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여전, 신태용 투지 But 팔레스타인 패기의 벽에 막힌 한국, 이제는 허정무가 도전장을?

이는 단순히 이번 한 경기의 문제가 아니다. 축구만의 문제라고 보기도 힘들다. 얼마전 프리미어 12에서도 한국 야구는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했다. 류중일 감독이 말한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많았던 대회"라는 표현은 결국, 한국 스포츠 전반에 만연한 '승리에 대한 절실함 부재'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계 3위 규모’의 KBO 선수들로 구성된 야구 대표팀, 월드클래스급 선수들을 보유한 최강 스쿼드의 축구 대표팀은 생각보다 강하지 못했다...[본문 중에서]
이는 단순히 이번 한 경기의 문제가 아니다. 축구만의 문제라고 보기도 힘들다. 얼마전 프리미어 12에서도 한국 야구는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했다. 류중일 감독이 말한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많았던 대회"라는 표현은 결국, 한국 스포츠 전반에 만연한 '승리에 대한 절실함 부재'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계 3위 규모’의 KBO 선수들로 구성된 야구 대표팀, 월드클래스급 선수들을 보유한 최강 스쿼드의 축구 대표팀은 생각보다 강하지 못했다...[본문 중에서]

19일 오후 11(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의 암만 국제 경기장.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6차전에서 한국은 FIFA 랭킹 100위권의 팔레스타인과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반 12분 김민재의 백패스 실수로 선제실점을 허용했고, 전반 17분 손흥민의 동점골로 겨우 체면을 유지했다. 이날 한국은 볼 점유율 74%를 기록하고도 유효슈팅 6개에 그쳤으며, 16개의 전체 슛 중 상당수가 무위에 그쳤다.

살짝 앞서, 일본은 중국 원정에서 3-1 완승을 거뒀고, 같은 시간,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한국은 42(승점 14)로 조 1위를 유지했지만, 한 경기 덜 치른 2위 요르단(승점 8)과의 승점 차는 6점에 불과하다. 특히 이번 무승부는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1차전에서 기록한 0-0 무승부에 이은 두 번째 부진이라 더욱 충격적이다.

전쟁으로 자국에서 훈련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팔레스타인은 말레이시아에서 준비해 요르단으로 건너왔다. 반면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PSG) 등 유럽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고도 90분 내내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올해 마지막 예선전을 무승부로 끝내면서 많은 팬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아쉬움보다 부끄러움이 큰 2024 마지막 A매치, 우리와 그들이 하려 했던 축구는 무엇?


팔레스타인과의 1-1 무승부. 수치로 보면 한국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74%의 압도적인 점유율과 16개의 슈팅, 571개의 정확한 패스는 상대의 227개 패스와 6개의 슈팅을 압도했다. 88%의 정확한 패스 성공률은 팔레스타인의 62%와 비교하면 월등했다. 통계만 보면 우리가 일방적으로 경기를 지배한 것처럼 보인다.

팔레스타인과의 경기 시작 11분55초만에 실책으로 인하여 한국 골 그물망을 흔드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_쿠팡플레이)
팔레스타인과의 경기 시작 11분55초만에 실책으로 인하여 한국 골 그물망을 흔드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_쿠팡플레이)

