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백마문화상 수상 김민정 작가의 도용 피해와 창작계

디지털 세상은 'Ctrl+C', 'Ctrl+V'가 너무나 쉽도록 되어 있다. 과거 필사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작품을 옮겨쓰는 학습과정이 있었으나 지금은 위와 같이 복사하여 붙여넣기 하면 끝인 세상이다. 이렇다보니 절대적 창작의 영역에 있어야 할 문학작품에서도 도용의 유혹과 그에 따른 범죄행위는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대한 효율적 대처와 정부의 방안이 촉구되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팀장>
디지털 세상은 'Ctrl+C', 'Ctrl+V'가 너무나 쉽도록 되어 있다. 과거 필사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작품을 옮겨쓰는 학습과정이 있었으나 지금은 위와 같이 복사하여 붙여넣기 하면 끝인 세상이다. 이렇다보니 절대적 창작의 영역에 있어야 할 문학작품에서도 도용의 유혹과 그에 따른 범죄행위는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대한 효율적 대처와 정부의 방안이 촉구되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그래픽1팀 팀장>

소설 <뿌리>...


2018년 명지대학교 백마문화상 소설 부문 당선작은 <뿌리>였다. 작가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과 김민정 학생으로, 심사위원은 해당 작품을 ‘압도적이고 재치 있는 문학적 자질을 겸비한 작품’이라며 칭찬했다. 해당 소설은 ‘명대신문’의 ‘백마문화상’ 카테고리에 전문 게시됐으며, 수상 소감과 심사평 또한 게시글 말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도용...


지난 16일, 김 씨는 본인의 SNS에 글을 올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단편소설 「뿌리」를 쓴 김민정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해당 게시글은 어느 남성 A씨의 소설 무단 도용을 고발하고 있었다. 김 씨는 제보를 통해 A씨의 무단 도용을 인지하게 되었으며, 남성이 표절 작품으로 5개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고 적었다.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이 위에 해당했다.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표절을 확인한 주최측에서 당선을 취소하는 일이 연달았다.

김 씨는 게시글에서 본인이 도용당한 것은 활자 조각이 아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글이었다며, ‘창작자로서의 윤리와 명확히 어긋나는’ A씨의 행보를 지적했다.


A씨, 초범이 아니었나...


모 대학원 국어국문학을 전공 중이라는 A씨는 자신의 SNS 계정에 수많은 공모전 수상 결과를 게시해왔다고 전해진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논란이 불거지며 관련 게시글은 전부 삭제됐지만, 이미 그 내용을 본 적 있는 이들이 그동안 A씨가 기록했던 공모전 수상작도 표절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제6회 디카시 공모전’ 대상 당선이 취소된 작품도 그에 해당한다. 사진과 글 모두를 도용한 것으로 논란이 됐는데, 특히 글의 경우 가수 유영석이 발표한 곡의 가사를 출품작 총 5행 중 4행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당선을 취소한 주최 측에 소송을 냈으나, 가사를 도용당한 유영석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작권 침해 관련 법적 대응을 암시했다.


도용이 쉽도록...


다음은 김 씨가 적은 게시글 일부이다.

“소설을 통째로 도용한 이 일은 문학을 넘어 창작계 전반에 경종을 울릴 심각한 사안이라 생각합니다. 타인의 창작물을 짓밟고 유린하는 이와 같은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투고자 개인의 윤리의식뿐만 아니라, 문학상 운영에서의 윤리의식도 필요합니다. 문학상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당선작이라 칭하는 작품엔 그에 맞는 표절, 도용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어 김 씨는 작품 <뿌리>는 문장 구글링만 해도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며, 문학상에 표절 및 도용을 검토하는 가이드라인의 부재를 지적했다. 앞선 김 씨의 글대로, 문학뿐만 아니라 창작계 전반이 이번 표절 사건으로 인해 들썩거리고 있다. A씨가 과거 수상한 공공기관 주최 공모전 역시 허술한 운영으로 네티즌의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 그 일면이다. 물론 도용한 이가 가장 잘못했지만, 공공기관의 이름을 내걸고서 여는 공모전에서 출품작의 표절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도용이 쉽도록’한 주최 측 잘못도 있다는 것이다.


도둑질에 대처하는 자세...


많은 사람이 잊고 살아가지만, 어떤 ‘것’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그것을 창조한 이에게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글이든, 음악이든, 그림이든, 다른 무언가이든.

이를 훔치는 것이 죄라는 걸, A씨는 정말 몰랐을까, 혹은 알고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까. 아마도 후자이리라. 대학원에 진학하도록 ‘저작권’, 이 세 글자를 알지 못할 이는 한국에 없을 테니까.

A씨가 역풍을 크게 맞았다고 하나, 앞으로 이와 같은 사람이 없으리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 알고도 잘못을 저지르는 이는 A씨 말고도 수없이 많을 테니. 그러나 도둑질에 벌을 내리진 못할지언정 상을 주는 일만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각 공모전 주최 측은 그 위상에 어울릴 확신과 함께해야 하며, 그만한 능력 없이 어설프게 작품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창작자에게는 오롯이 자신의 작품을 소리칠 힘밖에 없다. 위 사건처럼 창작자가 대중의 관심을 얻어 그 도움을 받는 데에는 운이 필요하다. 그러니 어느 안타까운 창작자가 운만을 바라보며 상처받지 않도록, ‘도둑질에 미리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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