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 대표(사진출처=EPA연합)

[뉴스워커] 세계의 눈은 곧 대서양 건너 유럽으로 쏠린다. 4월 프랑스 대선과 10월 독일 총선은 흔들리는 유럽연합(EU)의 운명을 결정지을 시금석이다. 

우선 프랑스 대선은 오는 4~5월 열린다. 결선 투표제에 따라 1차 투표는 4월 23일 진행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이후 상위 득표 후보 2명만 높고 5월 7일 2차 투표를 실시해 최종 당선인을 결정한다. 

당초 당선이 가장 유력한 후보는 피용 전 총리였지만 판세는 급변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처럼 현재 집계되지 않는 억눌린 포퓰리즘이나 민족주의 성향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였던 프랑수와 피용 공화당 대선후보가 사기 및 횡령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극우정당 국민전선(FN) 마린 르펜의 결선 투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피용 후보는 그의 아내 페넬로프(Penelope)를 1988년부터 채용해 80만 유로 이상을 챙기고, 아직 법대도 졸업하지 않은 두 아들을 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족 채용은 불법은 아니지만 어떠한 직무도 수행하지 않고 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지난 달까진 그가 1차 투표에서 르펜과 나란히 결선에 진출한 뒤 최종 승리한다고 예상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았다. 

피용이 휘청거리는 사이 무소속 마크롱 전 장관이 힘을 내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마크롱이 피용 전 총리를 제치고 르펜 대표와 결선에 진출한 뒤 승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 놨다.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전 경제장관(사진출처=EPA연합)

◆ 빅3 대선전...피용 주춤에 르펜,마크롱 급부상

2일 발표된 프랑스 일간 레제코의 대선 여론조사에서 극우 성향의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27%)와 ‘제3지대론’을 주장하는 무소속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나란히 1, 2위에 올랐다. 보수 공화, 진보 사회당의 프랑수아 피용, 브누아 아몽 후보는 3, 4위로 밀려났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내년 4~5월 치러지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도 당선될 수 있다고 지난 11월 밝히기도 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발스 총리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경제콘퍼런스에 참석해 르펜 대표의 당선 가능성을 묻는 말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발스 총리는 “모든 여론조사에서 르펜은 (오는 4월 치러지는 대선 1차 투표를 통과해) 2차 결선 투표에 진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르펜이 결선 투표에 나가면 좌파나 우파 후보와 만나는데 이것은 프랑스 정치 균형을 완전히 바꿔놓는다는 의미다”라면서 극우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프랑스 대선은 브누아 아몽(50) 전 교육부 장관이 집권 사회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하며 주요 정당 후보들이 확정됐다. 아몽 전 장관 외에도 제1야당인 중도 우파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63) 전 총리,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49) 대표, 무소속 에마뉘엘 마크롱(40) 전 경제부 장관 등이 이미 출사표를 던졌다. 극좌, 극우 후보가 모두 출마해 선거판은 뜨거워 지고 있다. 

▲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주평

◆ '르펜' 후보... '프랑스 퍼스트', "무슬림·EU로부터 해방" "프랑화 다시 쓰겠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대표가 첫 대선 유세에서 반(反) 이슬람을 강조하며 '프랑스 우선주의'(France first)를 내걸었다.

지난 2014년 인종주의 정당인 국민전선(FN)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26%를 획득하며 최대 득표 정당이 됐다. 투표자 네 명 중 한 명이 명백히 파시즘에 뿌리를 둔 정당을 선택한 것이다.

프랑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가 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고 프랑화를 다시 쓰겠다는 뜻을 거듭 피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르펜 대표는 5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시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6개월이내 '프렉시트(Frexit)'를 계획하고 EU와 국경 및 통화 문제를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르펜은 시민권 취득 기준을 강화하고 연간 이민자수도 1만명으로 제한하며 외국인 범죄자와 급진 이슬람주의 연관 혐의로 수사를 받는 모든 외국인을 추방한다는 공약도 발표한 바 있다.  

