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화요시사칼럼] 서동요부터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가짜뉴스’ 소탕할 수 있을까
[뉴스워커_화요시사칼럼] 서동요부터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가짜뉴스’ 소탕할 수 있을까
  • 김영욱 시사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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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칼럼니스트] ‘서동요’(薯童謠)는 백제의 서동(무왕의 어릴 때 이름)이 지었다는 향가다. 속설에는 서동이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 공주를 사모하던 나머지 아이들에게 마를 나누어 주며 이 노래를 가르쳐, 전국에 퍼지게 하여 결국 소원을 성취했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노래의 내용은 공주가 밤마다 몰래 서동의 방을 찾아간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 정론직필의 세상 속에 국민의 알 권리가 바로 설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한다. <그래픽_뉴스워커 진우현 그래픽 담당>

‘서동요’ 는 선화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그가 거짓 정보를 노래로 만든 가짜뉴스인 셈이었다.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이 났을 때 일본 내무성이 조선인에 대해 악의적으로 허위 정보를 퍼뜨린 일은 가짜뉴스가 잔인한 학살로 이어진 사건이다. “조선인이 방화하고 폭동을 일으킨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타고 있다”는 등 가짜뉴스로 최소 1만여 명이 넘는 조선인이 무참히 학살됐다.

‘가짜뉴스’는 거짓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포장하거나 아예 없었던 일을 언론사 기사처럼 만들어 유포하는 것으로, ‘페이크 뉴스(Fake News)’라고도 한다. 교묘하게 조작된 ‘속임수 뉴스’를 뜻한다.

기존 뉴스 형태를 띠고 있고, 일정 부분은 ‘팩트(사실)’에 기반한다. 선거 등에서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핵심 내용을 왜곡하거나 조작한다. 대부분 사실 확인이 쉽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들이다.

또 ‘찌라시(정보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찌라시와 달리 기성 뉴스의 공신력을 내세운다.

가짜뉴스는 2010년대 이후로 인터넷이 발달하고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언론사가 아닌 개인들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진짜 뉴스처럼 퍼뜨리는 사태가 많이 일어나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가짜뉴스의 광범위한 확산으로 여론을 호도하거나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전 세계에서 가짜뉴스를 타파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가짜뉴스는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맞붙었던 2016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크게 확산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짜뉴스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성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가짜뉴스가 일부 보수단체 등을 중심으로 대거 생성돼 SNS 등을 통해 유포되면서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우리나라 경찰은 가짜뉴스를 ‘실제 언론 보도처럼 보이도록 가공해 신뢰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유포되는 정보’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정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로 각각 정의한다.

최근 기자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짜뉴스의 피해자가 됐다. 이 총리는 지난달 26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 장례식에 참석한 뒤 호찌민 전 주석의 생가에 들러 방명록 글을 남겼으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주석님’ 부분만 부각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쓴 글인 것처럼 퍼져 곤혹을 치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 총리는 이달 초 이른바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엄단 방침을 밝혔다. 이 총리는 “현재 가짜뉴스가 창궐한다. 유튜브, SNS 등 온라인에서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짜뉴스를 민주주의 교란 범으로 규정하고 이를 만든 사람과 조직·계획적으로 유포한 사람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해 엄정 처벌할 것을 검찰과 경찰에 주문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가짜뉴스 엄단’ 방침이 국회에서 급제동이 걸린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선 정부의 가짜뉴스 대응과 관련 여와 야를 가릴 것 없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가짜뉴스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섣부른 대응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청와대와 정부 감싸기에 급급하던 여당 의원들도 우려를 나타내며 이 총리의 냉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정부 주도의 대응보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우리 정부가 ‘절대선(絶對善)’이라는 기준을 잡고 허위 조작을 판가름하는 것은 국민 보기에도 불편할 것”이라며 큰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 여당의 우군으로 불리는 정의당 추혜선 의원도 “민주국가에서 어떻게 국가가 나서서 가짜뉴스를 잡느냐. 발상부터 잘못됐다고 본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과거 기자로서 언론자유를 위해 싸운 이 총리가 가짜뉴스를 지목하고 검경에 신속한 수사를 지시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비판이다. 또 정권만 잡으면 비판의 목소리를 잡으려고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명백한 허위’로 제한해 막겠다고 하지만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참에 ‘가짜뉴스’를 척폐할 수 있을까.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하는 정론직필(正論直筆)된 세상은 언제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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