그러나 이 수치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한국 축구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16개의 슈팅 중 6개만이 유효슈팅. 47번의 상대 박스 터치에도 불구하고 단 한 골만을 기록했다. 8개의 코너킥과 21%의 낮은 크로스 성공률은 공격의 비효율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수비 지표도 마찬가지다. 83%의 높은 태클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순간의 실수로 실점을 허용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결정적 찬스' 항목이다. FIFA 랭킹 100위권 팀을 상대로 단 한 번의 결정적 기회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전체 650개의 패스 중 352개가 상대 진영에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모두 무의미한 점유율로 그쳤다. 그렇게 상대 진영에서 공을 돌렸음에도 역습 또는 세트피스 한두번에 실점 직전까지 갔었다. 팔레스타인 공격진이 그 얼마 안 되는 기회를 잡을 때마다 또 다른 실점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닌지 조마조마했다. 47%의 낮은 드리블 성공률은 개인기를 통한 돌파마저 어려웠음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 축구가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실속 없는 경기를 펼쳤는지를 입증하는 지표들이다. 정작 소속팀에서는 부상 우려로 움츠리고 있는 손흥민만 이날 조금 날아다녔다. 전반 17분 손흥민의 동점골을 제외하면, 90분 내내 수적 우위와 기술적 우위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특히 홈에서의 0-0 무승부에 이어 또다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제대로 된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이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날 한국의 기대 득점은 3골 이상이었다. 지난 예선전을 통해 새롭게 떠오른 오세훈과 배준호 같은 신인 선수들도 이날 팔레스타인 앞에서는 이렇다 할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이 첫 골득점을 내는 순간(사진_쿠팡플레이)
손흥민이 첫 골득점을 내는 순간(사진_쿠팡플레이)

반면, 누가 보더라도 팔레스타인 선수들은 이기기 위해 이를 악물고 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경기 통계는 이들이 가진 투지까지 기록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은 이 경기를 지면 더 이상 기회가 없기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자국은 전쟁 중이다. 홈경기인데 이웃국인 요르단에서 경기를 치렀고, 경기장은 텅 비었다. 홈이라고 하기엔 팔레스타인 관중과 한국 응원 관중의 규모가 비슷해 보였다. 한쪽 면만 차 있는 관중석은 쓸쓸했고 요르단 경기장의 중계 상태는 매우 나빴다. 카메라맨이 딴짓하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이 없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B조 최강국을 상대로 유일하게 두 번 모두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이것은 통계가 아니다. 의지다.

경기시작 15분 40초만에 손흥민이 첫 득점을 내고 이명재 등 동료들과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사진_쿠팡 프레이) 
경기시작 15분 40초만에 손흥민이 첫 득점을 내고 이명재 등 동료들과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사진_쿠팡 프레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단체구기 국제전 경쟁력은 물음표, 무엇을 잃었나?


승리를 위해 죽을힘을 다해 뛰는 팔레스타인과 달리, 한국은 그리 절실하지 않아 보였다. 당연히 이기는 경기는 없다. B조는 이라크, 요르단, 팔레스타인, 쿠웨이트가 포진한 이른바 '꿀조'였다. 아시아 최강국 중 하나인 일본은 호주, 사우디아라비아가 포함된 죽음의 조에서 완승을 거두며 본선행을 예약했고, 이란도 아시안컵 우승국 카타르가 포함된 A조를 상대로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가장 수월한 조에서도 그것도 전쟁 중인 나라와 연거푸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히 이번 한 경기의 문제가 아니다. 축구만의 문제라고 보기도 힘들다. 얼마전 프리미어 12에서도 한국 야구는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했다. 류중일 감독이 말한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많았던 대회"라는 표현은 결국, 한국 스포츠 전반에 만연한 '승리에 대한 절실함 부재'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계 3위 규모KBO 선수들로 구성된 야구 대표팀, 월드클래스급 선수들을 보유한 최강 스쿼드의 축구 대표팀은 생각보다 강하지 못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 최근 들어 한국 단체 구기 종목이 국제전에서 힘을 영 못 쓰는 이유가 선수가 없어서는 아닐 것이다.

과거 한국 축구는 '졌잘싸'라는 말이 있었다. 1994년 스페인전의 패배, 2002년 독일전의 패배 등은 비록 졌지만 투혼을 보여준 경기로 기억된다. 우리도 이날의 팔레스타인처럼 이를 악물고 상대 선수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던 그런 경기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 축구는 이기지 못해도 괜찮다는 듯한, 그리고 이겨도 그저 그런 수준의 경기력으로 만족하는 모습이다. 이제 우리도 그런 여유를 가질만한 체급으로 성장한 것일까? 아니면 팔레스타인의 패기에 눌려버린 것일까?

