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수습 대책과 시스템 점검해야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유럽 살충제 계란의 공포가 급기야 우리나라의 문제로 직면했다. 계란 농가의 공장식 사육법의 한계에 맞닿은 것이다. 지난 14일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산란계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되면서 정부는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정밀검사까지 취하는 엄격한 조치를 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신은 곧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줄줄이 발생하는 유럽 살충제 계란 사태를 직접 보고도 정부의 초동 대처가 빠르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14일과 18일에 걸쳐 전국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수조사 결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 451만개는 압류되고 농가로 반품된 243만개를 폐기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 대처에 소비자들은 다소 불안을 덜었지만, 지난 17일 전북서 살충제 계란 ‘적합’판정을 받았음에도 21일인 판정 사흘 만에 ‘부적합’이 검출됐기 때문에 결국 부실조사에 분괴한 소비자들은 정부 대처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있다.

또한 지난 23일 경북 산란계 농장에서 ‘닭’에게서 까지 맹독성 살충제 DDT성분이 검출돼 소비자 신뢰의 급감은 곧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앞으로 보다 정확한 검사방식과 시스템이 요구된다.

▲ 살충제계란이 국민의 먹거리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계란은 자라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사진은 한 가정이 아침에 먹을 계란을 살펴보고 있으며, 살충제 계란 사건일지

◆ ‘살충제 계란’파문 왜 발생했나

지난 18일까지 진행된 전국 산란계 농장 1239곳에 대한 검사 결과 49개의 농가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21일 판정 사흘 만에 전북, 김제-충남 청양-아산에서 살충제 검출되어 현재까지 집계된 살충제 계란 부적합 농가가 3곳으로 늘어나 총 52곳에 달했다. 3곳의 농장에서는 살충제 성분인 플루페녹수록이 검출됐다.

이로 인해 지난 18일부터 출하되는 계란이 안전하다고 믿었던 소비자들은 또 다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낳게 한 살충제 계란 사태 비극의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계란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의 경우, 피프로닐, 비펜트릴 성분이 가장 문제 되고 있다. 그 중 피프로닐은 닭에게 원칙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 살충제며, 비펜트릴은 친환경 인증을 받지 않아 일반 계란의 경우 일정량만을 허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유럽의 경우에도 사육환경에서 비펜트릴을 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산란계농가의 경우 닭에게 발생하는 진드기나 이가 가장 많이 생기는 여름에 살충제를 뿌리지 않으면 오히려 닭과 계란의 위생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정부는 작년 가을부터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검사를 해왔지만 그간 검출되지 않다가 최근 검출된 이유는 여름에 진드기가 발생하여 허용량을 초과한 것이 드러난 것이란 평가도 있다. 김계웅 공주대 동물자원학과 교수의 말에 따르면 성분 검출에 대한 조사가 그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에 사태가 초래됐으며, 이에 확실한 진상조사가 있어야 하며, 살충제 성분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고 사용하는 방식, 남용한 농장과 이를 막지 못한 관계부처가 문제라고 밝혔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문에 직접적인 문제가 된 것은 ‘케이지식 사육방법’과 ‘살충제 분사 방식’의 남용에서 시작된 참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22일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닭은 흙목욕으로 진드기를 제거하지만 케이지 사육면적은 a4용지(0.06㎡)보다 작은 0.05㎡(25X20CM)다. 닭이 움직임을 취해 진드기를 스스로 제거할 방법이 없기에 닭 한 마리가 겪어야 하는 진드기 한 마리는 9주 뒤 약1억 3000만 마리까지 늘어나 닭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약 목욕’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즉 진드기 해결법과 케이지 밀집사육방식, 살충제 관리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미흡했기에 결국 만성화된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 살충제 계란 사건일지 / 정리_뉴스워커 김태연 기자