5일(현지시간) 르펜 대표는 중부 리옹에서 지지자 약 4000명이 모인 가운데 성대한 대선 출정식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리더십 아래 프랑스 국익 만을 최우선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펜 대표는 작심한듯 반 세계화 발언을 쏟아 냈다. 그는 '아래로부터의' 세계화가 무분별한 이민을 촉발했고, 국제금융이 주도한 '위로부터의' 세계화는 프랑스에 부당한 긴축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르펜 대표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대해 "불가능하던 일들이 갑자기 가능해 졌다"며 "다른 나라들이 우리가 나아갈 길을 보여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 국가의 자각은 역사적 일이다. 한 시대의 종말을 보여준다. 역사의 바람이 바뀌고 있다"며 "낡은 좌우 대립은 끝났다. 애국주의와 세계화주의 사이 새로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르펜 대표는 세계화와 이슬람주의를 프랑스 예속을 꾀하는 '두 가지 전체주의'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에 발을 맟춰 프랑스도 '세계'가 아닌 '자국'에 최선인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르펜 대표는 144개 공약을 함께 제시했다. ▲ 취임 6개월 내 EU 탈퇴 국민투표 추진 ▲ 프랑화 재도입 ▲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 프랑스 국적자 복지 확대 등이 핵심 내용이다. 

서방 언론들은 르펜 대표의 극우 몰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포퓰리스트 르펜이 트럼프처럼 과격한 사회 변동이 시급하다고 촉구하며 디스토피아(어두운 미래상)를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 출처=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주평

◆ '마크롱' 무소속 후보... '제3 지대' 30대 기수 약진

좌우를 넘어선 '제3지대론'을 주장하며 대선전에 뛰어든 에마뉘엘 마크롱(39) 전 경제장관도 대규모 유세를 벌이고 있어 대선 열기가 뜨겁다.

마크롱은 전날 연설에서 르펜 공약들이 프랑스의 혁명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들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의 지평을 제약해 자유를 배반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어떤 사람들이 더 평등하다고 주장하면서 평등을 배신하고, 자신과 다른 외모를 지닌 사람들을 증오하면서 박애를 배반한다"고 주장했다.

마크롱이 피용 스캔들을 틈타 무섭게 세를 확장해가고 있다는 것이 프랑스 언론과 정계의 평가다.

그는 1일(현지시간) 프랑스앵포 방송에 출연, 대선공약 중 하나로 자신이 창당한 제3정당 '앙 마르셰' 의원들의 절반 이상을 시민사회 출신 인사로 채울 것이라며 젊은 피 수혈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동안 마크롱은 좌우로 나뉜 프랑스 대선 정치지형에서 중간층을 대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사회당 내각에서 경제장관이라는 주요보직을 역임한 것을 의식해 "내 정치적 정체성은 좌파에서 비롯했지만, 그것은 과거의 일"이라며 최악의 지지도를 기록 중인 현 사회당 정부와 선을 그었다.

사회당 경선에서 좌파 색채가 뚜렷한 브누아 아몽 전 교육부 장관이 승리한 뒤 일부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 의원들도 마크롱을 정치적 대안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여기에다 사회당 성향으로 프랑스의 정계에서 영향력이 큰 자크 아탈리 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 베르나르 쿠슈네르 전 외무장관, 이브 생로랑 공동 창업자인 피에르 베르제 등도 마크롱 지지를 선언했다.

선명한 사회주의자인 아몽 전 장관과 달리 기업 친화적이고 중도 성향을 지닌 마크롱 후보가 대선 승리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좌파뿐 아니라 우파 쪽에서도 속속 마크롱 지지 선언이 나오고 있다.

우파정부인 자크 시라크 대통령 밑에서 장관을 지낸 인물들이 속속 마크롱 지지 대열에 합류했고, 최근에는 공화당 대선후보인 피용 전 총리 밑에서 대외교역부 장관을 지낸 안 마리 이드락도 마크롱 지지를 선언했다.

▲ 출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피용' 가족비리 스캔들로 몰락 VS '아몽' 우경화 바람 ‘방패막이’ 기대

프랑스 중도우파 공화당 대선 후보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의 사기·횡령 혐의에 대해 2일(현지시간) 검찰이 수사 확대 방침을 밝혔다. 그의 비리 의혹과 관련한 후속 보도들도 쏟아지고 있다. 

프랑스에선 의원이 가족을 보좌관 등으로 기용하는 것이 합법적이며 흔한 일이다. 문제는 페넬로프가 당시 보좌관으로 의회 출입증 등을 받은 기록이 없고, 자신은 남편의 정치생활에 관여하거나 돈을 받고 도와준 일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는 점이다.

피용 전 총리 측은 변호사인 자녀들이 당시 실제로 자신이 맡긴 특정 업무를 수행했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피용의 아들과 딸은 법학대학원 재학생이어서 종일 근무하는 정규 보좌관으로 등록돼 있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쪽에 여론이 우세하다.

