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헬기 선정 기준, 국산헬기 배제하는 역차별 기준 돼선 안돼
소방헬기 선정 기준, 국산헬기 배제하는 역차별 기준 돼선 안돼
  • 염정민, 신대성 기자
  • 승인 2020.09.04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쟁헬기 비해 최대이륙중량 더 높은 수리온, 최저입찰제는 국산 헬기 배제 의심밖에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1팀 기자

소방 헬기 기종 단순화 필요성 제기


2019년 청주대 연구팀은 소방헬기 국가통합모델 용역연구에서 소방헬기의 기종 단순화를 위해 소방헬기 규격의 보완과 제정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많은 기종의 헬기를 동시에 운용할 경우 각 기종에 맞는 운용 인력과 정비 인력이 각각 요구되고 부품을 대량으로 구매하기도 어려워 운용과 정비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0년 8월 기준 소방용 헬기 기종은 11종으로 경찰 6종, 산림 6종, 국립공원 1종, 해경 6종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8월 기준
2020년 8월 기준

이와 관련하여 소방용 헬기는 31대로 운용대수가 많아 운용기종이 많을 수 있다는 항변이 가능하지만, 48대를 운용하는 산림청의 운용기종이 6종에 불과함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항변의 설득력은 떨어진다.

2014년 12월 한서대에 의해 수행된 소방항공대 최적화 관리운영 모델 연구용역에서도 중앙지휘체계를 확립해야 하며 통합 구매, 안전, 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하여 소방헬기 기종의 단순화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게다가 청주대와 한서대 같은 외부 연구진뿐만 아니라 소방청과 지방 소방 본부 TF 내부에서도 동일기종 부품 공유와 공동구매 방안이 검토될 정도로 많은 기종을 운용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운용과 정비 상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 기관이 소방헬기를 일괄적으로 구매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항공업계에서는 2019년 감사 자료를 기준으로 소방헬기 17대를 1개 기종으로 일괄 구매하는 것이 17대를 5개 기종으로 각각 구매하는 것과 비교하여, 운용과 정비 인프라의 통합 등을 통해 연간 243억 원의 운용유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게다가 여러 대를 일괄 구매할 경우 수요자인 당국은 대량구매를 통해 취득 가격에서 유리한 협상력을 가질 수 있으며 공급자인 기업도 대량 판매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생산판매를 할 수 있으므로 서로 win win하는 것이 가능하다.


소방당국의 선정기준 존중되어야 하나 국산헬기에 대한 역차별은 안 돼


항공업계는 소방당국의 소방헬기 선정기준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선정기준이 국산헬기에 대한 역차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일부 소방당국은 소방헬기에 탑재될 주요 장비 중의 하나로 ‘주회전익 거리측정장비’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무 등 장애물이 많은 산지 지형을 가진 한국에서 헬기로 구조 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소방당국은 헬기 로터의 회전반경을 중심으로 장애물과 헬기 사이의 거리를 알려주는 이 장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항공업계는 이 장비가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사의 특허 제품으로 소방당국의 선정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입찰에서 국산헬기인 수리온을 원천 배제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소방대원의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가치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주회전익 거리측정장비 탑재를 요구하는 소방당국의 기준을 단번에 불합리하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어렵다.

다만 국내 항공업계가 레오나르도 사의 주회전익 거리측정장비를 대체할 수 있는 안전장비의 탑재를 제시하거나 동등한 안전성능을 보장할 수 있다면 소방당국도 특정장비 탑재의 고수를 재검토해볼 필요는 있다.

국내 항공 산업 발전이라는 가치가 소방대원의 안전보다 우월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지만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되는 이상 소방당국의 헬기 선정 기준이 국산헬기를 배제하는 역차별의 기준으로 기능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항공업계는 ‘최대이륙중량’을 고려한 선정 기준을 마련해야 국산헬기가 역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대이륙중량이란 항공기가 탑재물을 최대로 적재하고 이륙할 수 있는 최대 중량을 뜻하는데 수리온은 8.7t 정도이며 강력한 경쟁 기종인 이탈리아의 AW139는 6.4t에 불과하다.