◆ 부실검사 적발에 대국민 혼선…전수검사 과연 믿을만한가

정부가 진행한 14일부터 18일까지의 전수검사로 집계된 부적합 농가는 49곳이었지만, 지난 21일 판정 사흘 만에 3곳의 농가가 추가적으로 적발돼 총 52곳으로 늘어났고, 23일에는 경북 산란계 농장 전수 조사 중 ‘닭’에서까지 맹독성 살충제 DDT가 검출되어 전 국민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식약처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1일 ‘살충제 검출 계란관련 추적 조사 및 위해 평가 결과 발표’에서 산란계 농장 전수 검사 15~18일 및 추가 보완 검사 결과 52개 농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검출된 살충제 성분은 비프로닐 8개 농장, 비펜트린 37개 농장, 플루페녹수론 5개 농장, 에톡사졸 1개농장, 피리다벤 1개 농장이었다. 앞서 부적합 판정으로 조사된 49개 농장에서부터 유통된 계란 451만개를 압류 폐기 조치한 것으로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전수결과의 부실검사가 또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은 엄격한 정부 조치에 신뢰를 취했다가도 결국 부실검사결과와 함께 ‘닭’에게서까지 맹독성 살충제 DDT가 나오자 다시 분노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살충제 계란 유통 진원지는 농가의 문을 즉시 닫고 닭 살처분을 결정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살충제 검출 후 전국 180개 농가가 폐쇄조치를 했고, 벨기에 농장은 25%가 문을 닫았다. 계란이 유통된 국가에서는 계란이 들어간 2차 식품 피해를 막기 위해서 제품 철수에 정부가 직접 나설 만큼 대처가 확실하지만 우리나라의 전수조사는 그저 관행적인 것에 이르며 유럽이 살충제계란에 대한 업데이트 및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비해 대책과 논의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국내의 경우 살충제계란 사태 초동 대처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안전처의 대응이 혼선을 빚어왔다. 즉 통합구조가 아닌 이중구조로 되어 있어 관리부터 파문 이후의 모든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이로써 추가 농장이 적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일부 농가는 여전히 검사 중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두기관의 혼선이 결국 파생된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이는 21일에는 합동 브리핑 후의 난각 발표에도 혼선이 드러났다. 계란 껍데기 생산자 확인번호를 잘못 발표하여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의 농장명, 난각코드 또한 여러 차례 수정하여 국민의 혼란을 중폭시킨 것이다. 일부 난각코드를 찍지 않는 비도덕적 농장 또한 발각되어 면밀한 추가 검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향후 철저한 조사에 임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 사육환경 개선 및 소비자 피해에 대한 대책 서둘러야

부실검사에 공정성 논란이 빚어지면서 국내 사육환경과 시스템 개선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열악한 산란계 농장의 닭 사육환경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에 있다. 밀집사육이 아니라 방사형 사육을 하면 닭 진드기를 없애기 위해 살충제를 뿌릴 필요가 없다는 개선책도 등장하고 있다.

닭이 ‘약 목욕’으로 진드기를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 친화적인 ‘흙 목욕’으로 진드기를 떼어내 닭의 위생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육 방식 대책은 현재 가장 근본적인 대책으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산란계 농가의 입장은 다르다. 관행적인 케이지 사육방식을 없애면 오히려 계란 출하량에 타격을 받아 80%에 가까운 출하량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며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즉 업계의 존폐가 걸려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살충제 계란과 무관한 대체재가 거의 없는 상태이고, 계란이 없거나 출하 중단이 길어지면 제품 생산 중단까지 우려돼 유통업계의 매출손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근본적인 대책 또한 현실에 대한 장벽에 부딪힐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경우 이미 2003년부터 현재 국내의 케이지 사육방식을 금지하고 있으며 살충제 계란 현황을 소비자가 홈페이지에서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즉 사육환경의 변화와 함께 시스템 체계 또한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김현지 동물보호단체 카라 정책팀장은 “소비자의 먹거리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케이지 사육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특히 이번 계란 파문 사태를 교훈삼아 정부차원의 매뉴얼과 사육환경 시스템의 개선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덧붙여지고 있다. 정부는 먹거리 안전 책임을 지기 위해 국가식품관리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동물복지에 무게를 둔 사육방식 전환을 위해 적극적인 예산 지원 또한 따를 예정이다. 가금류 사육 휴지기간을 도입하고 방사형 사육, 친환경 직불금 또한 인상하는 계기를 마련해 대책에 긍정적인 입장을 쏟고 있다.

살충제 계란 부실검사 의혹과 함께 소비자들의 불안은 불신은 고조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면 즉각적인 대책 마련 및 농가환경의 근본적 시스템 개선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킬 방안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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