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臺灣 나란히 4강행... '野球强國' 자존심은 이미 6위로 추락, 다가올 WBC·AG 악재 예고

류중일 감독의 권한은 철저히 제한적이었다. 구단들은 '선수 보호'를 명분으로 주요 선수들의 차출을 거부했고, 대표팀 훈련 일정도 리그 일정에 맞춰야 했다. 일본이 2년 전부터 WBC와 프리미어 12를 동시에 준비하고, 대만이 일본과의 정기 교류전을 통해 실력을 끌어올리는 동안, 한국은 대회 직전에야 겨우 선수들을 모았다. 최근 일본전만 보더라도 류중일 감독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나....[본문 중에서]
류중일 감독의 권한은 철저히 제한적이었다. 구단들은 '선수 보호'를 명분으로 주요 선수들의 차출을 거부했고, 대표팀 훈련 일정도 리그 일정에 맞춰야 했다. 일본이 2년 전부터 WBC와 프리미어 12를 동시에 준비하고, 대만이 일본과의 정기 교류전을 통해 실력을 끌어올리는 동안, 한국은 대회 직전에야 겨우 선수들을 모았다. 최근 일본전만 보더라도 류중일 감독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나....[본문 중에서]

한국 야구가 또다시 남의 경기 결과를 기다리다 탈락의 쓴맛을 삼켜야 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17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 12 B조 조별리그에서 결국 4강 진출이 좌절됐다. 같은 날 일본이 쿠바를 7-6으로 제압하고, 대만이 호주를 11-3으로 대파하면서다. 4연승으로 조 1위를 확정한 일본과 31패의 대만이 나란히 도쿄 슈퍼라운드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대만에 3-6으로 패한 뒤 쿠바를 8-4로 꺾었으나, 숙명의 한일전에서 3-6으로 패배하며 자력 진출의 길이 막혔다. 16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4차전에서는 0-6으로 끌려가다 8회 대역전극으로 9-6 승리를 거두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지만, 결국 17일 일본과 대만의 승리로 18일 호주와의 최종전 결과와 관계없이 탈락이 확정됐다. 대만과 동률이 되더라도 상대 전적에서 밀려 순위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한국 야구의 추락하는 위상이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918일 기준, 세계랭킹에서 한국은 3,680점을 기록하며 6위로 추락했다. 2020 도쿄올림픽 직후인 202182위였던 순위는 불과 3년여 만에 4계단이나 떨어졌다. 특히 멕시코, 대만이 공동 2(4,118)를 차지하고, 베네수엘라(3,941)4, 미국(3,687)5위를 기록하며 한국을 밀어냈다. 일본은 5,756점으로 201412월 이후 9년째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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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리그'라는 허상에 갇혀우물 안 개구리, 타고투저 리그의 민낯이 드러났다


KBO 리그는 미국, 일본 다음으로 연간 매출액 4000억원을 넘어서는 '세계 3위 규모'의 프로리그다. 하지만 이제는 이 '3'라는 숫자가 무색하게 실제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한때 우리가 여유롭게 앞섰던 대만에게도 밀리는 처참한 현실이다. 이번 프리미어 12에서도 대만전 3-6 패배를 시작으로 일본전 3-6 패배까지, 아시아 라이벌들과의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패배가 우연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3WBC 1라운드 탈락, 2020 도쿄올림픽 4, 그리고 이번 프리미어 12까지. 최근 3년간 주요 국제대회에서 한국 야구는 단 한 번도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세계랭킹 6위로의 추락은 필연적 결과였다. '야구강국'이라는 자부심은 이제 허상에 불과하다.

KBO 리그의 타고투저 성향은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리그 내에서는 화려해 보이는 타격 성적도 150km가 넘는 강속구와 예리한 변화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투수진 역시 마찬가지다. 리그에서 통하던 140km 초반대의 직구는 국제무대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특히 이번 대회 한국 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중국보다도 높은 수준이었다.

물론, 규모와 실력이 꼭 비례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세계 3위 리그'라는 허상은 결국 양적 성장에만 치중한 결과다. 10개 구단 체제로의 확장, 새 구장 건설 등 외형적 성장에만 집중하는 동안 선수 육성과 경기력 향상이라는 본질은 놓치고 말았다. 이제는 MLBNPB는 물론, CPBL(대만)과 비교해도 기술적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과 일본에 다음가는 '세계 3'라는 숫자는 이제 부끄러운 수식어가 되어버렸다.


