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허베이성 친황다오, 서울의 미세먼지 증가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중국의 도시

뉴스워커 진우현 그래픽2팀 기자
뉴스워커 진우현 그래픽2팀 기자

맥주에 들어가는 주원료 중 맥아는 알코올과 탄산을 만드는 기본 재료로, 맥주의 색과 풍미를 결정짓는 데 가장 중요한 원료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주류업체들은 맥아를 들여올 때 생산지의 대기 질, 토양 상태 등을 많이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호주나 유럽, 북미 등 청정 지역으로 알려진 지역에서 생산된 맥아를 주로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카스맥주 등을 공급하는 오비맥주(대표이사:브르노카레이라코센티노, 오비맥주는 오는 1월부터 AB인베브 남아시아 지역 사장인 벤 베르하르트(Ben Verhaert)를 사장으로 임명한다.)는 이러한 업계의 경향과 달리 최근 3년간 중국산 맥아 수입량을 크게 늘렸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게 오비맥주 측에서 보면 수익성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고 판단해서로 보인다.

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류업체 중 중국산 맥아를 수입한 곳은 오비맥주가 유일하다. 오비맥주는 허베이성 북동부의 친황다오, 저장성 동부의 닝보 등에서 생산한 맥아를 수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서도 친황다오는 오비맥주의 핵심 거래 지역이다.

다만,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최근 5년간 중국발 미세먼지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친황다오는 서울의 미세먼지 증가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중국의 도시이다. 이곳은 철강산업이 집약돼 있어 미세먼지를 많이 유발하는데, 특히 겨울에 국내로 많이 유입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오비맥주가 기존 청정 지역이 아닌 중국에서 맥아를 많이 수입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 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저가의 중국산 맥아를 수입해 사용하면서, 원재료비 및 물류비 등 원가를 줄여 수익을 올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워 호주나 유럽 등 기존에 수입하던 국가에 비해 물류비가 적게 든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맥아의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오비맥주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증가하고, 판관비·물류비는 해마다 80억~100억 원씩 줄고 있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수출용 맥주의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중국산 맥아 사용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카스 등 국내용 맥주에는 사용 비중이 적고 대부분 중국 수출용에 썼다는 것이다.

그러나 식약처의 ‘식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해 1년간 총 168회 맥아를 수입했다. 이 중 40회 가량이 중국산이다. 2018년 수입된 맥아는 2만 8152t으로 7억 3000만 병 정도가 제조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10월까지)도 3만 987t이 수입됐다. 이는 8억 500만 병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라고 업계는 추산한다. 오비맥주의 연매출액 중 해외 비중은 약 10% 정도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수입량을 전부 수출용으로 사용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맥주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맥아 등 원재료 비용”이라며, “수출용 맥주로 다 소진할 수 없을 만큼의 중국산 맥아가 수입되었는데 국내용에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거나, 가격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오비맥주는 2016년과 올해 4월 가격 인상 이유를 설명하면서 “주요 원재료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원가 압박이 가중되고 있으나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 폭을 최소화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저가의 중국산 맥아를 대량으로 수입해 사용하면서, 맥주 판매가 인상의 주된 요인을 원재료 값 인상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오비맥주의 최근 3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2017년에는 매출 1조 6635억 원, 영업이익 4940억 원, 영업이익률은 29.7%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 6981억 원, 영업이익 5145억 원, 영업이익률 30.3%로 큰 실적을 나타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중국산 보리는 재맥 기술이 앞서 있고, 맥아의 질도 좋아 이를 수입한 것”이라면서, “카스 등 국내용 맥주에는 사용 비중이 적고 대부분 ‘블루걸’ 등 중국 수출용에 썼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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