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대출에 대한 전반적인 축소도 충분히 예상된다. 정부는 전체 정책대출의 공급 목표액을 올해 55조 원으로 설정했는데 주택대출로 인한 가계 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운용예산이 감축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버팀목과 디딤돌의 소득기준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본문 중에서]
정책대출에 대한 전반적인 축소도 충분히 예상된다. 정부는 전체 정책대출의 공급 목표액을 올해 55조 원으로 설정했는데 주택대출로 인한 가계 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운용예산이 감축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버팀목과 디딤돌의 소득기준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본문 중에서]

[편집자주] 서민을 위한 금융대출은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는 정책대출이 대표적이다. 특히 서민의 기본적인 주거안정과 생활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주택도시기금의 버팀목 및 디딤돌 대출과 서민금융진흥원의 햇살론 및 소액생계비대출이 가장 많은 수요를 차지한다. 올해 저출산 극복방안으로 최초 도입된 신생아특례대출도 뜨거운 반응과 함께 신혼부부의 주거안정 욕구를 자극했다. 그러나 아직 혼란스럽고 체계적으로 미비한 정책대출로 인해 여전히 대출 난민은 발생하고 있다. 총 네 편의 연재를 통해 주요 정책대출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도록 한다.


버팀목·디딤돌, 정부에서만 금리 두 번 올렸다


지난 2022년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는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돕고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버팀목과 디딤돌 대출금리를 연말까지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듬해 버팀목과 디딤돌 금리를 모두 인상한 데 이어 올해도 또 한 차례 금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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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의 직격탄은 고스란히 취약계층 서민에게 돌아갔고 안정화하겠다던 부동산 시장은 점점 양극화의 길로 가고 있다. 한편,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서민들과 달리 정부의 대출 규제에 따른 금리인상으로 이자수익을 올린 은행권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집값 잡는데 왜 무주택자인 우리를? 무너지는 내 집 마련 희망


지난 816일 정부는 버팀목과 디딤돌의 대출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했다. 당시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늘어나는 가계 부채와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 이 같은 정책대출의 증가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약 80%가 정책대출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집을 구하기 위해 무주택자 서민이 취할 수 있는 최적의 대출상품은 버팀목과 디딤돌뿐이다. 가계 부채의 60~70%를 차지하는 주택 관련 대출은 정책대출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또한, 집값 상승은 서울권의 고액 부동산에 해당하기 때문에 5~6억 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되는 정책대출과는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정책자금으로 살 수 있는 집과 현재 인기지역의 주택 가격대를 보면 정책대출이 (집값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주택대출의 상당 부분이 정책대출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활발한 자금 유입과 집값 상승은 버팀목과 디딤돌로 취할 수 있는 중저가 주택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출가능 주택평가액이 9억 원까지인 신생아특례대출을 제외하면 디딤돌은 5~6억 원 이하의 주택, 버팀목은 1~3억 원 이하의 대출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해당 시세 범위 내 부동산 시장에는 영향이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리가 올랐으니 서민들은 대출 장벽이 높아졌고 집값까지 상승했으니 대출 가능한 조건의 집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빚도 능력이다... 서민대출 조이자 피 보는 취약차주들


현재 정부는 정책대출 중 주택도시기금의 버팀목과 디딤돌, 신생아특례대출과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의 공급 속도를 늦추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정책대출의 공급량은 금융위원회에서 조절하는데 올해는 5~15조 원으로 탄력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책대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 대책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그 결과 정책대출 잔액을 10조 원가량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추세면 정책대출에 대한 전반적인 축소도 충분히 예상된다. 정부는 전체 정책대출의 공급 목표액을 올해 55조 원으로 설정했는데 주택대출로 인한 가계 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운용예산이 감축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버팀목과 디딤돌의 소득기준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지난달 6일 가계 부채 브리핑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리를 높이고 있고, 앞으로 정책자금들도 관리를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책대출 금리가 인상되면서 시중은행도 덩달아 금리를 올렸다. 최근 한국은행이 3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금리시장에 더해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까지 상승 전환됐다. 곧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정책대출의 규제 강화가 시중은행까지 번진 것이다.

결국 버팀목과 디딤돌과 같은 정책대출의 실수요자이자 취약계층인 서민 차주들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특히 청년, 신혼부부, 일반인 등 모든 대상에게 수요가 가장 높은 버팀목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식대출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모든 대출금리가 일제히 오르면서 대출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너무 비싼 꿈이 되어버린 내 집 마련... 집값도 초양극화


지난달 KB부동산 <월간 동향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아파트 매매가 5분위 배율은 5.4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 평균 가격을 5개 분위로 나눠 1분위~5분위까지 설정한 것인데, 1분위가 하위 20%의 평균 가격이라면 5분위는 상위 20%라는 의미다. 이 배율이 높을수록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간 가격차가 심해지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 상위 20%(5분위) 아파트의 평균가는 약 26억 원이며 하위 20%(1분위)4억 원 후반대로 집계됐다. 평균 가격이지만 최고·최저 집값의 차이가 6배 이상 난다. 3.3당 평균가로 보면 강남구는 약 9200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도봉구는 약 2600만 원으로 가장 낮았다. 강남, 서초, 용산 등 서울권 상급지 아파트의 신고가 행렬은 지속되고 있는 반면 비인기 및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 외곽지역은 집값이 내림세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며 정책대출과 시중은행을 규제했지만 결국 집값의 초양극화 현상만 부추긴 셈이다.

이달 1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424만 원으로 전월 대비 2.61% 올랐다. 국민 평형인 84로 단순 환산하면 11억 원이 넘는다. 정책대출 중 신혼부부용 디딤돌 상품으로 대출 가능한 주택은 6억 원 이하(신생아특례 제외). 서민이 정책대출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서울 비인기 외곽지역이나 지방으로 갈 수밖에 없다.


대출 규제의 승자는 누구? 돈 잔치하는 은행들


대출 규제로 서민들의 주거안정은 위협받고 있는데 오히려 미소짓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은행권이다. 정책대출과 함께 시중대출 금리가 연달아 인상되면서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이자수익으로 거둬들인 돈만 총 41388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가계 부채가 늘어날수록 대출잔액도 증가하는데 은행권은 여기서 발생한 이자수익으로 실적 상승을 이뤄냈다.

대출금리로 이자잔치를 하며 과도한 퇴직금 관행까지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천준호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올해 8월까지 약 58개월간 국내 영업 중인 14개 은행에서 지급한 희망퇴직금은 총 65400억 원이다. 해당 기간 희망퇴직한 직원은 16236명이며 1인당 평균 4억 원 정도의 희망퇴직금을 받았다. 일반 기업과 비교되는 파격적인 보상체계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정부가 비정상적인 부동산 시장 구조를 개혁하는 것보다 대출수요를 줄이는 데 집중했고 그에 따른 간접적인 수익 혜택은 은행권이, 피해는 서민들이 보는 행태가 벌어졌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책과 연계된 대출 규제가 올해 버팀목과 디딤돌과 같은 정책대출까지 점점 확장되면서 서민들의 금융여건은 더욱 취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주거안정을 위한 서민금융대출과 현 부동산 시장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 3편에서는 생활안정 정책대출인 서민금융진흥원의 햇살론과 소액생계비대출 등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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