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애플 홈페이지

[뉴스워커] 애플코리아가 올해 국내에서 3조원대 매출과 8,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세금 납부나 회계 투명성, 고용창출 등 사회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정보기술(IT) 업계는 올해 국내 아이폰 판매량(290만대 추정) 등을 감안할 때 애플코리아의 매출을 3조원대, 영업이익은 8000억원대로 추정했다. 이는 웬만한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다.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은 3조2512억원이었다.

애플코리아는 유한회사라 외부 감사를 받을 의무가 없고 감사보고서 제출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애플코리아는 아이폰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2009년께 조직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한 후 실적, 법인세 납부 내역 등 주요 사업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1998년 11월 설립된 이 회사는 2009년 1월 애플컴퓨터코리아 주식회사에서 애플컴퓨터코리아 유한회사로 탈바꿈했고, 그해 11월 애플코리아 유한회사로 한 번 더 사명을 변경해 현재에 이르렀다.

고용창출에도 인색해 정규직 직원이 20여명에 불과한 애플코리아는 영업이익이 4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은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리면서도 세금도 잘 내지 않고 고용과 투자, 고객 서비스에 모두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조세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해 법인세법 등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요건에 해당하는 유한회사가 회계법인의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주요 유한회사 (자료:금융감독원)

 

◆ 애플코리아 대표이사 교체 계기로 환골해야...국내소비자 A/S정책 불만
   中 소비자에 아이폰 꺼짐 현상 사과…韓 소비자엔 영문 안내문만 '대조'

애플코리아는 최근 대표이사를 더글러스 벡에서 다니엘 디시코로 5년 만에 교체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여전히 인색한 AS 정책을 실시하면서 비판 받고 있다. 

애플코리아는 지난달 20일 아이폰6s 불량 배터리의 무상 교환 프로그램을 한국 웹페이지에서 영문으로만 공지해 빈축을 샀다가 뒤늦게 한국어 공지문으로 교체했다. 

반대로 지난 8일 중국에서는 애플의 전세계 애프터서비스(AS) 담당 부회장 일행이 중국소비자협회를 방문해 최근 제기된 아이폰 결함문제에 대한 자사의 대처방안에 대해 사죄했다.

애플 외에도 구글, 샤넬, 이케아, 루이비통 등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유한회사의 형태로 한국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유한회사는 법적으로 존속하지 않아 통상적으로 형사 처벌이 어렵다. 문제가 생겼을 때 사후 책임을 피하기에 좋은 것이 유한회사 형태인 것이다.  

▲ 팀 쿡 애플 CEO가 애플 중국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중국 내에서 불거진 AS 문제에 관한 사과문을 올렸다./애플 중국 홈페이지 캡처

한 IT 업계 관계자는 "애플코리아가 등기이사 교체를 계기로 시장 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국내 소비자들도 점차 등을 돌려 지금까지처럼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한국 시장의 규모 차이 때문에 차별 대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소비자는 평등하다. 기업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적은 국가에 소홀할 수 밖에 없다는 면은 인정하지 못한다"며 "애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큰 오산"이라고 밝혔다.

애플 전체 매출에서 중화권 비중은 22.5%에 달한다. 연간 아이폰 판매량 290만 대를 토대로 역산한 애플코리아의 올해 매출을 약 26억5400만 달러(3조944억 원)라고 할 때, 중화권은 한국의 18배에 육박하는 주요 시장이다. 

▲ 회사별 특징 (자료:뉴스워커 재구성)

 

◆‘유한회사’ 베일 쓴 글로벌기업… 한국내 매출액 규모도 깜깜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유한 회사 설립 규제가 크게 완화됐다. 유한회사는 외부 감사를 받지 않아도 되게 법이 개정되어 글로벌 기업에 관심을 끌게 됐다.

자금조달이 현지국가에서 필요없는 글로벌 기업은 외부감사와 관련한 정보 유출을 우려하면서까지 주식회사형태로 설립하는 것보다 유한회사 설립을 선호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의 유한회사는 2010년 1만6998곳에서 2015년 2만5929곳으로 52.5% 급증했다.

유한회사로 설립된 다국적기업에는 페이스북코리아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는 2006년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고 애플코리아(2009년) 루이비통코리아(2012년) 등이 뒤를 따랐다. 알리바바코리아(2014년)와 테슬라코리아(2015년)는 처음부터 유한회사로 설립됐다.

▲ 유한회사 규모별 현황 (자료:국세청)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선 한국에서 글로벌 기업이 매출의 정확한 액수는 회사 핵심 관계자만 알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회사가 수익 중 얼마를 본사에 송금하는지도 베일에 가려 있다.

이는 글로벌 기업 한국지사 등이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유한회사는 외부감사를 받거나 경영 실적을 공시할 의무가 없다. 

회사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유한회사에만 공시 의무를 면제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외감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외부 감사를 해 놓고서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면 ‘반쪽 개선’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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