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박경희 기자] 미국의 사드 배치와 관련한 첫 발언은 2014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사드, 한국 전개 요청했다.”고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에서는 “사드 구매 계획이 없고, 독자 방어 체계를 구축”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협의도 없었고,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하며 강력하게 부인해 왔다. 그러나 2016년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발사로 긴장이 고조되자 2016년 1월,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그리고 한 달 뒤인 지난해 2월 7일,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하자 같은 날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 사드 배치 관련 한미공동발표문’을 내고 사드배치 공식 협의개시를 알렸다. 이 발표문에서는 한국과 미국은 “증대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사드배치 가능성에 대한 공식 협의의 시작을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중국은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에 강력하게 반대해 왔다.

▲ 트럼프는 27일(현지시작)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의 값어치를 ‘10억 달러’라고 얘기하며 “비용은 한국이 댄다.”고 통보했다. 기습 배치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사드 재협상에 나선 것으로 긴장의 구조가 정치적 문제를 넘어 경제적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그래픽_진우현 기자)

◆ 중국의 사드 배치 반대, 그리고 보복

알려진 것처럼 사드는 Termina(종말) hight Altitude(고고도) Area Defense(지역방어)를 줄여서 일컫는 말로 적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목적으로 제작된 공중방어시스템이며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다. 고고도 미사일은 매우 먼 거리를 날아오르므로 이를 추적할 수 있는 레이더가 필수인데, 이 레이더로 인해 중국 내부가 감시당하기 때문에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중국 국방부가 “중국은 국가 전략과 안전과 지역 전략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힌 바 있기도 하다.

이렇게 한반도의 사드 배치를 적극 반대했던 중국은 급기야 지난 3월 이후 전방위적인 사드 보복에 나섰다. 이로 인해 유통, 식품, 화장품 등 대중국 사업 환경이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이는 경제, 무역, 관광,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 보복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롯데마트 중국 99개 점포 가운데 74개가 중국 당국의 소방 점검에 따른 강제 영업정지 상태이고, 13개는 자율 휴업 중이다. 나머지 12개 점포도 고객의 발길이 끊겨 사실상 휴점 상태다. 중국 롯데마트 매출 손실 규모만 3000억 원에 달하며, 면세점이나 식품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롯데그룹의 사드 사태 관련 매출 손실은 3~4월에만 약 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배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금지 되면서 관광객도 급격하게 감소했다. 12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경제동향 5월호(그린북)’에 따르면 지난달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65.1%(잠정치)나 급감했다. 앞서 지난 3월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도 작년 3월보다 38.9% 감소했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작년 12월 15%를 찍은 이후 1월(8.6%), 2월(8.3%), 3·4월까지 4개월 연속 주춤했다. 이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의 매출 비중이 높은 면세업계와 화장품업계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이다.

지난 3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한중 상호간 경제 손실 점검과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에 따른 한국의 피해 규모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0.5% 규모로 추산했다. 금액으로는 8조 5000억 원 수준이다.

◆ 사드 배치에 밝혀진 미국의 속내, 한국에 사드 운영・유지 비용 부담 떠 넘기려

중국의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보복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달 26일 주한미군이 경북 성주에 사드 포대 장비들을 기습 반입시키면서 사드 배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주한미군은 오전 4시쯤 경북 성주 골프장에서 사드발사대 6기, 요격미사일 등 사드 체계의 핵심 장비들을 반입시켰다. 그리고 트럼프는 27일(현지시작)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의 값어치를 ‘10억 달러’라고 얘기하며 “비용은 한국이 댄다.”고 통보했다. 기습 배치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사드 재협상에 나선 것이다. 비용 부담이라는 허를 찔린 청와대가 수습에 나섰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9일 하버트 맥매스터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한 뒤 “우리 정부가 부지・기반 시설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맥매스터 보좌관은 3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 “한국 측 카운터파트(counterpart)에 기존 협정을 지키기로 한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그런 게 아니다. 재협상 전까지 기존 협정은 유효하며 우리는 우리 말을 지킬 것”이라고 답했다. 사드 배치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도 “사드와 관계된 문제, 국방에 관계된 문제는 모든 동맹국에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재협상하게 될 것”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 문재인 정부, 사드 배치 문제 풀어갈 방법은?

사드 배치는 북핵 문제, 비용 부담 문제, 중국과의 관계 개선 문제 등 여러 가지로 얽혀 있어 반드시 풀어야 할 문재인 대통령의 숙제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어떤 것보다 외교에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사드 배치 이후 냉각된 한・중 관계 회복을 위해 사드 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부터 40여 분간의 통화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사드 문제와 북핵 문제를 별도로 논의할 대표단의 중국 파견 계획과 함께 이른 시일 내 만날 수 있기를 기대 한다.”고 밝히면서 사드 배치로 인한 여러 문제들의 해결 의지를 표명했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풀어갈까?

문 대통령은 트럼프 美 대통령의 사드 비용 관련 발언이 전해진 지난 달 28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이제는 사드 문제가 안보 문제를 넘어서 경제 문제로 확대 됐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국회 비준 동의 절차 없이 사드를 찬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국회 비준동의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은 이미 경북 성주의 사드 부지에 포대 운용에 필요한 장비들이 배치돼 실전 운영 중인 것과는 별개로 천문학적인 운영비용을 문제 삼아 박근혜 정부의 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려는 선언적 측면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영길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도 지난 8일 공개된 영국 BBC 중문판에서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사드 배치를 잠정 중단하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중국과 미국의 요구사항을 듣고 이를 수용하면서 북핵 문제 해법을 찾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직접 부담이든 방위 분담금에 포함된 성격이든 1조 13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기 위해서는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기본 생각이며, 이면에는 사드 배치 여부를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뜻이 깔려있다는 평가다.

사드를 매개로 미・중 양측으로부터 실익을 취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인데, 지금까지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이었던 우리 입장이 전화위복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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