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워커_경영 레이다 23] ‘상장 승인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은 이노그리드(대표 김명진)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을 주요 업종으로 하는 중소기업이다. 2006년에 설립됐으며 지난 1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올해 안에 상장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거래소는 이노그리드의 승인 취소에 이어 재심사에서도 ‘효력 불인정’ 입장을 고수하기로 결론지으면서, 결국 이노그리드는 1년 간 신규 상장 신청을 할 수 없게 됐다. 이노그리드가 겪은 초유의 사태와 내막은 무엇인지, 한국거래소가 재심사에서도 이전과 같은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자세히 톺아본다.
-前 대주주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노그리드에 초유의 사태를 몰고 온 장본인은 이노그리드의 前 최대주주 박 씨로 알려졌다. 박 씨는 2022년 4월, 이노그리드에 의견요청을 요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었다. 사측은 이에 회신을 했으나 이후 박 씨로부터 별다른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노그리드가 올해 1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이후 본격적으로 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을 때인 5월 초, 박 씨는 한국거래소에 민원을 제기했다.
박 씨의 주장은 이렇다. 이노그리드의 현 대표인 김 대표는 지난 2019년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거쳐 회사 경영권을 확보한 바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박 씨는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했고 2021년 자신의 지분매각이 동의 없이, 박 씨의 납세관리인인 장 씨를 통해 매수 주식이 장 씨의 위조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노그리드가 ‘최대주주 지위 분쟁 가능성’을 누락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노그리드, 반박
이노그리드는 이에 대해 반박했다. 과거 최대주주였던 박 씨가 2022년 4월 권리를 주장하며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당사는 분쟁이 아니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가지고 악의적 목적을 가진 일회성 내용증명이라는 객관적 판단에 따라 기재하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신청서 제출 당시 진행 중인 소송이 없었기 때문에 기재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는데 “당사는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것과 같이 대형 로펌을 통해 본 건에 대해 법률 검토를 마쳤으며, 분쟁의 다툼 가능성이 적은 점과 당사에 미치는 법적 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의견을 받았다”고 부연 설명했다. 하지만 논란을 의식한 이노그리드는 지난 5월 6차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이 부분을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초 ‘효력 불인정’ 결론
결국 6월 18일, 한국거래소는 이노그리드의 상장 예비심사 승인 결과 취소하기에 이른다. 이는 1996년 코스닥 시장이 개장된 이래로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던, 유례없는 ‘승인 취소’ 첫 사례다. 거래소가 이러한 결론을 내린 이유에 대해서는 ‘상장예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사신청서의 거짓 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이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한국거래소는 이노그리드가 ‘최대주주 지위 분쟁 가능성’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사측 재심사 요구
하지만 이노그리드 측에서도 억울한 측면이 존재한다. 사측에 따르면, 현재 박 씨는 코스닥 상장기업의 상장폐지 관련 횡령 및 배임 혐의로 해외 도피 중이기 때문에 사측은 박 씨와 경영권 분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없었다. 이에 이노그리드는 입장문을 통해 “2022년 내용증명과 이후로 상대방으로부터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었던 사안에 대해 경영권 분쟁을 인지하고도 누락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거래소와 이견이 존재한다”며 재심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7월 2일, 재심사를 요구했다.
-소액주주의 움직임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인해 최근 이노그리드 180여 명의 소액주주들이 한국거래소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가 이노그리드의 상장예비심사효력 불인정 의결을 내린 것에 대한 철회 탄원서다. 소액주주 측에 따르면 코스닥시장 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증권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클라우드 산업 발전 저해를 가져올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상장예비심사신청 당시 회사는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횡령 및 배임 혐의로 해외 도피 중인 박 씨가 2년 전(2022년 4월) 보낸 내용증명을 분쟁으로 봐야하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내사 종결.. 무혐의
한편 지난 5월, 박 씨는 김 대표 및 경영진을 상대로 사기 및 횡령 혐의에 대한 고소를 제기했다. 이에 이노그리드 역시 6월, 박 씨를 상대로 업무방해죄 및 협박죄로 고소를 진행하며 맞섰다. 그리고 이달 16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박 씨가 제기한 고소 건에 대해 입건전조사(내사)를 종결했다. 사실상 이노그리드 측에 혐의가 없다고 판정한 결론이다. 한편 이노그리드가 제기한 고소 건은 아직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노그리드 경영권 분쟁 관련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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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개요 |
비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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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
최대주주였던 박 씨, 내용증명 보내 |
이노그리드 측 회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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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
이노그리드, 상장예비심사 통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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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초 |
박 씨, 한국거래소에 민원 제기 |
이노그리드 측, 반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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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
이노그리드, 증권신고서에 최대주주 지위 분쟁 가능성 기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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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
박 씨, 이노그리드 측 고소 |
사기 및 횡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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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
이노그리드, 박 씨 맞고소 |
업무방해죄 및 협박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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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8일 |
한국거래소, 이노그리드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과 취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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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2일 |
이노그리드, 재심사 요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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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16일 |
경찰, 내사 종결 |
이노그리드 무혐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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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19일 |
한국거래소 재심 결과 |
효력 불인정 유지 |
정리_뉴스워커
-상장 재심사 결과 ‘효력 불인정’ 유지
이달 19일, 한국거래소가 제18차 시장위원회를 열고 이노그리드에 대한 재심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재심사 결과가 나왔는데, 한국거래소는 이노그리드 측에서 효력 불인정 의결을 번복할만한 걸 특별히 제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기존의 효력불인정 의견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이노그리드 측은 “번복할만한 증거나 증언 등을 제출했는데 (거래소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 “현재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담은 입장문을 준비 중”이라고 전해 이들 간 법적 분쟁 가능성이 대두됐다.
-이노그리드, 계획에 차질 생겨..
위와 같은 과정으로 결국 이노그리드는 향후 1년 간 신규 상장 신청이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이번 상장이 수포로 돌아감으로써 이노그리드의 투자계획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노그리드는 공모를 통해 약 172억 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며, 이 중 130억 원가량을 시설 자금에 투입할 계획이었는데 이것이 무산되자 이노그리드가 추진하려고 했던 마이크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Micro CDC) 사업 등의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한국투자증권 책임론 대두
한편, 업계에서는 이노그리드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을 향한 책임론이 대두됐다. 기업공개 과정에서 당사자인 기업 뿐 만 아니라 기업을 실사하는 주관사 역시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노그리드 건과 관련해 주관사 제재는 없다”고 밝혀 한국투자증권에 가해질 실질적인 제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파두사태 당시에도 공동 주관사를 맡았으나, ‘뻥튀기 공모가’ 의혹이 붉어져 해당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이에 더해 사상 초유의 승인 취소라는 이노그리드 사태의 주관사 역시 한국투자증권임이 알려지자 이들을 향한 책임론이 대두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노그리드의 상장 취소 사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존재한다. 사측 입장에서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한 이견으로 억울한 측면도 존재 할 것이고, 한 때의 대주주였던 투자자의 민원과 고소로 인해 상장 승인 취소라는 결론을 맺게 된 상황이 안타까워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기업공개를 진행하는 기업들과 주관사에게 보다 큰 꼼꼼함과 책임감이 부여된 점과 상장예비심사 신청에 있어 중요 사실 누락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지게 된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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