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대출이 최근 부동산 오름세와 가계부채 증가세의 단초로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신생아대출 중 주택구입용인 디딤돌 신청액이 5조 4319억 원으로 전체 중 75.2%를 차지하며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그러나...[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410/352903_364913_2554.jpg)
[편집자주] 서민을 위한 금융대출은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는 정책대출이 대표적이다. 특히 서민의 기본적인 주거안정과 생활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주택도시기금의 버팀목 및 디딤돌 대출과 서민금융진흥원의 햇살론 및 소액생계비대출이 가장 많은 수요를 차지한다. 올해 저출산 극복방안으로 최초 도입된 신생아특례대출도 뜨거운 반응과 함께 신혼부부의 주거안정 욕구를 자극했다. 그러나 아직 혼란스럽고 체계적으로 미비한 정책대출로 인해 여전히 ‘대출 난민’은 발생하고 있다. 총 네 편의 연재를 통해 주요 정책대출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도록 한다.

7조로 불어난 신생아대출... 그만큼 절실했던 내 집
정부의 저출산 극복대책으로 신설된 신생아특례대출(이하 신생아대출) 신청액이 6개월 만에 7조 원을 넘어섰다. 저출산 요인으로 꼽힌 주거안정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신생아대출은 올해 최대 수요를 이끈 정책대출로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주택구입형 정책상품이 큰 인기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신생아대출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신생아대출 신청요건을 완화해 대상자 확대를 공고화하는 듯했으나 결국 정책 혼선만 야기하고 서민들의 기대감만 높인 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책대출이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버팀목과 디딤돌 금리를 모두 인상해 규제에 나섰지만 신생아대출만큼은 그대로 유지했다. 현재 저출산만큼 중요한 국정과제가 없다는 방증이다.
신생아대출 평가 엇박자 “집값 올렸다” vs. “제한적 대출”
신생아대출은 올해 1월 29일부로 첫 도입됐다. 신청자격은 지난해 1월 1일 이후 출산 또는 입양했거나 동일 조건의 미혼가구까지 포함한다. 전·월세 보증금의 버팀목과 주택구입용 디딤돌 등 기존 정책상품에 신생아특례가 적용되는 방식이다. 신생아특례 디딤돌로 예를 들면, 주택가격은 9억 원 이하, 전용면적은 85㎡(읍·면 100㎡) 이하, 대출한도는 5억 원 이내다. 일반 디딤돌 대출과 비교하면 금리는 낮고 대상주택 범위는 상향돼 출산가구의 수요를 견인할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달 9일 이연희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생아대출이 신설된 올해 1월 29일부터 7월 30일까지 약 6개월간 신청 건수는 총 2만 8541건, 신청액은 총 7조 22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청요건이 한정적인 대출상품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 조(兆) 단위 규모로 신청이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다.
이렇다 보니 신생아대출이 최근 부동산 오름세와 가계부채 증가세의 단초로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신생아대출 중 주택구입용인 디딤돌 신청액이 5조 4319억 원으로 전체 중 75.2%를 차지하며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신생아대출로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이 제한적이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장관은 “일단 출산 조건이 있고, 순자산, 주택 연면적 제한도 있어 이것(신생아대출) 때문에 집값이 오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저출산 극복의 인구정책과 집값 안정화의 부동산정책이 서로 충돌하면서 정부도 진퇴양난에 빠졌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주택 수요와 공급 두 측면의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가수요 관리, 정책모기지에 대해서도 추가로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을 살펴보고 있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오락가락 정책 혼선... 소득기준 완화하겠다는 정부, 언제?
신생아특례 디딤돌 대출의 연 소득기준은 부부합산 1억 3000만 원 이하다. 본래 정책대출의 목적이 취약계층 서민의 주거사다리였기 때문에 자격기준은 이보다 낮지만(일반 디딤돌은 6000만 원) 저출산 대책으로 도입된 신생아특례는 좀 더 기준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신청자격을 충족한 유자녀 가구의 신생아대출 신청건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정부도 이 같은 실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소득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나섰다.
국토부는 올해 4월 신생아대출 부부합산 소득기준을 기존 1억 3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생아대출 신청자를 늘려 저출산 기조를 바꿔보겠다는 목적이었다. 이후 2025년~2027년 출산가구에 대해서는 소득기준을 2억 5000만 원까지 추가 확대한다는 방안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소득기준을 충족할 유자녀 또는 예비 출산가구에서는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우며 관련 문의가 쇄도했다. 그러나 3분기 내 시행하겠다던 소득기준 완화계획은 갑작스러운 정부의 연기 발표로 이뤄지지 못했고 현재까지 답보 상태다.
이러한 정책 혼선의 피해는 고스란히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서민에게 돌아갔다. 특히 출산과 주택구입 계획을 세웠던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값 억제와 부채 완화라는 경제적 과제에서 버팀목과 디딤돌 등 정책대출이 핀셋규제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신생아대출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신생아대출이 고소득층에 유리한 정책이라며 저출산의 소득 양극화 현상을 우려했다. 일반 디딤돌의 소득기준 상한선 6000만 원과 비교하면 신생아특례 디딤돌은 1억 3000만 원으로 2배 이상 높다. 이 정도의 소득을 취약계층 서민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상주택도 9억 원 이하지만 저소득 가구의 선택지는 저가형 주택으로 좁혀지고 집값이 높은 주요 입지로의 진입도 쉽지 않다. 소득이 낮을수록 출산에 대한 경제적 장벽도 높아 금리 혜택을 받더라도 가처분소득이 유의미하게 개선되지 않는다. 출산이라는 특별 대상으로 한정한 정책대출이지만 그 속에서도 소득간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도 저출산 극복이 먼저... 정책대출 성역 신생아대출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지원 방안>에 따르면 ▲신생아 출산가구 우선·특별공급 신설 ▲신생아특례용 주택대출 시행 ▲청약제도 개선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대부분의 정책이 ‘신생아’에 초점을 맞췄으며 저출산 대책이 주거안정과 부동산, 금융시장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정부의 정책 혼선으로 저출산 대책으로 마련된 신생아대출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4일 국토부 종합감사에서 버팀목, 디딤돌, 신생아대출을 담당하는 주택도시기금의 운용 문제와 최근 불거진 정책대출 이슈를 다룬다. 국토부도 현 사안과 관련해 추가 대책을 밝힌다는 입장이며 이에 따라 신생아대출에 대한 윤곽이 잡힐지 주목되고 있다.
지금까지 총 네 편의 정책대출 시리즈로 주거안정의 버팀목·디딤돌·신생아특례대출과 생활안정의 햇살론·소액생계비대출을 각각 알아봤다. 여전히 정부의 주택 및 금융정책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현 실태를 직시하지 못하면 대출 난민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민금융은 국가의 역할이 크지만 국민의 관심이 보태져야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