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지훈 기자] 최근 TDF(Target Date Fund)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현재 총 설정규모는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삼성, 한국투자, 미래에셋, 신한BNP파리바 등 4개 운용사가 28개 펀드가 운용 중이다. 최초의 TDF펀드는 미래에셋이다. 미래에셋은 지난 2011년 ‘미래에셋평생연금만들기’를 금융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하지만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진 것은 삼성이 2016년 캐피탈사와 손잡고 TDF를 내놓은 이후로 불과 1년여에 지나지 않은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 TDF펀드는 미래에셋이 지난 2011년 ‘미래에셋평생연금만들기’를 통해 처음으로 금융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사진_미래에셋/뉴스워커 / 그래픽_진우현 기자

반면 시장에 본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TDF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있다. 올해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TDF 시장에 가세 한데 이어 KB자산운용도 글로벌 1위 TDF운용사인 뱅가드와 TDF 손잡고 8월 중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TDF 시장이 커지는 이유는 해외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초 DC형을 채택한 회사 근로자의 1/3이 401(K)에 참여하지 않거나 전문지식 부족으로 상품을 선택하지 않으면서 미선택시 자동적으로 지정된 상품에 가입하게 되는 디폴트제도가 시작됐고 그 중 하나가 TDF 상품이었다. TDF 상품은 간단하게 가입되고 자동으로 은퇴시기에 맞춰 자산이 리밸런싱 되면서 급속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목표시점에 따라 글라이드패스(Glide Path)를 이용해 시장변화와 무관하게 자동적으로 자산배분을 하다 보니 서브프라임이나 글로벌금융위기 등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투자한지 얼마 안된 가입자라면 위기 때 꾸준한 불입을 통해 수익률을 회복하거나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 시점이 투자자 입장에서 목돈이 만들어진 이후라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자금이 목표시점에 가깝다고 한다면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이 적다고 하더라도 은퇴자금에 큰 변화를 미칠 수 있다.

TDF상품은 기본적으로 시점별로 위험자산 및 안전자산의 비중이 정해지기 때문에 위기 시 리스크 자산비중을 대폭 축소하는 식의 유동적인 대응은 어렵다. 하지만 해외채권에서 국내채권으로 비중을 조절해서 위험시 증가하는 환헤지 비용을 줄이거나 인컴 자산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 확보로 방어력을 높이는 등 시장 대응은 가능하다. 이처럼 TDF상품은 시간에 흐름에 따른 자산배분 역량과 자산배분을 전략적으로 컨트롤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마다 연금 체계와 지원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인에 맞는 글라이드패스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연금 지원이 더 많은 유럽인과 개인연금 비중이 높은 한국인은 글라이드패스 자체가 달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현재 미래에셋을 제외하고 TDF를 내놓은 국내 운용사들은 해외 TDF운용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급격한 시장 변화에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도 한국인에 맞는 상품도 없는 셈이다.

성과에 대해 정확하게 자체적인 분석을 내놓기 어렵다. 판매사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 상품은 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 운용사에 직접 내용을 확인하거나 자료를 구하기가 용이한 반면 해외 운용사 상품의 경우 판매한 이후에 상품에 대한 내용을 운용사에 문의해도 본사에 문의해야 되는데 시차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거나 본사의 컴플라이언스상 내용 확인이 어렵다고 답변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자료_각사 / 기준_한국펀드평가 13일, 억원

TDF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같이 쌓여야 할 운용노하우는 없다. 수익과 노하우의 열매는 제휴사들의 몫이다. 시장이 아무리 성장한다고 해도 우리는 미국 캐피탈사와 같이 될 수는 없다. 사과의 속살은 남에게 주고 껍데기만 먹는 꼴이다.

금융자산에도 국적이 있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는 국가의 성장력이 감소하고 연금자산 축적이 늘어난다.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국가 경제의 중심이 이동하게 되고 금융자산을 통해 해외 혁신 성장 기업과 젋은 국가에 투자해 1%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국가 부와 직결되게 되는 것이다.

TDF 시장의 성장과 함께 자산배분역량도 커지는 국내 운용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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