손흥민이 골을 넣는 장면(사진_쿠팡플레이)
손흥민이 골을 넣는 장면(사진_쿠팡플레이)

우리도 한때는 축구를 통해 세계와 소통했다. 6.25 전쟁 이후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본선 진출은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였다. 1988 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으로 이어지는 여정에서 축구는 한국의 발전상을 세계에 알리는 창구였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 어떠한가? FIFA 랭킹 22, 손흥민과 김민재, 이강인이라는 세계적 스타, 다수의 유럽파 선수, 그리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북한을 압도하는 군사력, 그리고 선진국. 이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정작 가장 중요한 '축구의 가치'는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토트넘의 손흥민, 뮌헨의 김민재, PSG의 이강인,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모두 실종된 까닭


비록 이날 경기에서는 손흥민이 돋보였지만, 매번 그런 것은 아니었다. 토트넘에서 날아다니는 손흥민은 대표팀에서는 사라진다. 바이에른 뮌헨의 벽이 된 김민재는 기초적인 백패스 실수를 저지른다. PSG의 이강인도 팀을 살리는 창의적인 패스를 뿌리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 드러난 것은 단순한 부진이 아닌, 한국 축구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이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였지만, '자랑스러운 팀'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날 경기의 한 타임 앞서 일본은 중국 원정에서 3-1 완승을 거뒀다. 일본의 승리는 단순한 3점 차이가 아니었다. 쿠보를 중심으로 한 유기적인 팀워크, 세트피스에서의 완벽한 조직력이 돋보였다. 일본이 ''으로 진화하는 동안, 한국은 여전히 개인기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특히 전반 38분과 후반 8분 일본이 기록한 두 번의 헤더골은 팀 전술의 완성도 차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사진_쿠팡플레이)
(사진_쿠팡플레이)

이제껏 우리는 아시아의 호랑이로 군림해 왔다. 일본과는 라이벌이었고 그들과 비교된다는 것은 영 기분 좋지 못했다. 일본 축구에는 손흥민, 김민재 같은 월드클래스 선수가 많지 않다. 일본이 속해있는 C조는 신태용의 인도네시아를 제외하더라도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바레인 등 무작정 무시하기에는 힘든 팀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일본은 C조에서 5122득점 16승점으로 승점 6점인 2위 호주와는 압도적인 차이로 이미 본선을 확정지었다. 이제 우리가 일본과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의 사우디아라비아 격파다. FIFA 랭킹 100위권 밖의 인도네시아가 아시아의 강호 사우디를 2-0으로 제압했다. 이는 감독의 전술과 선수들의 투지가 만난 결과물이었다. 반면 한국은 홍명보 감독 부임 후 4연승을 달리다가도, 팔레스타인이라는 '약체' 앞에서 두 번이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 축구가 팔레스타인과 상성이 안 좋다고 분석할 수는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이 가지는 신체적 우위가 70위의 계단도 건너뛸 만큼 압도적인 것이었다면, 우리는 왜 그것을 미리 분석하고 대처하지 못했나? 그렇게 설렁설렁해서 20위권에 올라올 만큼 FIFA 랭킹은 의미가 없나?

유럽 무대에서 빛나는 개인 기량이 왜 대표팀에서는 발현되지 않는가? 그 해답은 '팀 정체성'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이 각기 다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하나의 색깔로 조화시키는 동안, 한국은 여전히 스타 플레이어 개인기에 의존하는 '모래알 축구'에 머물러 있다. 이는 비단 이번 경기만의 문제가 아닌, 2024년 한국 축구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로 남았다.


고구마는 풍년이다! 클린스만부터 FIFA 제재 거론까지답답했던 축구 행정, 허정무는 구세주?