수리온은 AW139보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중량을 탑재할 수 있지만 동시에 체급이 다른 헬기이므로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평가다.

즉 최대이륙중량 기준을 낮게 설정할 경우 가격 경쟁력으로 인해 수리온은 AW139와 경쟁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특히 가격이 선정의 최우선 요소로 작동하는 최저입찰가제로 진행되는 경우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이니만큼 향후에도 국산 헬기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기업과 연구진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지만, 개선할 기회를 주어야 기술이 축적되고 그로 인해 더욱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데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이 과연 한국에게 이로운 일인지는 심히 의문스럽다.

현장에서 실제 헬기를 사용하는 소방당국의 선정기준은 최대한 존중해야 하지만 소방당국도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국산헬기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소제목 : K9 사례에서 볼 때 공공분야에서 국산헬기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

지난 9월 3일 호주 정부는 호주 육군 자주포 획득 사업의 단독 후보 기종으로 한국의 K9 자주포가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 운반 장갑차 15대가 납품될 예정인 이번 사업 규모는 1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K9는 한국뿐만 아니라 터키, 폴란드, 인도,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자주포계의 베스트셀러로 언급된다.

초창기 K9는 자주포와 전차 분야에서 강국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독일의 ‘PzH2000’ 자주포와 비교하여 성능 면에서 열세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으며 현재도 그런 평가를 내리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그러나 한국군이 1000문이 넘는 K9을 도입한 결과 안정적인 대량 판매로 인해 K9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지속적인 성능개량 사업을 통해 PzH2000에 근접 혹은 동등 이상의 성능을 확보하여 현재 수출시장에서 PzH2000을 크게 압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자료를 보면 지난 2000~2017년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에서 K9 자주포가 48%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PzH2000을 크게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물론 K9 자체가 좋은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한국군이 K9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지속적인 성능개량 사업을 수행하지 않았다면 이와 같은 결과는 얻기 힘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수리온도 K9의 초창기 사정과 그리 다르지 않다.

성능이 우수하나 한국 항공 산업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 의심 섞인 눈초리로 국산헬기를 보는 시선이 많으며 실제로 외국의 베스트셀러와 비교하여 성능이 열세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의심스런 시각을 유지하고 열세한 성능을 크게 부각시켜 국산헬기를 배제한다면 앞으로 한국이 K9과 같은 우수한 제품을 보유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항공 산업은 그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아 외국의 경쟁업체와 비교하여 현재 실적도 미미하고 검증된 것도 별로 없으며 여러 가지 면에서 제약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만을 기준으로 국산헬기를 엄격하게 판단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부품 수급이나 정비 면에서도 외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무조건적인 국산화를 주장하여 외산을 배타적으로 취급하는 것은 무역이 경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자유무역을 중요한 가치로 주장하는 한국에서 인정될 수 있는 가치관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정비, 운용 그리고 지속적인 헬기 확보를 위해 국내 항공 산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것 또한 분명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기준을 만족한다면 소방용뿐만 아니라 군용을 포함하여 혈세가 투입되는 모든 공공분야에서 국산헬기 도입을 고려할 필요성은 있다.

K9이 1000문이 넘는 국내 시장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축적하여 해외에서도 당당히 베스트셀러로 인정받는 것처럼 수리온도 이와 같은 배려를 바탕으로 기술력을 더욱 축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만 국내 항공 기업들도 국산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도입을 해줄 것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국민들이 국내 항공 기업들에게 거는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연구진들은 경쟁 기종들과 동등 아니 그를 추월하는 성능을 확보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며 경영진들은 최고의 조건으로 국산헬기를 공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와 같은 노력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한국 항공 기업을 지원하는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게 될 것이다.


최신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 상대에 대한 비방글은 예고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