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형 동물원 관리 체계 지적 목소리와 동물권 인식 확보 필요하다는 청원 등장해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대전오월드 사육장에서 탈출한 퓨마가 끝내 사살된 사건을 두고 여론의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수백 명의 행정력이 동원됐음에도 끝내 퓨마를 사살하는 극단적 수단을 행한 것이 도마 위에 오르자 마취총 강도를 늘리거나 다른 적절한 매뉴얼을 강구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더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람형 동물원의 열악한 사육동물 관리 체계가 지적되면서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람형 동물원을 없애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청원이 등장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간과했거나 무지했던 동물권을 확보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사건을 계기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 담당

◆ 퓨마 ‘뽀롱이’ 사살 사건, 부실한 사육동물 관리체계로 인한 비극

대전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대전오월드 동물원에 있던 퓨마 ‘뽀롱이’는 18일 오후 5시쯤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담당 사육사가 퓨마가 사는 중형육식 동물사를 찾았을 때 탈출 사실을 알게 됐고 오후 5시 15분께 119에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시는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시민들에게 퓨마 탈출 소식과 포획 진행 상황을 알리며 보문산 일대 등산 자체 협조 요청을 했다.

이윽고 밤 9시 44분께 다시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금일 대전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1마리를 21:44분에 사살 상황종료되었음을 알려드린다”고 알렸다.

대전도시공사는 지난 18일 퓨마 탈출 신고 직후 오후 6시8분께 경찰 및 소방당국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에서 퓨마 수색 방식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 소방당국, 오월드 관계자들로 구성된 수색대가 퓨마 수색에 나섰고, 오후 6시 34분께 오월드 내 풀숲에서 웅크리고 있던 퓨마를 발견했다.

오월드 관계자 등에 따르면 웅크리고 있는 퓨마에게 마취총을 쏴 쓰러뜨린 뒤 포획할 예정이었지만 마취제가 몸에 스며들기 전에 퓨마가 달아나 포획에 실패했다.

수색대는 오후 8시 20분께 다시 동물원 안에서 퓨마를 발견했으나, 대전오월드 매뉴얼에 따른 “날이 어두워지고 동물원에 숲이 울창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사살 결정을 내렸다.

대전시가 이번 사건을 조사한 결과 동물사를 청소한 직원이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제대로 잠그지 않으면서 퓨마가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원의 사육동물 관리 감독 부실이 원인이 된 것이다.

관람형 동물원의 사육동물 관리 체계 부실로 인해 동물이 탈출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 서울대공원 늑대가 우리를 탈출해 이틀 만에 포획된 적이 있고, 2005년에는 서울 어린이대공원 코끼리 6마리가 탈출해 소동을 빚었다.

◆ 퓨마 사살 두고 “과잉 대응 VS 적절 대응” 대립 거세져

탈출한 퓨마가 끝내 사살된 것을 두고 여론의 반응은 과잉 대응이었다는 의견을 제기하는 측과 시민 안전을 위해 적절한 대응이었다는 의견으로 엇갈리고 있다.

20일 오월드 퓨마 탈출사건과 관련한 한 기사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에 따르면 “(okr****) 아무리 동물 목숨이 귀하다고 해도 인명이 더 귀한거다. 동물 때문에 다치거나 죽었으면 누가 책임지려고? 정당한 대응이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댓글로는 “안타까움은 이해하지만 흥분한 퓨마가 인근 시민들을 공격할 경우 더 큰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도 있다.

반면 퓨마 사살은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을 제기하는 댓글도 맞불을 놓고 있다.

“(thm****) 퓨마는 동물원 안에서 발견됐다. 마취총 강도를 늘리거나 수백 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색대가 투입된 만큼 사살이라는 최악의 수단보다는 적절한 대응체계를 충분히 강구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응 매뉴얼도 없이 그 자리에서 회의 후 사살하는 대전오월드와 대전도시공사의 대응 방식은 동물 생명을 존중하지 않은 것이면서, 무책임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등의 댓글들도 있다.

20일 기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퓨마 탈출의 빌미를 제공한 동물원 관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글과 동물원을 폐지해달라는 청원 글이 50여건 올라왔다.

청원인들은 퓨마를 돌려보내는 방식이 아닌 사살이라는 수단을 택한 이유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동물원과 수색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한 청원인은 “대전 시민들의 안전이 우선이었다고 하지만 그게 과연 최선의 방법이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마취총 한 번으로 되지 않았다면 동물원 내부에서 발견된 만큼 한번 더 쏘거나 강도를 늘려 생포할 수 있지 않았냐”며 지적했다.

특히 사살된 퓨마 ‘뽀롱이’는 대전오월드에서 태어나 사살되기 전까지 좁은 동물원 사육장 안에 갇혀 있었다는 데 대한 안타까움도 이어졌다.

사건 계기로 ‘동물권 확보’ 주장 높아져..관람형 동물원 개선 방안과 폐지 요구까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 관람형 동물원의 부실한 관리 감독 시스템이 지적되면서 관람형 동물원의 관리 체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동물을 우리에 가두어놓고 보는 ‘관람형 동물원’의 운영체계가 동물 보호라는 순기능을 충분히 이행하지 못 하고 있고, 열악한 사육 동물 관리 체계가 빈번한 학대 사고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경기도 한 동물원에서는 악어쇼가 이어지던 도중 조련사의 손을 무는 사건이 발생해 원인을 조사한 결과 조련사의 오랜 학대로 인한 정형행동(Stereotyped behavior)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3년 전에는 폐쇄된 관람형 동물원에서 희귀동물이 무더기로 죽은 채 버려져 사회적 충격을 줬다.

동물원에서 끊이지 않는 학대 사고를 막기 위해 ‘동물원법’이 재작년 제정됐음에도 현실이 크게 달라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권단체 등은 퓨마 사건에서 동물권 형성이 부족한 사회적 분위기를 지탄하며 관람형 동물원 체계가 사라져야 할 것을 주장한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19일 SNS를 통해 #동물원에가지않기 해시태그를 독려하고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 측은 SNS를 통해 “야생동물을 가두어놓고 인간의 볼거리용으로 고통을 주는 전시행위는 사라져야 한다”며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동물원 폐쇄 주장을 놓고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인간의 볼거리용과 오락거리 등으로 전락하는 관람형 동물원의 폐해가 만연한 상황에서 관람형 동물원 폐쇄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동물원의 순기능에는 생물다양성 보전 등 여러 가치 기능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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