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이슈 들추기] ‘전통시장 과자 한 봉지 7만원’, ‘석화 7개 2만원’ 등 바가지 요금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바가지 요금을 내세운다는 지적이 일었던 광장시장이 정량표기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바가지 요금이 코로나 이후 회복세를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행위로 보고 해당 사안에 대해 심도 깊은 근절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시장 판매 상품에 정량 표시제 도입을 비롯해 신분을 숨긴 위장 손님인 ‘미스터리 쇼퍼’를 투입하는 등 제도적으로 요금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광장시장이 위치한 종로구·광장시장 상인회·먹거리 노점 상우회는 메뉴판 가격 옆에 음식의 무게나 수량 등 정량을 표시하는 ‘정량 표시제’를 도입키로 했다. 최근 일부 가게에서 내용물을 줄여서 판매하고, 부실한 구성으로 관광객에게 음식을 판매하는 등 바가지 논란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시는 같은 품목이라도 원재료 단가 차이, 구성 등에 따라 가격이 점포마다 다를 수 있지만 중량을 표시하고 사진을 통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가격 정보를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광장시장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알려진 육회를 예로 들면 A점포는 육회 200g을 1만 9000원에 판매하고, B점포는 육회 300g을 2만 8000원에 판매한다고 표시하게 된다.
서울시 측은 연내로 광장시장 상인들과 협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품목별로 단계적인 시행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가격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사전가격협의체’를 신설해 논의하기로 했다. 당초 노점상 간 합의를 통해 가격을 결정했으나 시와 자치구가 함께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인상 시기와 금액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같은 방안은 시 등이 상인회의 가격 결정에는 개입하지 않지만 인근시장 가격 동향 등을 지원해 물가안정을 요청할 수 있는 만큼 안정적인 관리가 예상된다.
서울시, ‘미스터리 쇼퍼’도 도입해 상시적으로 가격 및 정량 확인할 계획도
또 서울시는 단속반원임을 감추고 매장을 방문해 평가하는 위장 손님인 ‘미스터리 쇼퍼’를 시장으로 상시적으로 보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스터리 쇼퍼를 보내 시는 가격과 정량이 잘 지켜지는지 상시적으로 확인하고 바가지 요금이나 강매 등이 적발되면 이를 광장시장 상인회에 전달해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교육도 월 1회에서 2회로 확대하고, 현금결제 유도 금지 등 상거래 질서 확립 교육도 실시하게 된다.
앞서 최근 광장시장의 한 가게는 모둠전 8조각을 1만 5000원에 판매한 것이 적발돼 10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 16일 구독자 90만명 유튜브 채널 ‘희철리즘’에는 “한국 광장시장의 바가지에 충격먹은 베트남 미녀상인”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이같은 실상을 드러냈다.
윤씨는 “뭐 우선 주세요. 먹고 시킬게요”라고 말하자 상인은 “여기서 1만 5000원짜리 하나 시키면 부족하다니까”라고 답했다. 그래도 윤씨는 “이거 하나 먹고 시킬게요”라고 했는데도 상인은 “얼마 안돼. 그래서 그래”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우여곡절끝에 상인은 1만 5000원짜리 모듬전을 건넸다. 점포를 방문한 세명이 먹기에는 부족해 보여 윤씨가 “이게 1만 5000원이에요?”라고 묻자 상인은 “그래서 내가 더 시키라고 한거야”라고 답했다.
해당 영상이 인기를 얻으며 파급력을 보이자 광장시장에서는 해당 전집처럼 일부 상인들이 음식 양을 줄이는 방법으로 다소 과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바가지 요금’에 대한 지적이 잇달았다.
종로 포차도 가격 및 위생 논란…강력한 자정 노력 필요
이 외에도 인근 종로 3가 포차거리의 음식 가격과 위생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건 공론화 해야한다 종로 포장마차 실태’란 제목의 글을 통해 최근 종로3가역 인근 포장마차에서 석화 7개가 2만원이라며 음식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을 지적했다. 특히 글쓴이는 포장마차의 위생상태에 대해서도 지적하며 “서울 중심 종로,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관광지 밤거리가 이 따위로 변질됐다니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바가지 요금의 문제는 어제 오늘일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한 일본인 유튜버가 함평 나비대축제장을 찾았다가 ‘어묵 한 그릇 1만원’ 영상을 공개하면서 바가지 요금에 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KBS ‘1박2일’은 양양산나물축제 전통시장의 과자 가격 논란은 담은 내용을 방송하기도 했다. 상인은 과자 한 봉지에 7만원을 요구했고 시청자들은 이를 보고 맹비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K-관광에 나섰다가 K-바가지만을 경험하고 가겠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물가 상황에서 바가지 요금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관광지 상인들에 대한 국민 여론도 따가운 실정이다. 국내 관광산업이 ‘바가지 요금’을 근절하지 못하면 수십년간 쌓아온 K-관광의 미래는 더 이상 없다는 아픈 지적도 곳곳에서 제기되는 등 강력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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