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력난으로 공장 멈춰…반도체 수급차질 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 반도체 대란 맞서 ‘기술패권’ 득해야”

그래픽_뉴스워커 AG 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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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경제의 시선] 미국의 애플도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4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이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신제품 아이폰13의 올해 생산량 목표를 최대 1000만대 가량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애플의 초기 아이폰13 생산 계획은 9000만대였다.

애플은 지난달 아이폰13 프로와 아이폰13 프로맥스의 사전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선 해당 제품을 품귀 현상으로 구매가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아이폰13 시리즈에 대해 구매 불가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중국의 전력난이 심해지는 것도 애플에게는 악재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있는 중국공장의 가동이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 전력난이 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을 악화시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상당수 진출해 있는 장쑤성, 저장성, 광둥성 등 3곳에 전력난이 집중되고 있다며 최근 보도했다. 이들 대만 업체 가운데 일부는 이미 중국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는 공시를 띄우고 있다.

이들 업체가 전력난으로 조업을 멈추면서 반도체 부족으로 중국에서 아이폰을 조립하고 있는 애플이나 자동차 제조업체 등도 타격을 받고 있다.

아이폰13 생산 계획 축소는 통신칩·파워IC와 같은 아날로그 반도체 공급 부족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생산 차질에 우려를 빚는 것은 핵심 조립시설이 있는 동남아시아에서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에 따른 공장 셧다운과, 중국의 전력난으로 인한 복합적인 원인이 제기돼 왔다.

애플은 대표적인 빅테크기업이다. 공급망 관리 역량이 탁월하기 때문에 반도체 부족 여파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이번 아이폰 생산 차질은 반도체 공급난이 그만큼 심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애플이 반도체 수급 문제로 아이폰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산업계에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자동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또 다른 주력 수출 업종인 전자제품과 관련 부품 생산에까지 차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업계는 반도체 수급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수시로 부품 생산 및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등 핵심 부품에 대한 안정적인 조달방법이 기업들에게는 과제로 떠올랐다.


반도체 부족올해 세계 스마트폰 성장률 9%에서 6%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규모도 축소될 전망이다. 실제 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Z’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13’ 등 신제품들이 최근 반도체 칩 부족으로 개통 및 배송 지연에 시달리고 있어 향후 이들 업체의 생산량 축소도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5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41400만대로 전망했다. 이는 당초 예측했던 출하량 전망치 144700만대보다 3400만대 줄어든 규모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 연간 성장률도 기존 9%대에서 6%대로 하향 조정했다.

스마트폰 산업은 지난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후 올 초 반등세를 보이며 기대감을 키웠다. 이에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대량으로 부품 주문을 진행했다. 덕분에 올해 1분기 소비자 수요는 급증했다.

하지만 문제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서 터졌다. 2분기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부품업체들로부터 주요 부품의 80%만 공급받았고, 상황이 더 악화돼 3분기엔 부품 납품 비율이 70%에 그친 곳도 있다. 카운터포인트 관계자는 스마트폰 산업의 90%가 반도체 부족 영향을 받고 있다이는 올 하반기 전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삼성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의 경우 3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3’가 출시 초반 큰 인기를 얻으면서 구매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현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반도체 수급 문제와 주 생산지인 베트남에서의 코로나19 재확산 등 문제들이 겹쳤다.

애플의 경우 전작 아이폰12’ 시리즈보다는 아이폰13의 생산량을 늘렸다는 점에서 반도체 부족 사태에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스마트폰 업계 전반의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 기밀정보 요구반도체 대란에 맞서 정부·기업 협력해야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반도체 수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반도체 제조 업체들에게 기업 내 내부정보 제출을 요구했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패권 장악을 위해 관련 기업인 삼성, TSMC 등에 생산 전략·공장 증설 계획 등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미국 정부가 다음달 8일까지 삼성전자의 반도체 재고와 주문·판매 현황, 최근 3년간 매출과 생산기술 등 공급망 정보를 담은 설문지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핵심 영업기밀에 해당된다. 해당 요구는 자발적 정보 제출 요청이지만 미국 정부는 국방물자생산법(DPA) 등 기업의 정보 제출을 강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백악관은 반도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반적인 공급망에서의 투명성과 신뢰를 향상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칙을 침해하는 태도로 보여진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주요 국가가 반도체에 대한 기술패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기술패권을 먼저 획득해야한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혁신전략정책연구소가 지난 13일 개최한 포럼에서 이광형 KAIST 총장은 과거 국제정치는 외교의 관점, 현재는 경제로 접근했다면 미래 국제 정치의 핵심은 기술이라며 지리적인 위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地政學)의 시대에서 기술패권이 국제 정치는 좌우하는 기정학(技政學)적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의 말처럼 이미 세계 주요국들은 반도체 산업을 경제와 안보의 주요 사안으로 여기며 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이 아무리 반도체 강국이라지만 미국 정부에서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기업들과 협력해야 한다. 서로 협력해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우리가 먼저 기술패권을 장악한다면 외교와 안보와 더불어 기술적으로도 선두그룹에 나설 수 있다. 남의 것을 뺏자는 게 아니다. 우리가 가진 것을 우리 스스로 지킬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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