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두 가문의 균열은 지난 3월에 열린 주총이 주요한 원인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주총 이전인 2022년 말부터 균열과 분쟁의 조짐을 보였다. 이 시기는 창업주 3세인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회장직에 오른 직후다. 최 회장은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에 제3 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에 장씨 일가 역시 계열사를 동원해 고려아연 지분율을 끌어올리기...[본문 중에서]
사실 두 가문의 균열은 지난 3월에 열린 주총이 주요한 원인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주총 이전인 2022년 말부터 균열과 분쟁의 조짐을 보였다. 이 시기는 창업주 3세인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회장직에 오른 직후다. 최 회장은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에 제3 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에 장씨 일가 역시 계열사를 동원해 고려아연 지분율을 끌어올리기...[본문 중에서]

오늘(20) 서린상사(대표 류해평, 장세환, 이승호)의 임시주총이 열렸다. 이번 서린상사의 임시주총은 영풍(대표 박영민, 배상윤)과 고려아연(대표 박기덕, 정태웅) 간의 경영권 다툼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업계는 서린상사의 경영권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 측이 우세했고 영풍 측 대표는 임시주총 하루 전, 사임을 표명해 서린상사의 경영권은 고려아연이 쥐게 됐다. 이에, 서린상사의 임시주총 개최 이유와 그 여파에 대해 알아보고 분쟁의 당사자인 영풍과 고려아연의 공동경영 역사부터 현재의 갈등 분쟁 상황 등에 대해 조명해보고자 한다.


-서린상사는?

서린상사는 1984년에 설립되어 고려아연과 영풍의 수출판매, 물류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당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15290억 원에 달하는 알짜배기 핵심 계열사다. 서린상사는 고려아연의 최창걸 명예회장이 설립했지만 영풍그룹 계열사에 속하며 경영 역시 그동안 영풍 측이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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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불만 토로..


그동안 서린상사는 영풍과 고려아연의 제품을 해외로 공동판매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고려아연 측이 감산과 조업정지 등 영풍 측의 사업 차질로 공동 판매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불만을 토로했고 임시 이사회를 열어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시도를 하기에 이른다. 고려아연 관계자에 따르면 영풍 측이 서린상사 경영을 맡는 동안 고려아연 측과 협업이나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았고 영업적인 지원도 원활하게 되지 않았다”, “수출을 포함한 해외 영업을 강화하고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영풍 측 불참으로 맞대응


이에 영풍 측은 이사들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그리고 이는 정족수 미달로 이어져 고려아연이 의도했던 임시 이사회는 무산됐다. 이에 고려아연은 법원에 소집허가 신청서를 냈고 지난 5, 법원의 허가가 떨어졌다. 당시 법원은 영풍 측의 고려아연 의결권을 제한해 달라는 요청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법원 결정에 대해 추가 이사진 선임을 통해 고려아연과 서린상사 간 시너지를 높이고, 양 사 간 소통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세환 대표 사임..


법원의 결정에 따라 서린상사의 임시주총이 20일로 예정됐다. 그리고 임시주총 하루 전인 19, 영풍 측 오너 3세인 장세환 대표가 사임의 의사를 밝혔다. 현재 서린상사의 지분은 고려아연과 영풍이 각각 66.7%, 33.3%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임시주총이 열리면 표 대결에서 고려아연 측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장 대표는 임시주총에 앞서 먼저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서린상사 임시주총 결과


오늘, 서린상사가 임시주총을 개최했다. 서린상사는 최창근 명예회장의 이사회 의장 재선임 안과, 사내이사 4명을 추가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새로 선임된 사내이사는 고려아연 최 회장의 사촌인 최민석 전무, 백순흠 부사장, 김영규 상무이사, 이수환 임원이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에 맞서 서린상사의 경영권을 주도하게 됐다. 기존 서린상사의 사내이사 구성 비율은 고려아연과 영풍이 43 구조였으나 장 대표의 사임과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82구조로 변경됐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공동경영 역사


공동 경영의 시작 영풍

영풍그룹은 1949,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설립한 기업이다. 주력 사업은 아연 등 비철금속 제련업이며 현재 재계 순위 28위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영풍과 고려아연, SMC(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의 연간 아연 생산량을 합하면 약 120만 톤으로, 세계 아연 시장 점유율 1위에 달한다.

서린상사 경영권 분쟁 관련 주요 사건일지
서린상사 경영권 분쟁 관련 주요 사건일지

자매회사 고려아연설립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자매회사로 1974, 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회사다. 당사는 철강제의 보호피막으로 사용되는 아연과 납()을 중심으로 18종의 비철금속 100만여 톤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영풍그룹의 주력계열사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97045억 원이며, 당기순이익이 5334억 원에 달한다. 이들의 사업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 계열사는 최씨 일가가 나눠 맡기로 했다. 그리고 이들은 무려 75년 동안 공동 경영을 통해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분쟁


하지만 지난 319,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두 가문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두 가지 쟁점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결산 배당금 안건이며, 두 번째는 주식발행 및 배정과 관련한 정관 변경 건이었다.

결산배당금에 의견차 보여..

고려아연 이사회는 주총에 앞서 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금을 결정했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영풍은 이에 반대, 주당 1만원의 결산 배당금을 요구하는 수정동의안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주총에서 고려아연 측 이사회가 제시했던 배당금 5000원 건이 가결됐다.

정관 변경 안돼..

고려아연 정관에 따르면 회사는 주주가 아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 외국 합작법인에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에 고려아연 이사회는 정관을 고쳐 액면 총액 400억 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필요할 때 특정한 자(주주포함)에게 신주인수 청약 기회를 부여할 수 있도록 변경하려고 했으나 영풍 측이 반대했다. 반대한 이유는 주주의 핵심적인 권리인 신주인수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안건은 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지분 경쟁의 시작

사실 두 가문의 균열은 지난 3월에 열린 주총이 주요한 원인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주총 이전인 2022년 말부터 균열과 분쟁의 조짐을 보였다. 이 시기는 창업주 3세인 최윤범 회장이 고려아연 회장직에 오른 직후다. 최 회장은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에 제3 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에 장씨 일가 역시 계열사를 동원해 고려아연 지분율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치열한 지분경쟁을 벌인 탓에 현재 양측 지분의 차이는 1%포인트 대로 아주 근소해졌으며 고려아연의 신주 발행 후인 20239월 기준으로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은 31.57%의 지분을, 최 회장 측은 32.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영풍, 고려아연에 신주발행 무효소송 제기


분쟁의 요소는 또 있다. 지난 36,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 무효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해 9, 고려아연 측은 HMG글로벌을 상대로 신주를 발행했다. 당시 고려아연 측은 신주발행에 대해 이차전지 소재 등 미래 신사업 육성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경영권 독립을 위해 우호지분 확대를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했고, 3자에게 신주를 발행하기 위한 조건인 회사가 경영상 필요로 외국의 합작법인에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영풍 측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경영권 독립을 위해 신주를 발행했기 때문에 경영상 필요를 어겼으며 HMG글로벌은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설립한 해외법인이며 고려아연이 당사자로 참여한 합작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의 합작법인이 아니라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공동 경영과 협력관계가 깨진 두 기업이 앞으로 또 어떤 갈등 상황을 연출해 낼지, 결별에 가까워지는 이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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