10, 국정감사장. 대한축구협회는 협회 운영의 불투명성과 합리성에 대해 강도 높은 질타를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보고서는 내부 개혁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권고했다. 그러나 이들은 여러 의혹과 질타에도 필드 위에서나 할 법한 철벽 방어를 시전했다. 동문서답은 이를 보는 팬들의 말문을 틀어막았다. 더욱 답답했던 것은 그 누구도 축협의 행보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팬들은 납득 안 되는 "FIFA의 정치적 독립성과 자율성 규정"이라는 방패를 가지고 있는 축협에게 스스로 개선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데에서 절하기도 했다. 한 국가의 대표팀을 관리하는 기구임에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임에도, 정작 국민은 어떠한 관여도 할 수 없는 기이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클린스만은 온갖 기행을 벌이다 경질됐고 관리 안 된 대표팀에서는 하극상이 일어났다. 2번의 임시감독, 그리고 그 최종 종착지인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은 이러한 축구협회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수많은 검증된 외국인 감독 후보들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면접 한번 없이 밀실에서 결정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에 대한 축구협회의 태도다. 문체부 감사에서 지적된 "감독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에 대해 축구협회는 끝까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클린스만 감독 사태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벌어진 이 황당한 상황은, 한국 축구 행정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 웬만한 사이다로도 입에 가득 문 고구마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이제 내년 1월을 준비하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정몽규 회장이 4선 연임의 단계를 착착 밟아나가고 있을 이 시점에 허정무가 협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허정무 역시 20133월부터 20147월까지 정몽규 체제에서 부회장을 지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누가 더 나은 인물인지는 모른다. FIFA의 제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과연 이 도전이 한국 축구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결국 2024년은 한국 축구의 '고구마 풍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경기장 안에서의 부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경기장 밖 행정의 후진성이다. 축구 선진국을 지향한다면서도, 정작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투명성과 공정성은 찾아볼 수 없다. FIFA의 자율성 규정이 오히려 독이 되어, 축구협회는 어떠한 외부 통제도 받지 않는 '치외법권' 지대가 되어버렸다. 이것이 바로 팬들이 올 한 해 내내 고구마를 씹어야 했던 진짜 이유다.


붉은악마의 함성은 어디로 갔나, 2024년 마지막 A매치가 남긴 뼈아픈 질문들


누군가는 말했다. "축구는 인생이다"라고. 올해 우리는 그라운드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 승리도, 자존심도, 팬들의 신뢰도 모두 잃었다. 그러나 가장 뼈아픈 것은 '축구의 진정성'을 잃었다는 점이다. 팔레스타인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축구를 통해 희망을 만들어가는 동안,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라는 안락함 속에서 축구의 본질을 잊어버렸다.

2024년의 마지막 날들, 한국 축구는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든다. 18일 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허정무와 정몽규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한 변화가 될 수 있을까?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실망스러운 경기력은 결국 누군가에게는 정치적 도구가 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면죄부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런 상황을 수없이 보아왔다.

한국 축구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B조 선두라는 성적에 취해 현실을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이 아픈 현실을 직시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꿈꿀 것인가? 이날 팔레스타인전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1-1 무승부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날카로운 경고였고, 우리가 되찾아야 할 것들에 대한 뼈아픈 일깨움이었다.

"~한민국!"을 외치던 붉은악마의 함성이 그리워진다.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었던 그 뜨거운 열정이 그리워진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제 그런 순수한 열정조차 사치가 되어버렸다. 밀실에서 이뤄지는 행정, 절차적 정당성도 없는 의사결정, 그리고 그라운드에서 사라진 투지까지. 2024년 한국 축구는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숙제를 남겼다. 새해에는 과연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아니, 과연 무엇이든 달라질 수 있기는 할까?

그라운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날 우리가 본 것은 한국 축구의 적나라한 민낯이었다. 2025년이 오기 전, 우리는 이 추운 겨울을 뜨겁게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축구의 가치를 되찾기 위해,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이제 2024년의 마지막 A매치는 끝났다. 하지만 진정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