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환자 신체 만진 의사 재판 열렸지만 침묵 일관
-“수술실 CCTV 설치 최소한 환자 안전 위해 조치 필요”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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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서울의 한 병원 산부인과에서 마취상태인 환자를 성추행한 의사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다. 한 대형병원 산부인과의 인턴 의사 A. 그는 2019년부터 서울의 한 대형병원 산부인과에서 수련의(인턴) 과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동료들은 A씨의 부적절한 행동을 여러 차례 목격하게 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분노하며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 관련 찬반 논까지 일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인턴이었던 A씨를 강제추행과 유사강간 혐의로 지난 2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최근 밝혔다. 서울 동부지검은 지난 5A씨를 재판에 넘겼다. 지난 6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열렸지만 A씨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A씨는 마취한 채로 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던 여성 환자의 신체를 반복적으로 만지는가 하면, 동료 간호사에게도 성희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개복 수술 중에도 여성의 몸을 언급하면서 좀 더 만지고 싶어서 수술실에 더 서 있겠다는 말까지 했다. 피해를 본 환자가 자신이 마취된 동안 추행피해를 입었다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여성 간호사들에게는 남자는 덩치가 크면 성기도 큰데 여자도 그러냐며 성희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병원 측은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의사직 교육위원회를 열고 A씨에게 사실 확인을 했다. 이 씨는 신기해서 여성의 신체를 만졌다거나,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려 했다고 답했다. 결국, 병원 측은 여성 환자와의 대면 진료 시 문제 발생 가능성등을 이유로 정직 3개월을 결정했다. 이는 2019년 말에 있었던 일이다.

A씨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고 복귀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병원 측은 지난해 4수련 취소결정을 내리고 A씨를 병원에서 내보냈다. 수련 취소는 지금까지 해당 병원에서 했던 의사직 수련이 무효가 된다는 의미다.

A씨의 강제추행 행각은 지난해 3월 병원 징계위원회 기록이 공개되며 세상에 알려졌다. 이 같은 논란은 수술실 CCTV 의무화논쟁에 불을 지폈다.


수술실 CCTV 설치, 찬반의견 팽팽


A씨의 의사면허는 아직 유효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병원에서 재취업해 의사로 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에서 발부하는 의사면허 취소 여부에 대한 결정은 정부가 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인턴의 의사면허 취소를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100명 중 98명이 병원 수술실 폐쇄회로 TV(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을 만드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사고 등에 대한 증빙자료 수집과 대리수술성희롱 등 불법행위 감시와 의료진 갑질 행태개선과 환자인권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정부는 CCTV 의무화 법안에 대해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참석해 수술실 내부 설치 의무화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또 의무화 법안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도 내놨다.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반발하고 있다. CCTV로 인해 의료진의 심리가 위축되고,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는 등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의료진을 상시 감시 상태에 둬 집중력 저하를 초래하고, 과도한 긴장을 유발해 의료 행위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우리나라의 의료사고 발생률이 낮은 상황에서 극히 일부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사건을 일반화해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게 된다면 이는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수술실을 잠재적 범죄 장소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CCTV 설치법은 지난 20151월 최동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음으로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상임위에서 폐기됐다. 19·20대 국회에서도 해당 법안이 발의된 바 있지만 심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폐기됐다. 해외에서도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논의된 일이 있지만, 아직 실제로 도입한 국가는 없는 상황이다.


환자보호는 누가 하나의사의 역할·윤리의식 신중해야


고인이 된 가수 신해철은 201410월 복강경을 이용한 위장관 유착박리술과 위 축소술을 받은 후 열흘 만에 사망했다. 당시 사인은 의료과실이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SNS의사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가장 우선시해야 할 의무가 있고 환자의 인권과 알권리를 존중해야 할 책임이 있다투명한 정보공개 시대에 수술실 CCTV 설치가 의사 고유의 권한 침해인 것처럼 반대하는 것은 배타적 특권의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고의적 위반행위 방지로 최소한의 보호임을 강조했다.

수술실 CCTV 설치 등의 내용이 담긴 환자보호 321대 국회 출범 이후 반 년 넘게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대리수술과 성범죄 등 일부 의료진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다. 특히 수술실에서 환자가 마취상태일 경우 의식이 없다. 이런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범죄가 반복돼 왔다.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병을 의술과 약으로 고치는 것을 업으로 한다. 하지만 일부 의료진의 성추행 같은 비상식적 행동은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 일반 시민들을 분노하게 한다.

모든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일부 부도덕한 행위를 일삼는 의사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 잘못된 행동을 보인 의사들을 밝히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증거 자료를 입증해야 한다.

어린 아이를 응급실에 데려갔을 때 특유의 차분함과 신속한 대처로 부모의 시름을 덜어 주는 선량한 의사들이 있다. 다행이 선량한 뜻과 지혜와 실력을 갖춘 의사들이 다수다.

문제는 일부가 발생시킨다. 소수의 의료진으로 인해 어그러진 의료계의 신뢰를 먼저 바로 세워야 한다. 병이 낫길 원하는 이들은 의사의 말 한마디에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간다. 한 생명을 살리는 일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 역할을 하는 의사는 스스로의 언행이 존중받을 만한지 돌아봐야 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신중을 기해야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의사의 윤리의식을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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