클린스만이라도 부러워해야 하나? '하다말다' 전임감독제에 발목 잡힌 한국야구


한국 축구는 아시안컵이 끝나면 바로 2026년 월드컵을 준비한다. 벤투 감독 이후 클린스만을 영입했고, 연령별 대표팀도 전임 감독을 통해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는 등 장기적 안목으로 국제대회를 대비한다. 비록, 클린스만이 한국 축구 통틀어 최악의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그다음 감독인 홍명보의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고 해도, 축구협회가 국제대회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전임감독제를 확고히 운용하려고 한다는 점은 쉽게 부인할 수 없다. 차마 봐줄 수 없을 정도로 못하지 않는 이상은 계약기간까지 안정된 기반 위에서 장기적으로 대표팀을 만들어 나갈 시간이 주어진다. 반면 야구는 매년 반복되는 '전임감독제 찬반 논쟁'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3WBC 참사 이후 KBO는 뒤늦게 전임감독제를 부활시켰지만, 이마저도 구단과 협회의 불협화음 속에서 반쪽짜리 제도로 전락했다.

류중일 감독의 권한은 철저히 제한적이었다. 구단들은 '선수 보호'를 명분으로 주요 선수들의 차출을 거부했고, 대표팀 훈련 일정도 리그 일정에 맞춰야 했다. 일본이 2년 전부터 WBC와 프리미어 12를 동시에 준비하고, 대만이 일본과의 정기 교류전을 통해 실력을 끌어올리는 동안, 한국은 대회 직전에야 겨우 선수들을 모았다. 최근 일본전만 보더라도 류중일 감독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났다. '좌완=일본전에 강하다'는 낡은 미신에 사로잡혀 리그 성적이 좋지 않은 투수를 선발로 기용하고, 선발 부진을 땜질하며 이미 체력이 고갈된 곽도규에게 3연투를 강요했다. 곽도규는 일본전 이전까지 단 한 번도 3연투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류중일 감독이 항저우 아시안 게임과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준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이번은 아니었다.

더 문제는 구단들의 소극적인 협조와 일부 팬들의 이중적인 시각이다. 대표팀 감독이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도 각 구단의 눈치를 봐야 했고, 심지어 일부 구단은 자신들의 시즌 준비를 이유로 핵심 선수들의 참가를 거부했다. 이러한 구단의 태도는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군 면제 혜택도 없는 프리미어 12에 왜 우리 팀 선수를 내보내냐"는 식의 여론이 지배적이다. 일부 팬들은 소속 구단의 순위와 성적만을 우선시하며, 국제대회는 '불필요한 리스크'로 치부한다. 이러한 팬덤 문화는 결국 구단의 소극적 태도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축구가 비록 논란이 많지만, 벤투 감독 시절, 전술적 정체성을 유지하며 한국 축구의 색깔을 찾고 카타르 월드컵 16강이라는 성과를 이뤄낸 것과 달리, 야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그 전 대회까지는 그럭저럭 잘 해왔던 류중일 감독도 이번 프리미어 12에서는 현대 야구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전술과 선수 기용을 보여줬고, 협회는 이를 관리·감독 및 지원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다 말다'를 반복하는 전임감독제, 구시대적 경기 운영, 구단의 이기주의, 그리고 팬들의 근시안적인 태도가 결합해 한국 야구는 국제무대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국가대표는 명예"라는 가치관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150km는커녕 파워히팅도 실종... '골짜기 시스템'이 만든 선수층 빈곤


한국 야구의 선수층 빈곤은 이제 더 이상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프리미어 12에서 드러난 한국 야구의 치명적 약점은 바로 '파워'의 부재였다.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 투수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장타력으로 승부를 뒤집을 만한 타자도 없었다. 4경기 동안 한국 타자들이 기록한 홈런은 단 2개에 불과했다. 반면 일본과 대만은 매 경기 파워피칭과 파워히팅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더 큰 문제는 유망주 육성 시스템의 실패다. KBO 구단들은 당장의 성적을 위해 젊은 투수들을 불펜으로 돌리거나 혹사시키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유망주로 주목받던 투수들이 잇따라 팔꿈치 수술을 받고, 구속이 뒷걸음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타자 육성도 마찬가지다. 컨택 위주의 타격 훈련에만 매몰되어 현대 야구의 핵심인 발사각과 타구 속도는 뒷전이다.

해외파 영입도 실패했다. MLBNPB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차출이 어려운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특히 WBSC가 주도하는 프리미어 12WBC에 비해 그런 제약이 더 심하다. 하지만 그들을 대체할 만한 선수층이 전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우리만 이런 조건에서 경기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 오타니 쇼헤이나 다르빗슈 유가 없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대만이 자국 리그 선수들만으로도 한국을 압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결국 이는 선수 육성과 발굴에 실패한 KBO 시스템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문제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유소년 야구 인구의 감소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KBO는 여전히 양적 성장에만 집착할 뿐, 질적 성장을 위한 시스템 혁신에는 소극적이다. 일본의 과학적 훈련 시스템이나 대만의 체계적인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과 같은 혁신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시아 삼국지, ‘' 잊어라! 이제는 대만에게도 완벽히 밀리는 처참한 현실


한때 아시아 야구는 '한일 양강' 구도였다. 세계 최고 리그인 MLB를 제외하면 일본 NPB, 한국 KBO가 나란히 2,3위를 다투는 구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과거의 영광이 되어버렸다. 대만의 CPBL은 리그 규모나 매출 면에서 KBO에 한참 뒤처지지만, 정작 실력에서는 한국을 완벽히 추월했다. WBSC 랭킹에서도 대만은 2위 멕시코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동 2위에 올랐고, 한국은 6위로 추락했다.