공화당 내에서는 피용을 하차시키고 작년 당내 경선에서 피용에게 패배한 알랭 쥐페 전 총리 등으로 서둘러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르코지의 2인자’로 머물렀던 피용의 정치이력은 화려하다. 파리 서쪽 200㎞ 떨어진 사르트 출신인 피용은 27살이던 1981년 프랑스 사상 최연소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어 1993년 프랑수아 미테랑 정부시절 교육부 장관을 시작으로 1995년과 2002년, 2004년 자크 시라크 정부에서 정보기술장관과 노동부장관, 교육부 장관을 각각 지내고,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 때 총리로 발탁됐다. 장관직만 4번에 총리로 5년 임기를 꽉 채웠다.

아몽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마크롱 전 장관이 추진한 친기업 개혁안에 반대하며 내각에서 사임, 기본소득 지급, '로봇세' 징수와 같은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며 사회당 후보로 확정됐으나 대선 승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사회당은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 잇단 테러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

아몽은 2014년 올랑드 정부와 긴축 정책을 요구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판했다가 장관직에서 경질된 뒤 조용한 행보를 보이다 이번 대선에 도전장을 던졌다.

아몽은 “몇 가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좌파가 지금처럼 가까운 생각을 가진 적은 없었다”면서 장 뤼크 멜랑숑 좌파전선 후보(65)와 야니크 자도 녹색당 후보(50) 등 범좌파 후보들의 통합을 호소했다. 

 

◆ "세계는 프레임 전쟁 중…구조개혁으로 포퓰리즘 광풍 잠재워야"

EU 27개국 지니계수(소득분배 불평등도 지수)는 2006년 30.3에서 2015년 31.0으로 상승했다. 특히 이민자 문제, IS 테러, 브렉시트 현실화 등 기존 EU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증가하면서 EU로 결집했던 유럽 각 국의 결속력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또한, 유럽의 주요 선진국은 현재 EU의 난민정책에 대한 반발이 기폭제로 작용하면서 EU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 주요국의 의회와 대통령 총선거가 있다.

영국의 EU탈퇴 국민투표 등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유럽 주요국의 급격한 정치적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극우급진세력이 집권할 경우 유럽시장의 잠재적인 불확실성도 고조될 것으로 예측된다.

AP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나라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다른 이슬람 국가들도 차단 목록에 추가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자유당은 난민에 대한 반감에 힘입어 올해 3월 15일 네덜란드 총선에서 제1당이 될 가능성까지 관측되고 있다.

자유당은 프랑스의 국민전선,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당'과 반난민 기치를 내세우는 유럽의 대표적 포퓰리스트 정당으로 거론된다.

독일에서 대표적 극우당으로 꼽히는 대안당보다 훨씬 국수주의 색채가 강렬해 '신나치당'으로까지 불리는 국가민주당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국가민주당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민족주의적인 견지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 '잘한다. 계속하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섰다.

이 정당은 반유대주의와 같은 인종주의와 옛 독일 제국의 영토를 회복하겠다는 식의 정책기조 때문에 최근 정당해산 심판을 받았지만 과거 위헌적 목표를 추구했더라도 현재 증거가 없고 위헌적 목표도 이룰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구사일생했다.

역시 9월에 치러지는 노르웨이 총선에서도 극우 정당인 진보당이 반난민을 내세우며 세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진보당은 올해 총선 공약으로 비유럽권 출신 이민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강경한 난민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가우크 대통령은 유럽에서 포퓰리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상황에서 이민자와 세계화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포퓰리즘은 두려움을 확산시키는 촉매제”라며 “기득권층만이 이해할 수 있는 담화만으로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없애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올초 제네바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든 문제가 상호 복잡하게 얽힌 세계에서 살고 있다. 포퓰리즘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라며 우회적으로 전 세계를 휩쓴 포퓰리즘을 비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정민 연구원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대응 방안 마련과 불공정 사례 제소, 글로벌 스탠다드 구축 등 중장기 대응방안도 필요하다”면서 “대내외 불확실성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경기 안정화 및 경제 체질 개선 노력에 주력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동희 부연구위원 "선거과정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확산시켜 보호주의 확산, 노동시장 및 재정건전성 관련 개혁 감속 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 경우 EU의 경제회복이 둔화될 것이고, 브렉시트 이후 EU-英, 韓-EU 및 韓-英 통상관계 재설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이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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