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최근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낙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코피전략’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가 낙마한 주 이유가 선제타격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코피(bloody nose) 전략’은 코피를 터뜨리는 수준의 선제공격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들을 정밀 타격하여 본격적인 전쟁 발발을 막는다는 ‘예방적 공격’을 뜻한다.

‘코피 전략’이 논란이 되자 백악관은 언론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말했지만, 차 내정자는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지 기고문에서 “나는 행정부 내 한 직위의 후보로 고려되던 시기에 ‘코피 전략’을 반대하는 견해를 피력했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은 ‘코피 전략’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전문기자

◆ 지난해부터 흘러나온 ‘코피전략’

미국의 ‘코피 전략’은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시사지 애틀랜틱은 지난달 31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여름부터 대북 ‘예방식 선제타격’을 위한 방안을 만들어오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연말·연초가 되면서 점점 구체화 된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빅터 차의 낙마로 ‘코피 전략’이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인데, 미국의 국방전문가들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코피 전략’ 즉 제한적 타격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증거로 바로 빅터 차의 낙마 배경을 들고 있다. 그가 낙마한 것은 단순한 의견차이가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완고한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폭격 대상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변 핵시설,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화성-15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을 생산하는 평양 산음동 미사일 공장, 함남 신포 D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잠수함 기지 등의 일부 시설물들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핵·미사일 핵심 시설은 즉각적인 북한의 반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피할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비군사적 상징물이 우선 검토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은 북한에게 미국의 군사행동의지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즉 예방적 공격을 통해 북한을 핵 포기 협상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구체적 움직임은 지난 달부터 이미 시작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평창올림픽의 안전을 위해 미국령 괌에 도착했고, 미 공군 B52 전략 폭격기 등도 괌에 배치했는데, 이는 ‘코피 전략’ 명령이 떨어지면 수행할 준비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도 “하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군 인사 등을 중심으로 한 대북 강경파들은 ‘코피 전략’의 실질적인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평창올림픽이 끝나는 3월 말에서 4월 초, 북한의 움직임이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 회의론 VS 강경론

공식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군사전문가나 외교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해봤을 때 미국이 검토하고 있는 ‘코피 전략’에 대해서 회의론적인 입장과 강경한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코피 작전은 군사공격을 통해 북한에게 겁을 주고 보복공격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며 “다만 북한이 이성적이라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가능한 구상”이며 “전략적 측면에서 검토 가능하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얘기한 것은 공격을 위한 명문을 쌓기 위한 것”이라면서 “정밀타격을 하게 되면 3일이면 끝날 것이고 전면전에 준하는 규모로 확전된다면 보름 내로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코피 전략’에 대한 입장이 갈리고 있다. 척 헤이글 전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디펜스뉴스에 “코피 전략은 수백만명의 목숨을 건 도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켈리 멕사멘 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지난달 30일 상원 군사위원회의 한반도 관련 청문회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북한의 미국 본토 공격보다 낫다’는 주장에 대해 “북한이 이미 미국인 수백만명이 사는 하와이와 괌에 대한 공격 능력을 확보한 상태”라면서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면 하와이와 괌 등 미국 영토의 안전도 위험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강경론의 입장도 만만치는 않다. 폴 셀바 미 합참 차장은 지난달 30일 “미군은 북핵 기반시설 대부분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미국에 맞대응하는 북한

이러한 최근 미국의 움직임을 북한도 감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미국의 군사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1일자 보도에서 “미국이 조선반도에서 핵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불의적인 선제타격으로 침략전쟁 도화선에 불을 달고 전면전쟁으로 확대하려는 미국의 흉악한 계책이 실행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조선 외무상 리용호 동지는 한반도에서 북남관계개선과 긴장 완화로 향한 긍정적인 변화가 도래하고 있는 시기에 이에 역행하는 위험한 군사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과 관련해 1월 31일 유엔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헤스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 서한에서 리 외무상은 “우리는 앞으로 북남관계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지만 그에 찬물을 끼얹는 불순한 행위에 대해서는 결코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엔은 미국이 조선반도와 주변에서 정세를 긴장시키고 온 세계를 핵전쟁의 참화 속에 몰아 놓을 수 있는 위험한 놀음을 벌여놓는 데 대하여 침묵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북한은 한·미가 자제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8일 건군절을 위한 열병식 준비에 한창이다. 결국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도록 하겠다는 미국의 강경한 입장과 이에 맞대응하는 북한으로 인해 한반도는 또 다시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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