버그린과 양밍은 각각 세계 시장 점유율 5위와 8위 해운사다.

에버그린과 양밍은 연간 2.9%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것이라고 한 소식통은 덧붙였다.

카라차스 마린 어드바이저스의 바실 카라차스는 "리스크를 고려해보면 엄청난 혜택"이라면서 "다른 선사들은 대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금리가 6∼7% 수준"이라고 말했다.

▲ 자료:금융위원회

대만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수송하는 에버그린과 양밍은 올해 1∼3분기에 합쳐서 5억8천만 달러(약 7천억원)의 손실을 냈다. 씨인텔리전스컨설팅의 라스 옌센 최고경영자는 "해운업이 위기라 대만 정부는 양대 선사의 자금이 바닥나지 않도록 유동성을 공급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글로벌 무역은 올해 1.7% 늘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해가 될 전망이다. 올해 상위 20개 해운사의 적자는 모두 1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일본의 3대 선사가 최근 컨테이너 부문 합병을 결정하는 등 해운업계는 생존을 위해 뭉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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