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돌연 취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치 지난 북미정상회담의 취소 통보를 연상시키게 하는 ‘취소 이벤트’를 또 한번 단행했다. 지난번 북미정상회담의 취소 탓에 ‘충격’은 덜 한 편이지만 평화를 향한 비핵화 이벤트의 중요 지점에서의 ‘돌연 취소’라는 점은 매우 닮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시키면서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 및 9월 예정된 남북정상회담 등에 난항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나는 폼페이오 장관에게 지금은 북한을 방문하지 말라고 요구했다”며 “왜냐하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담당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중국에 대한 우리의 무역 공세가 훨씬 강경해졌기 때문에, (대북 제재가 유지됨에도) 중국이 예전처럼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중국을 에둘러 비판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과의 무역 문제가 해결된 뒤 가까운 장래에 북한으로 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전쟁의 해결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계획을 밝힌 지 하루만에 전격적으로 취소가 단행되며 일각에선 ‘벼랑끝 외교’의 재연이라는 해석을 제기했다. 또 한번 김정은 위원장의 통 큰 ‘비핵화 양보’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과 미국의 기싸움이 본격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급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북한은 강하게 종전선언을 압박해왔는데, 되레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벼랑 끝’ 외교 형식을 보이며 역공 형태를 띠는 것이다.

북미 본격 기싸움 돌입에 속내 복잡해진 청와대

북미의 기싸움에 셈법이 복잡해 진 것은 9월 평양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우리 정부다. 남북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고민 역시 깊어지는 모양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무산으로 오히려 문재인대통령의 역할이 더 커진 게 아닌가 싶다”며 “방북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으나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 그러나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북미 정상 모두 대화의 동력을 살려나가려고 하는 의지는 여전히 높다”며 “그래서 기대감을 여전히 갖고 있고 (9월) 남북정상회담도 그런 북미대화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반응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설명이지만, 북미관계의 개선을 위해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 문 대통령의 책무는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담담해 보이지만 청와대 역시 촉각을 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두 시간 동안 청와대 관저에서 관계부처 장관들로부터 방북 무산에 대한 보고를 받고 향후 대책 논의에 나섰다. 향후 북미 관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주고 받은 것이다.

또 한번 어려운 난국을 맞이한 것으로 보이지만,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이 유일한 해결의 길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文 대통령의 ‘중재 노력’ 주목…관계 풀 묘안 있을까

대북전문가 박지원 의원도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북미 정상 설득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는 수차 김정은에게 트럼프의 입을 주시하라고 권고했다. 트럼프의 체면을 살려야 한다고도 했다. 트럼프가 아니면 안된다고 했다”며 “김정은은 트럼프가 요구하는 핵리스트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제는 문 대통령께서 적극적으로 북미정상을 설득할 때”라며 “북한 비핵화를 달성시키는데 실패하면 현재의 정치상황도, 11월 중간선거도 어려워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다. 자신의 지지도가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30%대에서 45%로 상승한 사유도 참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시간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갑작스런 취소로 또 한번 난관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1차 북미정상회담처럼 주도권을 위한 전략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는 등 양측의 접점을 찾으려는 꼬리잡기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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