이러한 역전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본은 철저한 기본기 훈련과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9년째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4년 이후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의 시스템이 얼마나 탄탄한지를 증명한다. 대만은 일본과의 꾸준한 교류전을 통해 실력을 끌어올렸고, 유소년 육성에 집중 투자해 차세대 선수들을 착실히 키워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을 상대로 6-3 완승을 거둔 것도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자화자찬에 빠져있다. '세계 3위 리그'라는 허울 뒤에서 안주하는 동안 실제 경기력은 계속해서 추락했다. 이제는 한국이 일본과 붙으면 패배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마저 형성됐다. 대만과의 경기에서도 더 이상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 KBO 리그의 외형적 성장이 실제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은 이미 MLB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발전했고, 대만은 일본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에 매몰되어 있다. MLB에서도, NPB에서도, 심지어 CPBL에서도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WBC·아시안게임 악재 예고... 병역혜택마저 위태로운 한국야구의 미래, 위기의 연속


한국 야구는 이제 더 큰 시험대를 앞두고 있다. 2025년 초에 열리는 WBC26년에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그것이다. 특히 아시안게임은 단순한 메달을 넘어 선수들의 병역 혜택이 걸린 중대한 대회다. 그러나 이번 프리미어 12에서 드러난 한국 야구의 민낯을 보면, 과연 이 두 대회에서 제대로 된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17WBC 1라운드 탈락, 2020 도쿄올림픽 4, 2023WBC 1라운드 탈락, 그리고 이번 프리미어 12까지. 한국 야구는 최근 7년간 주요 국제대회에서 연이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참사를 겪고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매번 "철저히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KBO의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났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WBC와 아시안게임을 맞이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재앙이 될 수 있다. 특히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놓친다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한 젊은 선수들의 공백은 한국 야구의 미래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이미 얇디얇은 선수층이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대만까지 아시아 야구의 강자로 부상한 상황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더 이상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다.

26 아시안 게임이 끝나면? 그러면 28년에는 LA 올림픽이 열린다. 야구는 여러 문제로 인해 2012년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어 왔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한정적으로 다시 포함되었다가 파리 올림픽에서 또다시 제외되었다. 28년에는 야구의 본고장 미국이다. 야구는 다시 올림픽 종목으로 부활했다. 그동안 올림픽 야구에 별 관심이 없던 미국이었지만, 이번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그동안 한국이 쉽게 쉽게 쓸어 먹던 메달을 노리기가 매우 힘들 수도 있다. 4년 남았다. 지금부터라도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자존심은 이미 무너졌다. 지긋지긋한 계산기경우의 수 때려치워라! 변명의 시대는 끝


일본과 대만이 나란히 슈퍼라운드에 진출하는 동안, 한국은 대회 내내 '계산기'를 두드리다 탈락했다. 2015년 초대 우승국의 체면은 이미 땅에 떨어졌고, 세계 6위로 추락한 순위는 이제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게 됐다. '야구강국'이라는 말은 이제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만드는 수식어가 되어버렸다.

이 사태가 어제오늘 일도 아니거늘, 국내에서는 펄펄 날아다니는 한국 야구가 국제전만 나가면 고개를 떨군다. 여전히 '세계 3위 리그'라는 허상에 취해있고, 매년 수천억 원의 매출을 자랑하며 자화자찬하기에 바쁘다. 구단들은 국제대회를 '귀찮은 리스크'로 치부하며, 선수들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팬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 씁쓸한 것은 이제 우리가 변명할 구석조차 없다는 점이다. MLBNPB에서 뛰는 선수들의 불참을 탓하기에는 대만에게조차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고, '젊은 선수들의 부족'을 핑계 대기에는 너무나 오랫동안 제자리걸음만 했다. 전임감독제의 부재를 지적하기에는 그마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무너져가는 '野球强國'의 몰락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변명의 여지도, 숨을 곳도 없다. 규모 빨 믿던 허상은 깨졌고, 도미니카 공화국전의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그때는 몰랐다. 이제 우리는 '야구강국'이라는 이름조차 거둬들여야 할지 모른다는 것을이제 날도 추워진다. 한때 아시아를 제패했던 그 찬란한 역사는, 계산기만 두드리다 끝났고, 이제는 그것마저 집어던진 채, 쓸쓸한 가을 뒤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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